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생방송 중 성기 노출, 인디의 제삿날 [유진모 칼럼] 영화 '그랑블루'
[히스토리&컬처] 생방송 중 성기 노출, 인디의 제삿날 [유진모 칼럼] 영화 '그랑블루'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2023년 7월 30일. 1947년 미국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 1948년 프랑스 배우 장 르노, 1966년 가수 변진섭, 1970년 미국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1974년 미국 배우 힐러리 스왱크, 쿨 이재훈, 1982년 배우 김민정, 1983년 배우 박재민, 1988년 래퍼 던밀스, 1988년 배우 박세영, 1991년 가수 벤, 달샤벳 지율 등이 태어났다.

2007년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 이탈리아 영화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이 사망했다.

1980년 교육법 개정으로 과외 수업이 불법이 되었다. 바누아투가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지배로부터 독립했다. 2005년 MBC '음악캠프' 생방송 중 희대의 방송 사고가 발생하면서 강제 종영되었다.

'음악캠프'는 기존의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과 달리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인디 밴드 럭스를 무대에 세웠다. 럭스의 공연 때 함께 무대에 섰던 카우치 멤버 신현범과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 오창래가 광대 분장을 한 채 하의를 완전히 탈의해 성기를 노출하는 희대의 사고가 발생했다. 생방송이었기 때문제 제작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럭스의 무대는 끝까지 진행되었다. 방송 직후 전국은 크게 들썩였고, 여론에 의해 이 프로그램은 바로 폐지되었다. 방송사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런 점이 인상 깊었겠지만 사실 이 사건은 국내 대중음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변곡점이 되었다.

당시 홍익대학교 인근 클럽을 중심으로 한 국내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흐름은 힙합 뮤지션과 인디 밴드가 양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장르는 호시탐탐 주류 입성을 노리며 은근한 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DJ DOC 등의 활약으로 힙합 쪽이 다수 우세한 형국이었다.

그러나 '음악캠프' 제작진은 시선이 달랐던 듯하다. 일단 인디 밴드는 직접 레퍼토리를 만들고, 연주, 편곡 등을 모두 해 낸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인디 밴드가 인기를 얻으면 주류 밴드가 된다고 믿은 듯하다. 이를테면 노브레인처럼.

물론 밴드의 록 음악이 발라드, 힙합, 트로트 등의 타 장르보다 훨씬 다양하고 대부분 깊이가 있으며 상업적 가능성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록 음악이 전 세계 대중음악의 주류로 자리매김했고, K-팝 역시 미국과 영국의 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충분히 입증된다.

그러나 럭스의 무대는 제작진의 그런 희망을 완전히 꺾었다. 사실 이 사건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럭스의 음악이 다른 록 밴드보다 특별히 우월하다고 보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인디 신에도 실력파 뮤지션들은 충분히 존재했다.

어쨌든 이 사건을 계기로 인디 밴드 음악은 완전히 배척당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힙합이 반사 이익을 누리며 이후 모두 주지하다시피 주류 자리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 각종 뉴스에서 보듯 각 장르 중 유독 힙합계에서 사건, 사고가 많다. 불미스러운 일, 부도덕한 사건, 범죄 행위 등이 두드러진다. 만약 이날 럭스의 공연이 성기 노출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인디 록 밴드의 음악이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단 한 번의 공연만으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음악캠프' 제작진의 노력은 계속되었을 것이고,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더 커졌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 위대한 비틀스도 자그마한 클럽에서 인디 밴드로서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현대 상업 영화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위대하며, 깊이가 있으면서도 상업적이라는 천재 크리스토퍼 놀란이 태어났고, 마뇰 드 올리베이라와 함께 현대 영화 최후의 거장이라 불리는 잉마르 베리만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몇 시간 간격으로 눈을 감은 날이다.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내달 15일 개봉되는데 벌써부터 그 소문이 어마어마하다. 그의 영화 철학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초기작 '메멘토'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는 언제나 그의 필모그래피의 앞줄에 놓일 것이다. 꼭 감상하고 메시지를 읽어 보도록.

오랜 시간 파트너였던 워너브러더스가 OTT에 충실하자 놀란은 이를 비난한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오펜하이머'는 유니버설 픽쳐스와 손을 잡았다.

장 르노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레옹'(뤽 베송 감독, 1995)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베송은 이후에도 '제5원소' 등 돈 되는 상업 영화나 블록버스터에 치중했는데 사실 초기 그는 아트 무비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인 '니키타'도 훌륭하지만 르노가 공동 주연한 '그랑블루'는 베송의 예술성과 르노의 순수한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니 한 번쯤 감상해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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