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평]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책 서평]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미디어파인 칼럼 = 이상원 기자] 우리는 수학에 대해 끊임없이 배워왔다. 역설적으로 이런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수학에 대한 거부심을 심어왔다. 항상 딱딱하고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수학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일상적인 공부를 잠시 뒤로하고 수학을 철학이나 심리학과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훨씬 재밌어진다. 그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내던 수학자들이 일생을 바쳐도 못 풀어내는 문제가 있다던가, 해결하면 세상의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 문제 등의 주제는 반드시 전공자나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흥미를 끌 만하다.

1) 책의 내용
이런 점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은 가볍게 읽을 교양 수학책으로 적당하다.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출발하는 x^n+y^n=z^n에 대하여 n이 3 이상의 정수라면 이를 만족하지 않는다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해당 수식보다 관련 일화로 더욱 유명하다. 페르마는 이를 책 귀퉁이에 나는 놀라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증명했으나 여백이 없어 풀이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일화는 수학자들이 300년이나 골머리를 썩게 했다.

페르마가 간단히 증명할 정도면 쉽게 풀려야 할 텐데 천재적인 수학자들이 일평생을 고민해도 풀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차례로 정리했다. 유명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기도 한 이 내용은 과거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부터 시작하여 위대한 수학자들, 오일러 가우스 등을 지나쳐 온다. 결국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엔드류 와일즈에 오기까지 그 스토리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단순하게 역사만을 나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시중의 수학책, 과학책을 보면 교과서에 있을 법한 따분한 내용을 단순히 풀어쓴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책들은 표지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읽는 도중에 포기하게 만든다. 하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세세한 감정, 그사이에 해결되는 일련의 스토리를 만들어 책을 끝까지 붙잡게 만든다. 읽다 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

2) 추천하는 사람들
이 책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혹은 유튜브에서 과학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좋아하리라 확신한다. 영상적으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영상에서 보여주지 않는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소개하기에 지식적으로 얻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흥미롭다.

대중에게 수학과 과학을 쉽게 소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작정 쉽고 재미있는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어려운 내용이라도 조금 더 이해하고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학계와 과학계의 진정한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원 칼럼니스트] 
고려대 산업경영공학과(휴학 중)
미디어파인 대학생칼럼니스트 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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