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중요한 날 불편'의 의의 [유진모 칼럼] 고소영 SNS.
고소영, '중요한 날 불편'의 의의 [유진모 칼럼] 고소영 SNS.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배우 고소영의 사과는 무엇에 대한 사과일까? 고소영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남편 장동건과 딸 등 가족과 함께 즐긴 일본 여행 사진을 다수 공개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하필 광복절에 그런 사진을 올리느냐는 항의성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고소영은 게시물을 바로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에는 게시글의 흔적이 퍼졌고 비난은 그칠 줄 몰랐다.

그러자 16일 고소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중요한 날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인지 후 바로 삭제했지만 너무 늦었다. 앞으로는 좀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기도' 이모티콘과 함께 사과의 의도를 전달했다. 하지만 다수의 매체나 대중은 고소영의 사과가 뒷맛이 개운치 않을 뿐더러 심지어 사과가 사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광복절 연휴를 이용해 일본 관광을 한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를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정서적으로도 죄책감이나 부담감을 크게 가질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건 사회적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걸 SNS에 올려봤자 지인 몇 명 외에는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일반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장동건과 고소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소영과 장동건이 결혼식을 올릴 때 거의 모든 언론들이 '세계적 결혼식', '슈퍼 커플' 등의 표현을 썼다. 지금이야 그들이 50대의 나이이지만 결혼하던 2010년만 하더라도 30대 후반의 최정상의 인기를 자랑하던 연예인이었다. 물론 고소영 특유의 신비주의도 한몫해 이들 부부의 영향력은 아직도 전성기에 못지아니하다.

물론 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여행을 다녀왔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SNS에 당당하게 사진을 업로드한 게 문제였다. 광복절에 일본에서 즐긴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미디어에서의 영향력이 큰 이들 부부가 당당하게 일본 여행을 널리 알림에 따라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고소영의 사과 글은 짧았고, 깊이가 부족했으며, 본질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이 글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재되었다는 점이 무언가 찜찜하다. 고소영이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죄송한 마음을 느껴서 사과했다기보다는 여론에 떼밀려 마지못해 흉내만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다.

게다가 광복절을 그저 '중요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35년 동안의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자유와 독립을 되찾은 날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묘사조차도 없었다. 중요한 날은 개인적으로 생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생일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365일 중의 하루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광복절은 다르다. 긍정적으로 감격해야 할, 가장 특별한 날이다.

더구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라고 표현했다. 그들이 광복절에 일본 여행을 한다고 불편해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불쾌하게 생각할 사람은 무척 많다. 그들의 '소셜 포지션'으로 미루어 분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고소영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일부러 외면한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이유이다. 같은 날 소녀시대 서현은 도산 안창호 기념관을 찾았고, 지드래곤과 김희선은 SNS에 태극기를 게재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송혜교는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해외에 남아 있는 대한민국 역사 유적지에 한국어 안내서 등을 12년째 기부하고 있다. 그런데 고소영과 장동건은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에서 쓰고 있었다. 비난한 사람들은 장-고 부부에게 송혜교 같은 선행을 바란 게 아니다. '행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날짜를 잘못 골랐다.'라며 다소 철없어 보이는 행동을 지적해 준 것뿐이다.

장-고 부부가 1972년생이니 그들의 부모는 1945년에 아직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따라서 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일제 강점기의 참상과 광복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장-고보다 훨씬 어린 서현과 지드래곤의 행동을 보면 나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장-고 부부는 가진 돈이 많고, 세계는 넓은데 왜 굳이 일본이어야 했을까? 혹시 '에이, 재수 옴 붙었네.'라며 아직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광복절처럼 우리 민족과 나라에 뜻 깊은 날에 철없게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와 많은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 국민의 사랑으로 먹고사는 유명 연예인으로서 잘못을 뉘우친다.'라고만 했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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