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틀과 형식 깬 파격 개회식 … 찬반 엇갈려

‘세계 중심 강원에서, 함께 뛰자 미래로’란 슬로건 아래 시작된 제96회 전국체전 개회식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Dream of Gangwon, Glory of Korea’라는 대주제로 강원도의 꿈이 대한민국의 빛나는 영광이 될 그날을 꿈꾼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개회식이 기존의 틀과 형식을 깨고 파격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사전 행사와 문화행사에서부터 엿볼 수 있었다. ‘강원, 꿈의 원천’ ‘강원, 그 소중한 추억’이란 소(小) 주제로 진행된 식전 문화행사에서는 눈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가 여러 차례 등장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사전 예행연습에 가깝다는 인상을 짙게 받았다.

전국체전 공식행사는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선수단은 본부석 왼쪽에서 입장해 오른쪽으로 행진하던 통상 관례에서 벗어나 본부석 맞은 편 중앙 무대를 통해 입장했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은 강릉 주경기장에 마련된 3,500개 의자에 앉아 관중들과 함께 편안하게 개회식을 관람했다. 당연히 예년과 같은 도열도 없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개회 선언을 비롯해 최문순 강원지사의 환영사,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의 개회사, 방미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치사는 모두 그라운드 내부에 설치된 중앙 무대에서 진행됐다. 이에 대해 강원도 체전 관계자는 “대회 주인공인 선수단이 가장 돋보이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기존의 틀과 형식을 과감하게 깼다”면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강원도로서는 사전 예행연습은 물론 올림픽 개최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체전 마스코트인 ‘평이’와 ‘창이’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미 지난 3월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평이’와 ‘창이’는 눈사람을 모티브로 해 전국체전의 마스코트로는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이처럼 개회식을 파격으로 연출한데 대해 찬반도 엇갈렸다.
“기존의 틀과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나 선수단을 그라운드의 의자에 앉도록 배려한 것이나 지나치게 길어 자칫 지루함을 느꼈던 선수단 입장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참석 주요 인사들이 그라운드 중앙으로 나와 공식행사를 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역대 체전 가운데 최고의 개회식이라고 할만하다.”(찬성 측)

“올림픽, 아시안게임도 선수단은 본부석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입장해 그라운드를 거의 한 바퀴 돌며 행진한다. 이것은 관중들을 위한 배려다. 중앙으로 입장해서 그냥 의자에 앉는다면 굳이 입장식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관중을 무시하는 처사로 깊이 재고해야 할 문제다.”(반대 측)

경기도 압도적 성적으로 14연패(連覇) 위업 달성해
세종시, 강원도, 전라남도 … 성취상 1~3위에 올라

전국 17개 시도체육회는 전국체전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 전국체전 상위권 유지, 또는 진입을 위해 시도 대표선수들을 선발해 훈련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합동훈련, 합숙훈련은 물론이고 대표선수들을 위한 연중 합숙소를 운영하는 시도체육회도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이 열리면 전국이 스포츠 열기로 휩싸이던 7~80년대와는 달리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데다 대학 실업팀마저 없어 팀 부족, 선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시도체육회들이 태반이다. 부족한 팀들은 도청, 시청이나 기초단체들이 떠맡고 또 상당수는 체육회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전국체전 출전용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31개 시․군(市郡)이 있는 경기도와 25개 구(區)를 보유한 서울특별시가 인구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아 전국체전에서 양웅(兩雄)으로 군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경기도는 2002년 제83회 제주체전부터 이번 강원체전까지 14연패를 달성해 1952년 제33회 체전부터 1967년 서울체전까지 16연패를 한 서울시를 바짝 뒤쫓고 있다. 경기도는 강원체전 총 990개의 금메달 가운데 14.5%에 해당하는 144개를 따낸 것을 비롯해 은 129개, 동메달 148개를 획득해 종합득점과 메달득점을 합한 총득점에서 69,011점을 얻었다. 2위 강원도(50,652점), 3위 서울(50,002점)보다 무려 19,000점 가까이 앞섰다. 지난해 제주체전에서 종합우승할 때 경기도(60,801점)가 2위 서울(48,704점)과의 점수 차인 12,000점 보다 7천점이 더 많다. 이는 앞으로도 다른 시도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경기도의 독주를 막을 시도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종합순위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지난해 9위였던 강원도가 개최지의 이점으로 단숨에 서울을 제치고 종합 준우승을 차지해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강원도는 전통의 강세 종목들인 역도와 육상, 수영에서 선전하고 레슬링, 조정, 근대5종, 복싱, 사이클, 씨름, 체조, 태권도 등도 종합 2위에 힘을 보탰다. 이밖에 광주가 15위에서 11위로, 전북이 14위에서 10위로 가장 큰 등위 상승을 보였으며 서울은 1986년 제67회 전국체전 이후 첫 3위로 쳐졌다. 한편 성취도에서는 세종시가 지난해 총득점 5,415점에서 7,911점으로 1위에 올랐으며 강원도와 전북이 나란히 그 뒤를 이었다.

