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의 역량을 가름하는 대회로 강원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96회 전국체육대회가 일주일 동안의 열전을 마치고 10월 22일 폐막됐다.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체육인들의 잔치로 끝나 아쉬움은 있으나 나름대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만 했다.

틀과 형식 깬 파격 개회식 … 찬반 엇갈려

‘세계 중심 강원에서, 함께 뛰자 미래로’란 슬로건 아래 시작된 제96회 전국체전 개회식 공식행사는 기존의 틀과 형식을 깨고 파격적으로 이루어 져 찬반이 엇갈렸다.선수단은 본부석 왼쪽에서 입장해 오른쪽으로 행진하던 통상 관례에서 벗어나 본부석 맞은 편 중앙 무대를 통해 입장했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은 강릉 주경기장에 마련된 3,500개 의자에 앉아 관중들과 함께 편안하게 개회식을 관람했다. 당연히 예년과 같은 도열도 없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개회 선언, 최문순 강원지사의 환영사,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의 개회사, 방미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치사는 모두 그라운드 내부에 설치된 중앙 무대에서 진행됐다. 식전 문화행사에서도 눈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가 여러 차례 등장하고 눈사람을 모티브로 탄생한 체전 마스코트인 ‘평이’와 ‘창이’도 전국체전과는 동떨어진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기존 형식에서 벗어난 과감한 연출에다 지나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홍보로 전국체전이 올림픽에 들러리냐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1985년과 1996년에 이어 19년 만에 강원도에서 세 번째 열린 전국체전은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최 역량을 입증했다는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또 경기장 폭력, 판정불복, 경기지연, 심판 소청 등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클린체전, 대회 운영의 공정성에서 대한체육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스포츠 공정성 정책이 실효를 거두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체전도 강원도민은 물론 전 국민적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또 18개 시군 71개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돼 경비 절감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영, 사격, 승마 경기장이 강원도에 없어 타 시도에서 개최해 대회 분위기가 반감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기도, 압도적 성적으로 14연패(連覇)
홈팀 강원도, 준우승으로 역대 최고 성적 올려

경기도는 총 990개의 금메달 가운데 14.5%에 해당하는 144개를 따낸 것을 비롯해 은 129개, 동메달 148개를 획득하며 2002년 제83회 제주체전부터 이번 강원체전까지 14연패를 달성했다. 종합득점과 메달득점을 합한 총득점에서 69,011점을 얻었다. 2위 강원도(50,652점), 3위 서울(50,002점)보다 무려 19,000점 가까이 앞섰다. 지난해 제주체전에서 종합우승할 때 경기도(60,801점)가 2위 서울(48,704점)과의 점수 차인 12,000점 보다 7천점이 더 많아 당분간은 경기도의 독주를 막을 시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순위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지난해 9위였던 강원도가 개최지의 이점으로 단숨에 서울을 제치고 종합 준우승을 차지해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강원도는 전통의 강세 종목들인 역도와 육상, 수영에서 선전하고 레슬링, 조정, 근대5종, 복싱, 사이클, 씨름, 체조, 태권도 등도 종합 2위에 힘을 보탰다. 이밖에 광주가 15위에서 11위로, 전북이 14위에서 10위로 가장 큰 순위 상승을 보였으며 서울은 1986년 제67회 전국체전 이후 첫 3위로 쳐졌다. 한편 성취도에서는 세종시가 지난해 총득점 5,415점에서 7,911점으로 1위에 올랐으며 강원도와 전북이 나란히 그 뒤를 이었다.

육상 4관왕 김국영, MVP에 선정
세계신기록 2개 등 각종 신기록 203개 수립

올 체전에서는 배드민턴 펜싱 등이 국제대회 출전 관계로 사전 경기로 치러지기는 했지만 국제적인 종합대회가 없는 덕분에 국가대표들이 대거 체전에 참가해 경기력에서 풍성한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신기록 2개, 세계타이기록 3개, 한국신기록 13개, 한국타이기록 2개, 한국주니어신기록 12개, 대회신기록 171개 등 모두 203개의 신기록이 수립되었다. 육상 김국영(광주시청), 수영 최정민(서울체고), 체조 허선미(제주삼다수), 사이클 나아름(삼양사)이 각각 4관왕으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3관왕 49명, 2관왕 151명이 배출됐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 김국영은 한국 신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한국체육기자연맹 기자단 투표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세계무대를 누볐던 전통적인 각 종목 스타플레이어들이 초반에 탈락하는 등 부진한 반면 샛별들이 등장해 세대교체 조짐도 보였다. 역도에서는 마지막 남은 세계적 스타 사재혁(아산시청)이 2주 전 훈련 도중 오른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치면서 85㎏급에서 인상과 합계만 동메달을 따고 용상은 4위로 밀려나 3년 연속 3관왕의 꿈이 깨졌다. 유도에서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등을 모두 우승해 그랜드슬래머인 김재범(한국마사회)이 무제한급 첫 경기에서 원종훈(대전)에 패해 탈락했고 81㎏급에 출전한 ‘풍운아’ 왕기춘(양주시청)도 예선에서 탈락하며 4년만의 금메달 꿈을 접었다. 반면 리우올림픽 기대주들인 안창림과 안바울(이상 용인대)은 나란히 우승해 세대교체 주역으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양궁도 희비가 엇갈렸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기보배는 2관왕에 올라 93회 체전 이후 3년 만에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단체종합에서 광주선발팀으로 나서 비공인 세계기록(4,145점)도 세워 기쁨을 더했다.

그러나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특영은 60m와 70m 모두 10위권으로 밀려났고 런던올림픽에서 기보배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이성진은 40위권까지 떨어졌다. 권총 황제 진종오는 남자 일반부 50m 권총 결선에서 신예 김청용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수영에서는 여고부의 임다솔(계룡고)이 배영 100m와 200m에서 한국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는 등 여고생들이 수영에서만 5개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해 위안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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