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콜린 패럴 VS 브래드 피트 [유진모 칼럼] 영화 '알렉산더'
[히스토리&컬처] 콜린 패럴 VS 브래드 피트 [유진모 칼럼] 영화 '알렉산더'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7월 21일. 기원전 356년 마케도니아 국왕 알렉산드로스, 1899년 미국 문학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1902년 소설가 채만식, 1944년 영국 영화감독 토니 스콧, 1951년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 1952년 방송인 강석, 배우 전국환, 1958년 가수 하덕규, 1976년 배우 강성연, 1984년 송중기 아내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 1986년 가수 지아, 1988년 중국 배우 장톈(경첨), 1989년 배우 장미관, 1995년 뉴이스트 백호, 2000년 ITZY 리아, 에버글로우 아샤 등이 태어났다.

기원전 356년 헤로투스라투스가 아르테미스 신전을 방화로 파괴했다. 1831년 벨기에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했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진화론 교육 문제로 이른바 '원숭이 재판'이 열렸다. 1940년 소련이 발트 3국을 합병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탐사선 이글에서 하선하여 인류 최초로 달을 밟았다. 1983년 남극 보스토크 기지에서 역대 최저 기온 영하 89.2도가 기록되었다.

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드로스 3세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다. 아버지 필리포스 2세가 암살당하자 20살에 왕위에 올라 먼저 아래로 내려가 아프리카 북부에 알렉산드로스를 건설한 뒤 동진해 숙적 페르시아를 정복한 뒤 인도까지 진출했던, 엄청난 영웅이다.

할리우드에서 그를 가만히 놓아두었을 리 없지만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에게는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2004. 12. 31)가 가장 편할 것이다. 알렉산더를 콜린 패럴이, 영화의 화자인 늙은 프톨레마이오스를 앤서니 홉킨스가, 필리페 2세를 발 킬머가, 어머니 올림피아스를 안젤리나 졸리가 각각 맡았다. 그런데 모자로 출연한 졸리와 패럴은 361일밖에 차이가 안 난다.

화려한 라인업만큼이나 볼거리가 많다. 러닝 타임이 175분으로 극장용 상업 영화치고는 만만치 않은 길이이지만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다. 공교롭게도 그 작품보다 앞서 4월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가 개봉되었기에 조금 헷갈리게 만드는 측면도 없지 않다. 패럴은 데뷔 때부터 피트 짝퉁의 뉘앙스가 풍겼는데 '알렉산더'에서는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해 피트를 대놓고 흉내 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남자들의 동성애는 일반적이었다. 특히 군인이나 정치인 등 상류 사회의 남자들은 마치 그것을 훈장처럼 자랑했다. 알렉산더 역시 전 세계를 돌며 정복지마다 왕비를 두었지만 군대 내에 남자 애인도 있었다. 영화에서 대놓고 둘의 베드 신을 넣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인지할 만큼의 분위기는 조성된다. 그 전우이자 애인 헤파이스티온 역은 '조커'의 자레드 레토가 맡았다.

알렉산드로스라고 하면 키니코스학파(견유학파), 즉 오늘로 치면 개똥철학파를 대표하는 디오게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라고도 불렸던 이 괴짜는 시노페에서 가짜 돈을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쫓겨나자 아테네로 가서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키니코스학파의 창시자인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되었다.

그러니 디오게네스는 사실 플라톤과 '사촌'인데 체질적으로 부자와 형식적인 것을 싫어했던 그는 대놓고 플라톤을 '디스'했다. 당시 플라톤은 제도권 최고의 지도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서 맨 첫 번째에 자리할 정도이다.

그런 그가 "인간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털 없는 짐승이다."라고 말하자 디오게네스는 닭의 털을 모두 뽑은 후 "이게 바로 호모 플라토니쿠스이다."라고 떠들고 다녔다. 그는 집도 없었고, 당연히 재산도 땡전 한 푼 없었지만 언제나 유유자적하며 자족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말썽도 많았다. 자유로운 욕망이 행복이라고 외쳤던 그는 백주에 거리에서 자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의 유명세를 듣고 알렉산드로스가 찾아가 "원하는 대로 말하라. 다 해 줄 테니."라고 말하자 디오게세스가 "아, 좀 비키셔. 햇볕 좀 쐬게."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대다수가 알고 있다.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린-얼마나 창피했을까!-알렉산드로스는 "아마 내가 알렉산드로스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디오게네스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빌었을 텐데."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관습, 형식, 체면 등에 얽매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살라는 교훈은 로빈 윌리엄스 최고의 걸작 '죽은 시인의 사회'(피터 위어 감독, 1990)에도 등장한다. 명문 학교 교사 역을 맡은 윌리엄스는 수시로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를 외친다.

그 주제는 다시 윌리엄스의 걸작 중 하나인 '바이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2000)으로 이어진다. 가장 리처드 마틴은 가족들을 위해 최첨단의 가사 도우미 로봇을 구매해 앤드류 마틴이라고 이름까지 붙여 주고 한 가족처럼 지낸다.

그런데 앤드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정체성을 갖고 싶어 한다. 즉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자신과 같은 사고를 가진 '제품'이 세계 어디엔가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뜻밖에 예술을 할 줄 알아 가족에게 큰돈을 벌어 준 앤드류는 세계 여행을 떠나고 드디어 목적을 이룬다.

그리고 그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인간보다 수명이 길고, 고장 나더라도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기계로 머무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죽고 싶은 것이다. 몸에 피가 흐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짧아도 굵게, 사람답게 '카르페 디엠'하고 싶은 것이다.

이 두 영화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헛되이 살지 말라고 가르친다. 어차피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다. 한탄, 후회, 아쉬움, 분노, 안절부절, 걱정 이런 모든 것은 불필요하다. 그저 오늘 숨 쉰다는 게 중요하니 숨 쉴 때 즐기라는 것. 전술한 영화들은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니 시간 날 때 감상해 보도록 하자.

원숭이 재판은 개신교의 보수주의가 압도적인 미국에서 진화론 교육을 반대하며 열린 재판이다. 물론 진화론에도 허점은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하고 이론적이며 과학적, 현사실적이다. 그렇다면 창조론의 허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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