◇ 전국 시도별 메달 및 총득점

시도끼리 묘한 신경전 … 다양한 전력 대책 내놔
득점 낮아도 기록 좋아 … 희비 엇갈린 성적표

각 시도체육회는 전국체전이 끝나고 나면 하나 같이 체전 분석과 대책을 내 놓는다. 대부분 예년과 비슷한 분석과 대책이다. 종합우승을 한 경기도나 꼴찌에 머문 세종특별자치시나 근본 맥락은 대동소이하다. 14연패를 이룬 경기도는 “내년 전국체전을 대비해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우수선수 영입에 노력해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며 벌써부터 내년 체전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나름대로 이유도 있다. 제97회 전국체전은 지난 2001년 제82회 체전 당시 종합우승 6연패 도전을 좌절시킨 충남(주 개최지 아산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도는 3위까지 추락했었다.

강원체전이 세 번째 출전인 세종시도 각오가 대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종시체육회 석원웅 사무처장은 “27개 종목에 426명의 소규모 선수단으로 목표점수 6,000점을 뛰어넘어 7,911점을 얻어 개최지 강원을 꺾고 성취도 1위상을 수상했다”면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다득점 전략종목 추가 창단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전력 강화 계획으로 내년 체전에서도 한층 더 강해진 세종 선수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로 비슷한 도세를 가진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는 순위에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감지됐다. 전국체전 성적 등 엘리트 체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북은 최근 2~5위를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해온 경남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패한 점이 못내 아쉬운 모습이다.

대회 기간 김관용 지사가 여러 차례 전화로 경남과의 대결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경북은 2013년 인천 대회에서 4위로 경남(5위)에 앞섰으나 지난해 제주 대회에서 경남에 3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2년 연속 경남에 뒤졌다. 경북은 메달 레이스에서 선전했지만 배점이 높은 고등부 럭비와 검도, 남고부 축구가 1회전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반면 경남도 홈팀 강원이 2위로 성큼 올라서는 바람에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내려섰으나 라이벌인 경북에 앞서 위안을 삼았다.

지난해 15위에서 11위에 오른 광주와 지난해 역대 최악인 14위에서 역시 4계단 상승한 10위를 차지한 전북은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큰 희망을 걸게 됐다. 광주가 11위에 오른 것은 1996년 제77회 체전이후 18년 만이다. 여기에 체전을 빛낸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우수선수상(MVP)에 육상 단거리 4관왕 김국영(광주시청)이 선정됨으로써 기쁨이 배가됐다.

종합 순위 7위를 목표로 참가한 충남은 목표보다 한 계단 상승한 6위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권에 재진입했다. 충남은 특히 고등부에서 전체 득점에서 전력기여도가 41%로 역할을 해 내년 전국체전에서 2001년 이후 다시 종합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대전은 44개 정식 종목 중 25개 종목에서 전년대비 득점이 하락하는 등 선수단 전체가 침체되는 모습을 보여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수립이 절실해 졌다. 하지만 종합득점과 달리 기록에서는 지난해보다 17개 많은 55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3관왕 5명을 비롯해 다관왕 13명을 배출하고 대회신기록 5개를 작성해 대조를 이루었다.

한편 광역시끼리의 순위 다툼도 묘한 경쟁심을 불러일으켰다.
인천은 부산과 광역시 1위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였으나 아쉽게 밀려나자 우수 선수들의 타 시‧도 이적 등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대구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13위에 머물면서 250만 광역시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17~15위 세종, 제주, 울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권 성적이다. 대구의 뒤에는 14위를 한 대전뿐이었다. 특히 대구는 육상에서 1,358점을 얻어 육상 총득점(40,582점)의 3.35%, 17개 시‧도 평균 2,387점에도 크게 부족해 국제육상도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형편이었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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