탑 SNS
탑 SN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탑(최승현)이 지난달 31일 보이 그룹 빅뱅의 탈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빅뱅을 떠났는가?’라는 질문에 “이미 탈퇴했다.”라고 단호하게 확언했다.

그는 지난해 2월 7일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하지 않고 한 달 뒤 자신의 레이블 티스팟을 설립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빅뱅 활동이라면 언제라도 합류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실제 그해 4월 4년 만에 '봄여름가을겨울'을 발표할 때 지드래곤, 태양, 대성 등과 함께했다.

다만 불미스러운 일로 이미 그전에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사실상 해고된 승리는 합류할 상황이 안 되었다. 그 후에도 탑은 빅뱅과 굳이 선을 긋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탈퇴를 거론한 것을 넘어 자신이 나온 기사를 갈무리해 게재한 후 ‘빅뱅 탑’이라는 제목에서 '빅뱅' 부분에 엑스(X) 자를 표기할 정도로 등을 돌렸다.

이에 팬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는 모양새이다. 빅뱅으로 인해 스타가 된 탑이 빅뱅을 굳이 부정하려 하는 게 보기 좋을 리 없다. 그가 탈퇴했다고 빅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드래곤, 태양, 대성은 YG를 떠났지만 빅뱅과의 인연은 굳이 버리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빅뱅은 언제든지 3인조로 부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새 멤버를 보충할 수도 있다.

왜 탑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탑은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해 멤버 중 유일하게 배우로도 성공한 케이스이다. 빅뱅의 '얼굴 마담'이 지드래곤이라면 탑은 가수와 배우로 모두 성공한 모범 사례이다. YG 입사 전 무명의 언더그라운드 아마추어 래퍼였기에 그는 빅뱅과 YG에 매일 절을 해도 모자랄 위치이다. 만약 YG가 그를 빅뱅으로 빋아주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는 의무 경찰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던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했다. 당시 YG가 그의 뒷바라지를 해 주었을 것은 자명하다. 물론 빅뱅 멤버들 역시 그를 외면하거나 등한시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봄여름가을겨울'에 탑이 합류한 것으로 미루어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왜? YG와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뭔가 변화를 주고자 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의도를 열어 놓고 짐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갑자기 빅뱅에 등을 돌릴 뿐만 아니라 거부감을 넘어선 감정까지 느껴질 만한 'X' 퍼포먼스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기 쉽지 않다.

지난달 6일 있었던 가수 세븐과 배우 이다해의 결혼식을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세븐은 과거에 YG에 소속되어 있었다. 따라서 당시 한솥밥을 먹던 뮤지션들과의 친분 관계가 돈독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결혼식에는 빅뱅의 지드래곤, 대성, 태양, 2NE1의 산다라박, 씨엘, 공민지, 원타임의 송백경, 지누션의 지누와 션, 가수 거미 등이 참석해 YG 전현직 사우회라도 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데 강제로 퇴출된 승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해까지 함께 신곡 활동을 펼친 빅뱅 멤버 중 유일하게 탑이 빠졌다. 그는 아직 우주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도 아니다. 설령 외국 여행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 보면 귀국하는 게 순리로 보였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는 매우 미묘하다. 이 삶의 전쟁터에서 한 팀의 멤버는 가장 가까워야 할 전우이지만 경쟁 심리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각 멤버들이 앞 다퉈 SNS 활동을 하는 것은 팀 홍보의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홍보 목적도 적지 않다는 저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힘들 때나 기쁠 때 가장 위안이 되고 서로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대상은 멤버일 수밖에 없다. 고 문빈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을 당시 아스트로 멤버들이 보인 추모와 지금까지 호소하는 통증을 호소하는 게 입증한다. 이미 해체된 나인뮤지스 전 멤버들이 민하의 결혼식에 재결성이라도 하듯 모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탑의 심리는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물론 가능성의 추측이다. 그는 빅뱅 멤버들이나 빅뱅이라는 팀에 나쁜 감정은 없어 보인다. 만약 세븐이 아닌, 지드래곤이나 대성의 결혼식이었으면 참가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YG의 시스템이나 자신에 대한 처우, 혹은 특정 인물에 대한 반감이나 서운함이 빅뱅을 지우게끔 만든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 물론 지난 과거를 돌아볼 때 빅뱅에 X를 그린 것은 어른답지 못했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의심은 지우기 쉽지 않다. 거의 모든 동물은 웃거나, 울거나,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감정이 없다. 본능만 앞선다. 하지만 사람은 유일한 감정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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