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쿠바, 니체, 그리고 모히토 [유진모 칼럼]
[히스토리&컬처] 쿠바, 니체, 그리고 모히토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2023년 7월 26일. 1856년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1875년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브 융, 1919년 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1928년 미국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1943년 영국 록 밴드 롤링 스톤스 보컬리스트 믹 재거, 1949년 영국 록 밴드 퀸 드러머 로저 테일러, 1952년 배우 명계남, 1969년 영국 배우 제이슨 스타뎀, 1980년 배우 이동건, 1988년 배우 김규선, 1989년 배우 전여빈, 1997년 원어스 이도 등이 세상에 태어났다.

1952(1919~)년 아르헨티나 영부인 에바 페론, 2010(1931~)년 대한민국의 참군인 장태완 등이 세상을 떠났다.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 몰디브, 라이베리아 독립의 날. 1953년 쿠바 혁명이 시작되었다.

쿠바는 19세기 말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당시 호세 마르티 같은 크리오요(혼혈)들의 주도로 독립 운동이 전개되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지역으로의 세력 확장을 꾀하던 미국은 독립군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던 중 전함 메인호가 아바나항에서 폭발한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개시해 5개월 만에 승리한다. 스페인은 쿠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를 미국에 넘긴다.

1902년 쿠바는 명목상 독립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 정권은 계속 친미의 아부 정책을 일관했기 때문에 혁명 직전까지 쿠바는 미국과 지도자 바티스타가 양분해 소유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이날 피델 카스트로,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이 주도한 몬카다 병영 습격 사건으로 혁명이 시작되어 바티스타의 친미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메리카 최초의 공산 국가가 설립된다. 그동안 미국의 지배에 신음하던 쿠바의 민중들로서는 처음 맛보는 해방이었다.

아서 C. 클라크 단편 소설 '파수병'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는 SF 장르를 떠나 모든 영화의 선두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걸작 중의 걸작으로 추앙받는다. 큐브릭은 모든 감독 중의 감독이다.

이 작품은 인류의 기원부터 모노리스에 묻는다는 점에서 다분히 '프로메테우스'의 리들리 스콧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진정한 SF의 신기원이자 또 다른 시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이 더욱 위대한 것은 한마디로 니체 그 자체라는 것이다.

감독은 노골적으로 주제곡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선정했다. 니체의 저서 중 가장 유명한 동명의 산문시는 산속에 숨어 살던 차라투스트라가 30살을 맞아 '신은 죽었다.'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에 나와 여기저기 여행하며 우매한 사람들을 가르치다가 결국 위버멘시(극복인)가 되어 영겁회귀의 삶을 산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독교에서는 인류가 선악과를 통해 수치를 깨닫지만 여기서는 모노리스를 통해 의식과 의지가 향상된다. 인간은 무엇인가? 이 영화 초반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나온다. 니체는 인간을 그것에서 위버멘시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상정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낙타(인내), 사자(용기), 어린아이(창조)의 단계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정오에 태양이 인간의 머리 정중앙을 향할 때 인간이 가장 깊게 성찰한다고 보았다. 모노리스는 태양과 달과 일직선상에 놓인다.

마지막에 늙은 주인공은 아기가 된다. 그게 바로 영겁회귀이자 위버멘시이다. 결국 우주란? 그 속의 먼지보다 더 작은 인류는?

가이아 이론은 한마디로 쉽게 말해 지구가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라는 주장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신=자연의 섭리=생사의 순환'이 아닐까? 융의 집단 무의식 역시 유사한 점을 느끼게 한다.

록의 역사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거물 두 명이 태어났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감상한 뒤 롤링 스톤스와 퀸의 음악을 감상하며 모히토 한 잔 마셔 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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