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미이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제임스 건 감독)는 어떤 면에서 해석한다면 기독교에 대한 반발로 비칠 수도 있다. '스타 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은 어린 시절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 도적단 라바저스에게 납치되어 자랐다. 12건의 전과자 가모라(조 샐다나)는 양아버지 타노스 밑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희생시켰지만 이후 '엔드게임'에서 현재로 오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을 잃었다.

네뷸라(카렌 길런)는 타노스의 양녀로서 가모라와 피가 안 섞인 자매이다. 타노스에 의해 인간의 신체가 하나도 없는 사이보그가 되었다.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는 힘이 장사이지만 머리가 모자라서 무식하다. 멘티스(폼 클레멘티에프)는 피터의 아버지이자 신인 에고의 시종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조종할 수 있다. 고아인 줄 알았지만 사실 에고의 딸로서 피터와 이복 남매이다.

크래글린(숀 건)은 욘두가 이끌던 라바저스의 멤버였으며 죽은 욘두에게 정신적인 힘을 이용하는 살상 무기 화살을 물려받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단연 라쿤이었던 로켓이다. 신적인 존재 하이 에볼루셔너리에게 89P13으로 불리던 실험체 동물에서 어떻게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는지가 이 작품의 주요 스토리이다.

소버린 종족의 조종을 받는, 슈퍼 파워를 지닌 아담 워록(윌 폴터)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와 로켓을 공격하고 잡아가려 하지만 멤버들의 저지를 받는다. 로켓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아담은 네뷸라의 공격에 부상을 입고 본거지로 후퇴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피터는 부상 당한 로켓을 살리기 위해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결정하고, 네뷸라는 라바저스와 함께 있는 가모라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에 에볼루셔너리는 소버린 종족을 비롯해 우주의 수많은 종족들을 창조한 신적인 인물이다. 로켓 역시 일개 라쿤에서 새로운 종족으로 개조된 것인데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놀랄 정도로 천재적인 두뇌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그를 잡기 위해 지금까지 전 우주를 뒤졌던 것인데.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 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군더더기 없는 통쾌한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도 그런 기대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멤버들 사이의 티격태격하는 캐릭터의 향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멍청한 드랙스, 센서티브한 멘티스, 잘난 체하는 피터, 시니컬한 가모라, 냉정한 네뷸라 등의 조화 혹은 불협화음은 매우 즐거운 유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의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를 보면 밀렵꾼을 비롯한 동물들에게 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느껴진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외쳤던 프로타고라스에 반발해 모든 동물은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고 웅변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인류는 일찍이 늑대를 사육하며 개라는 새 품종을 만들었고, 그 개들조차도 다양한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류들로 변화시켜 왔다. 그뿐인가? 소, 말, 양, 닭, 염소 등 수많은 동물을 자연에서 포획해 인류의 생활 속으로 끌어와 사람의 입맛대로 길들여 왔다.

물론 그런 행동이 인류의 생활에 편의와 안락과 풍요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동물들의 자유와 생명을 제한한 것 역시 확실하다. 입장을 바꿔서 인간보다 월등한 종이 인간을 잡아들여 그들의 서식지에서 사육하며 노동을 시킨다고 상상해 보자. 과연 그것을 견뎌 낼 수 있을까? 물론 동물은 인간의 그런 사유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마음은 인류는 알 수 없다. 그들끼리만 알 수 있다.

외연상으로는 여기까지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발전시켜 보면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창조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분명히 다른 종에 비해 전지전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초능력뿐만 아니라 첨단 과학의 힘까지 보유했다.

인류의 입장에서 볼 때 신은 인간이 볼 수 없는 매우 특수한 영역에서 모든 인간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뚫고 있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인간이 만든 개미집과 인간이 바로 그런 관계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천지창조론? 진화론? [유진모 칼럼]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여러 가지 동물들을 다른 종으로 바꿔 신세계를 꾸미려 하고 있다. 자신이 이 우주의 창조자인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천지창조가 될 수도 있다. 피터 일행의 탈출은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더불어 이 작품은 신이 되려는 인간의 오만하고 방자한 태도를 꾸짖고 있다. 인류는 동물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동물의 야생성을 말살하며 사람의 입맛대로 길들이고 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종을 멸종시켰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뿐만 아니라 AI를 비롯한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생활을 최대한 편리하게 만들고자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간과하거나 모른 척하고 있다. 천지창조론이 옳든, 진화론이 맞든 현재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개입하는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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