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10·26의 또 다른 피해자 심수봉 [유진모 칼럼] 임수정.
[히스토리&컬처] 10·26의 또 다른 피해자 심수봉 [유진모 칼럼] 임수정.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7월 11일. 1876년 독립운동가 김구, 1920년 미국 배우 율 브리너, 1955년 가수 심수봉, 1968년 가수 추가열, 1971년 배우 박혁권, 1978년 배우 김강우, 1979년 배우 임수정, 배우 서민정, 배우 최수형 등이 태어났다.

1405년 명나라 정허(정화)가 첫 항해를 떠난 날이다. 정허는 영락제 시절의 환관이고, 군인이며, '정허의 대원정'으로 유명한 탐험가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칭송받는 환관 중 한 명으로 심지어 민간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격상된 영웅이니 관우급이라고 하겠다.

이슬람교를 믿었지만 다른 종교에도 관용적이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몽골 제국 다루가치에게서 이어진 회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족이 아니라 색목인이다.

그는 영락제의 명을 받들어 대항해의 총지휘관으로 출정해 여러 차례 항해와 탐험을 한 선구자적 인물로 1433년 4월 7차 항해에서 돌아오던 중 배에서 병사했다. 그는 영락제가 황제의 자리에 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그 덕에 명나라의 내시부인 내궁감의 최고 우두머리인 태감 자리에까지 올랐다.

'동방불패', '신용문객잔' 등을 비롯해 많은 홍콩(중국) 무협 영화에는 환관들이 득세하는 시퀀스가 등장하며 환관을 빌런으로 설정하는데 실제 정허의 활약으로 영락제가 환관을 중용하는 바람에 명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물론 정허는 부패한 환관들과는 무관했기에 영웅으로 추앙받는 것.

'사기'를 쓴 사마천과 종이를 발명한 채륜 못지 않은, 환관 중의 영웅으로 존경받는다. 2009년 중국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정화하서양'이 방송되었고, 이는 '정화의 대항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다. 저우싱즈(주성치)의 영화 '미인어'에서 인어들의 대화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그는 무슬림이기에 중동까지의 장거리 항해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성지 순례로 여겼다. 그는 호르무즈에서 흑인 노예를 매매하는 것을 보고 격노하는가 하면 유럽의 무기의 높은 수준을 찬양하기도 했다. 마지막 7차 항해에서 남인도양의 남아프리카 인근까지 진출했다.

심수봉의 집안은 증조부 때부터 음악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 큰아버지, 고모 등도 음악인. 그녀는 원래 재즈 드러머였다. 록 밴드 논스톱의 노래하는 드러머로서 미8군 무대에 섰기에 미국 남매 듀오 카펜터즈의 캐런 카펜터에 비유되고는 했다.

그녀는 병으로 2년 휴학하고, 재수 끝에 명지대학교에 입학했으니 다른 학생들보다 3살 언니였다. 재학 중이던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는데 수상에는 실패했다. 당시 모든 대학생들이 록, 발라드, 국악 등의 장르를 선택했지만 심수봉은 특이하게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트로트 자작곡 '그때 그 사람'을 불렀다.

수상 불발의 이유는 '너무 프로 같아서.'였다. 당시 심사 기준이 '대학생의 풋풋함'이었기 때문. 그때 수상한 가수가 임백천, 노사연, 배철수(런웨이) 등이다.

1979년 10월 26일. 심수봉은 모델 신재순과 함께 궁정동 안가로 간다. 박정희 대통령의 술자리. 그런데 김재규가 박정희와 차지철을 총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로 그녀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방송 출연이 금지되고, 정신 병원에 강제로 입원된다.

1984년 방송 금지가 해제된 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로 재기에 성공하고 이후 '사랑밖에 난 몰라'까지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누린다. 연약한 여자로서 그런 엄청난 일을 겪고도 극복한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야말로 그녀의 인생은 정말 굴곡진 삶이었다. 그녀는 한기석, 박진섭 등과 결혼했다 이혼한 뒤 MBC 라디오 PD였던 현재의 남편 김호경을 만나 비로소 정착해 안정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신재순은 헤비메틀 그룹 H2O의 제작자와 결혼했다.

임수정은 전만배 감독의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로 데뷔했다. 당시 그녀는 23살이었지만 대통령 민욱(안성기)의 여고생 외동딸 영희 역을 맡았고, 거의 모든 관객이 그녀가 진짜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

민욱은 노숙자로 분장한 채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불쑥 지하철에 올라타 민심을 읽는 등 그야말로 서민 밀착형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모범 대통령이다. 그러나 영희는 불만이 많아 사사건건 아버지와 부딪치며 말썽을 부린다.

은수(최지우)는 언제나 학생 편에 서서 학교와 싸우는 교사였기에 번번이 쫓겨나다 영희의 학교에까지 흘러들어 온다. 언제나 그렇듯 영희는 말썽을 피우고 은수는 부모를 모셔 오라고 야단친다. 그런데 영희가 내민 전화번호는 청와대. 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민욱에게 '황조가'를 100번 쓰라는 벌을 내린다.

안성기는 1952년생이고, 최지우는 1975년생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서 로맨스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4살 차이인 최지우와 임수정이 경력이 조금 있는 교사와 고등학생으로 만난 것은 조금 언밸런스해 보인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선생이라면 모를까.

어쨌든 임수정은 이 영화가 그다지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계에 눈도장 하나만큼은 잘 찍어 이후 승승장구한다. 이듬해 김지운 감독의 공포 영화 '장화, 홍련'에 문근영과 함께 자매로 출연해 동안의 미모 대결을 펼치며 스타덤에 오른다.

문근영은 임수정보다 8살 어린데 영화를 보면 두세 살 차이 나는 자매로 보일 정도이다. 임수정이 그만큼 동안이라는 증거이다. 최근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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