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블랙핑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K-팝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잇따라 건강 문제로 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걸 그룹 레드벨벳 조이는 지난 4월 26일 컨디션 난조로 병원을 방문해 상담과 건강 검진을 받은 결과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았다며 당분간 활동을 쉬며 휴식을 취할 것을 알렸다.

그녀는 레드벨벳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는 물론 고정 MC로 출연 중이던 SBS 'TV 동물농장' 촬영도 불참하기로 결심했다. 'TV 동물농장' 제작진은 부랴부랴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으로 대체했다.

걸 그룹 에스파 멤버 지젤은 지난 1일 JTBC 예능 '아는 형님' 녹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8일(미국 시각)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의 홈 경기 시구 때 윈터, 닝닝, 카리나만 그라운드에 올랐다. 또한 시구 이후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도 지젤 없이 나머지 세 명만 무대 위에 올랐다. 건강 상태가 안 좋아 휴식이 필요했던 것.

보이 그룹 샤이니 온유도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지난 8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오는 23~25일 열리는 샤이니 단독 콘서트에서 제외된다. 또한 26일 발표하는 정규 8집 'HARD' 활동 역시 참여할 수 없다. 당분간, 키, 민호, 태민의 3인 체제로 활동하게 된다.

걸 그룹 블랙핑크는 현재 월드 투어 중이다. 그런데 지난 11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제니가 호주 멜버른 콘서트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유는 컨디션 난조. 그에 앞서 지수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일본 콘서트에 불참했다. 이번 멜버른 공연도 일본 공연처럼 3명만 무대에 올랐다.

전술한 그룹과 그 멤버들은 단연 국내외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K-팝 아이돌 대표 슈퍼스타이다. 그들은 어디를 가든 당연히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물론 소속사에서도 '움직이는 큰돈'인 그들을 융숭하게 대우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블랙핑크의 경우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고 전용기를 이용해 이동하는데 사용료가 1시간당 2800만 원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갈 경우 왕복에 약 6억 원이 든다. 그 정도로 귀빈 중의 귀빈 대접을 받는 슈퍼스타이다. 소속사에서 절대 소홀하게 대할 리 없다.

레드벨벳
레드벨벳

그런데 그런 귀한 인물들이 건강이 나빠졌다며 속속 쓰러지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제니만 보더라도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명품 브랜드 행사에 앰배서더 혹은 VVIP 자격으로 초대받아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머지 세 명도 유사하다. 지수는 최근 솔로 활동까지 소화했다.

서태지와아이들 이후 거의 모든 가수들, 특히 K-팝 가수들은 활동기와 휴식기를 철저하게 나누어 활동해 왔다. '새 앨범 준비 기간-홍보(활동) 기간-콘서트-휴식기'라는 사이클에 맞춰 체력을 관리해 왔다.

그런데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형식일 뿐 사실 내용을 파고 들면 21세기 들어 많이 바뀌었다. 유닛 활동, 솔로 활동, 배우 활동, 예능 활동, 개별적 활동 등 팀이 쉬더라도 각 멤버들은 '원 소스 멀티 유즈' 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을 해 내고 있다.

그런 살인적인 스케줄이 가수 개개인의 욕심일지라도 소속사는 거기에 대한 리듬을 조절해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갈 슈퍼스타가 굳이 소속사에 적을 두는 이유는 자신의 모든 것을 케어하고 조율해 달라는 데 있다.

가수이든, 소속사이든 욕심은 누구나 있다. 아이돌의 생명력이 그리 길지 못한 데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식으로 탄력을 받았을 때 바짝 벌고 싶은 세속적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격언도 있다. 급히 먹으면 체할 확률이 높다.

적지 않은 대중은 샤이니 종현에 이어 이번에 아스트로 문빈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대해 매우 마음 아파하면서도 그 이유를 종잡을 수 없어 의아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중학생 즈음의 나이에 연습생으로 기획사에 들어와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슈퍼스타가 되어 있다. 평범하게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을 받은 또래 청소년이나 청년에 비해 그들은 매사에 대한 판단 능력이나 인식론이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건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개념론의 문제이다. 가치관의 문제도 있다.

건강 악화로 팀 활동에서 빠진 멤버가 발생한 아이돌 그룹은 유독 SM과 YG이다. 하이브는 그런 소식이 없다. 그쪽은 보약이라도 먹이는가, 아니면 멤버들이 로봇인가?

월 200~300만 원 버는 샐러리맨도 몇만 원의 추가 근무 수당에 욕심을 내는데 하물며 한 번 움직이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오가는 슈퍼스타야 오죽할까? 하지만 오래전 중국은 과유불급이라고 했고, 공자가 중용의 도리를 설파했다. 공자를 읽었을 리 없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의 논리를 펼쳤다. 그만큼 그게 올바른 자세라는 뜻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노동자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의 공식 활동이 '일'인 것 만큼은 확실하다. 모든 동식물은 휴식을 취하게 되어 있다. 그냥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하다못해 기계도 쉬어야 고장을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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