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기생수'는 일본의 인기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실사 영화 '파트 1'과 '파트 2'(야마자키 다카시 감독, 2015)로 제작된 데 이어 국내에서 전소니와 구교환을 주연 배우로 해서 '기생수: 더 그레이'로 리메이크된다고 한다. 그만큼 원작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인간의 세상에서 어느날 갑자기 머리만 사라지는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고참 히라마 형사가 사건에 투입된다. 사실 그 살인은 인간이 아닌, 기생수들에 의한 생존의 행위였다. 자그마한 기생수는 인간의 뇌에 침투해 그 몸을 완전히 제압한 뒤 조정하면서 살아간다.

고교 2년생 신이치가 잠자다 코로 들어온 기생수를 빼 내자 기생수는 오른팔로 침투한다. 그리고 기생수는 뇌를 점령하는 데 실패한 뒤 오른팔에서 신이치와 공생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쩔 수 없이 신이치의 보호자가 된 것인데 사실 그는 동족 중 심성이 고운 편이다. 신이치 역시 그를 오른쪽이라고 부르며 공생을 인정한다.

신이치는 우연히 사람을 잡아먹는, 기생수가 점령한 생명체를 발견해 그를 공격해 죽인다. 히라마 형사는 그 사건 현장에 나타나 수사를 한 이후 신이치를 의심한다. 신이치의 학교에 새 과학 여자 교사로 교코가 부임한다. 그녀 역시 기생수. 교코는 경찰 A와 그 학교로 전학할 시마다를 소개한다. 물론 기생수이다. 시장에 당선된 히로카와는 시청을 기생수들로 채우고, 기생수들은 점점 더 인간의 세상을 잠식해 간다. 결국 경찰은 특수부대를 출동시켜 시청을 점령하고 기생수들을 골라 하나씩 살해한다.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교코는 A와 성관계를 갖고 임신한다. 그녀는 기생수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아이도 낳아 보고 싶고, 기생수와 공존하는 신이치를 관찰하고 싶다. 그래서 A와 시마다에게 신이치의 관찰을 시켰는데 A는 신이치를, 시마다는 여학생들을 죽이려 해서 신이치는 결국 그들을 처치한다.

기생수 조직에 가장 강력한 존재 고토가 등장한다. 그는 한 사람의 몸에 다섯 마리의 기생수가 침투한 막강한 존재이다. 그는 교코도 제거하려 한다. 죽어가던 A는 마침 인근을 지나던 신이치의 엄마를 발견하고 그녀의 몸에 들어간 뒤 집에 와 신이치의 심장을 관통하는 공격을 한 뒤 어디론가 떠난다. 그러자 오른쪽이가 심장에 들어와 상처를 치료함으로써 신이치를 강력한 존재자로 만든다.

A가 사라지고 시마다가 죽자 교코는 신문 기자 쿠라모리에게 접근한다. 그는 아내를 여의고 어린 딸 유미와 둘이 사는 지질한 사내로서 교코에게 흑심을 품고 그녀의 명령을 따른다. 교코를 제거하려는 고토가 부하를 시켜 쿠라모리의 아파트에 폭탄을 던져 유미가 죽는다. 교코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한 쿠라모리는 교코의 딸을 유괴한 뒤 교코를 부르고, 교코는 신이치를 부른다. 그 셋이 만나는 현장에 히라마 형사도 나타나는데.

일본의 공포 영화는 대부분 비위를 상하게 만드는 편이다. 이 작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비교적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커다란 메시지마저 던져 준다. 비록 '파트 2'의 결말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는 테제가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 선언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인간들은 아주 흔하게 그런 의견을 당연한 듯 펼치고는 한다.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신이치는 "왜 너희들은 인간을 먹고살지?"라고 묻자 교코는 "우리는 인간만 먹어. 하지만 인간들은 다양한 동식물들을 먹고 살잖아."라고 답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코는 인간과 비슷한 식생활을 하며 그것에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기생수 특유의 생존 방식을 바꿔 가면서까지 공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도, 만물의 영장도 아니다. 그저 이 지구촌에 사는 종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신 혹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공존하는 방식을 택해야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다 타 종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구상의 모든 종에게 적용되는 공리주의이다.

두 번째는 환경 보호이다. 교코는 뇌까린다. "인간의 개체 수가 100분의 1로 줄면 그들이 불태워 없애는 숲의 면적도 100분의 1로 줄까? 인간이 배출하는 독성 물질도 100분의 1로 줄까?"라고.

신이치는 인간의 뇌와 인육을 먹는 기생수를 악마라고 비난한다. 그러자 교코는 "악마에 가장 가까운 생명체는 인간이다."라고 반박한다. 인간은 서로 못 죽여 안달하니까. 또한 쓰레기를 쏟아 내는 게 살인보다 중범죄라고 주장한다. 결국 그 쓰레기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른 종의 개체 수를 줄일 테니까.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기생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지 묻는 크리처 공포 [유진모 칼럼]

그렇다. 인간은 선사 시대에는 먹이를 빼앗으려, 번식하기 위해, 추위를 피하려고 서로 싸워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심지어 죽게 만들었다. 문명이 발생한 이후에는 역시 여자와 재물 때문에 싸웠다. 종교는 핑계일 따름이었다.

굳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인간 기생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생수들도 그렇다. 고토 같은 어긋난 욕망의 존재나, 평화적인 교코 같은 존재는 인간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의 거울이다.

인류는 인간이라는 종이 다른 종에 비해 우월하고, 그래서 다른 종 위에 군림해야 하며, 또한 인간을 위해서 다른 종을 희생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이는 불균형이라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이다.

오른쪽이가 들어온 초창기에 신이치는 눈물을 잃는다. 눈물과 웃음을 모르는 교코는 아이를 낳은 뒤 그 사랑스러움에 반해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며 한바탕 웃어 제낀다. 기생수가 인간의 뇌를 먹는다는 것은 중의적 의미이다.

하나는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지적으로 월등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런 훌륭한 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생각 없이 사는 인간도 엄존한다는 자조적 의미이다. 결국 교코도, 신이치의 어머니도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어머니는 위대한 존재라는, 이 작품의 마지막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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