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수스와 열애설' 답변의 무성의 [유진모 칼럼]
박서준, '수스와 열애설' 답변의 무성의 [유진모 칼럼]

[유진모의 무비&철학] 배우 박서준이 유튜버 겸 가수 수스(xooos)와의 열애설 진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애매모호한 데답을 내놓았다. 그는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 발표회에 참석했다.

당연히 기자로부터 수스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어제 늦게 소식을 알게 됐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있어서 기사가 났다는 걸 늦게 알았다. 처음 드는 생각은 ‘내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고,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생활을 오픈함에 있어서 크게 부담을 느끼는 편이고, 개인적인 일이라 특별한 말씀을 드리는 게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언제부터인가 열애설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연예 기획사들은 "연예인의 사생활이라 확인이 불가하다."라는 일관된 답이 나오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많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짙다. 이번 두 사람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각자의 소속사는 그런 대답을 내놓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당사자인 박서준은 아예 '사생활을 공개할 필요가 있냐? 개인적인 일을 왜 묻느냐?'라는 느낌의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연예인이든 그의 소속 회사이든 언론과 대중의 질문에 일일이 명확한 대답으로 응대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연예인도 사람이다. 그들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도 있고, 그 비밀이 범법이 아닌 바에야 보장받을 권리도 있다. 자신이 지킬 의지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연예인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나다. 얼마 전 '30대 여배우 음주 운전'이라는 보도가 나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예솔이 SNS에 그 주인공이 자신이라며 '공인으로서'라는 전제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렇듯 연예인, 특히 유명 연예인은 자타 인정 공인이다. 국가 정책에 관여를 안 할 뿐 어떤 면에서 영향력은 웬만한 정치인보다 강력하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하는 일은 매우 다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하다. 연예인은 투표로 인기 순위를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의 인기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맞다. 다만 그 정확한 바로미터는 없다. 그 연예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활용하려는 주최 측의 판단에 의해 값어치가 매겨지기는 하지만 결국 주최 측의 판단 기준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대중이 지지하는 인기도와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활용 가치이다.

그래서 연예인도 정치인 못지않게 프로파간다와 유사한, 자기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전략과 취향에 따라 신비주의를 펼칠 수도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겸손함이나 친숙하게 다가가는 털털함 같은 이미지를 강조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후자 쪽이 강세이다.

두 직업 모두 중요한 것은 팬 서비스이다. 정치인이 선거 때 새벽에 재래시장에 나가 서민 음식을 사먹는 것은 진정 그게 좋아서가 아니라 팬 서비스인 것이다. 연예인도 그럴 수 있지만 다른 방식의 팬 서비스를 해 주어야 한다.

대다수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우상화한다. 종교와 대리 만족 연애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스타를 우러러보는 한편 정신적 연인으로서의 약간의 연애 감정을 품기 마련이다. 꼭 연애 감정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그를 무한하게 믿고 좋아함으로써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그걸 공유하는 것을 팬에 대한 서비스라고 여긴다.

이를테면 그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좋아하는지, 아침 식사 메뉴로는 무엇을 즐기는지, 이상형은 연예인으로 비교하자면 누구인지, 친한 동료 연예인은 누구인지, 싫어하는 연예인은 누구인지 등이다.

연예인 입장에서야 '그게 뭐가 중요해? 그냥 내 영화나 드라마 보고, 내 노래 들으면서 즐기면 그뿐이지.'라고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 다만 그건 그냥 이론적인 내용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연예인은 지나치게 무리하거나 무례하지 않은 이상 팬들의 요구에 응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미혼의 남녀가 사귀는 게 별스러운 일도, 불미스러운 일도 아니다. 스타가 사는 클래스는 다르겠지만 본질까지 다르지는 않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 이유는 지역구에서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박서준은 아직 경험이 일천해 대응 방식에 대한 노하우가 없거나 아니면 주변에 경험 많은 책사를 두지 않은 듯하다.

일단 열애설을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긍정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 그것을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여기는 제 개인의 자리가 아니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자리입니다. 이 영화 한 편을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 땀을 흘리고 희로애락을 함께했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제 개인적인 사생활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답변을 미리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그 영화에 함께 출연한 이병헌도 이민정과의 열애 기사가 나왔을 때 일시적 판단 착오로 부정했다가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열애를 인정하면서 내놓은 변명은 나름대로 그럴듯했다. 그 후 그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달인'이 되어 있다. 얼마 전 있었던 HB엔터테인먼트 전원 베트남 여행 경비 일체를 댈 정도로 인성이 성숙해졌고, 사리 판단 능력도 절정에 올랐다. 미리 그에게 조언이라도 구했으면 어땠을까?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