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줄을 서는 두 가지 이유 [박창희 칼럼]

박창희 교수l승인2016.06.01l수정2016.06.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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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향후 50년 간 인간의 손아귀에 들어있을 스마트 폰엔 각종 배달 앱이 장착돼 있다. 자가용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우리는 언제든 맛집을 찾아 떠날 준비가 돼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특권을 버리기 힘드시죠? 라는 질문에 '네' 라고 대답한다면 다이어트도 힘들어진다. 달고 기름진 음식이 주위에 넘치는데 현미밥에 시금치 나물이 성에 차겠는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소득이 높아지고 주거가 안정돼도 왠지 우리의 심신을 괴롭히는 것들은 줄지 않는 느낌이다. 술이나 담배, 커피 등의 기호식품과 입에 달콤한 무수한 식괴들이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러나 음식이 기분이나 분위기 전환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지친 심신을 건강에 불리한 음식으로 달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흔히 말하는 대증요법, 즉 원인은 무시한 채 증상만 달래는 약의 효과와 다를 바 없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덮어둔 채 술과 맛있는 음식에 탐닉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모습이다.

필자 역시 사람인지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O, X 판을 나눠주고 “먹기 위해 줄을 서 본 경험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적잖은 사람들이 O를 들 것이다. 필자도 당연히 O다. 지난 해 여름 부산의 허름한 돼지국밥집 앞에 우리 일가족이 줄을 섰을 때 얘기다. 핫플레이스로 T.V에 소개된 맛집을 아내가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후 장인, 장모를 포함하여 여섯 식구가 찾아갔는데 중간에 내비를 든 젊은 남녀의 뒤에 붙어 조금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것이 땡볕이 쏟아 붓는 대명천지에 장시간 줄을 서게 된 재앙의 전주곡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가 3시간 줄을 선 끝에 점심을 먹고 돌아온 사연이다.

부산의 범일역에 내려 좁은 길을 빠져나와 육교를 지나고 건널목에 들어서니 길 건너 긴 줄이 보였다. 모퉁이를 돌아야 식당이므로 줄 뒤에 붙은 우리에겐 식당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로변에 줄을 서다 보니 행인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버스 승객들 조차 우리를 쳐다보며 지나간다. 돼지국밥 한 그릇 먹자고 이 짓을 하나 하는 생각에 필자는 주눅이 들고 창피했다. 고행의 제안자인 아내는 그새 선글라스를 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팔짱을 끼고 서 있다. 화가 나서 한마디 하려 했지만, 이 일을 발의하고 줄까지 섰으니 아내는 더 힘들겠지란 생각에 꾹 참았다. 좁은 식당에 사람이 넘치니 줄은 줄지 않았고 연로하신 장인, 장모와 어린 쌍둥이들은 지쳐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결국, 줄을 선지 2시간 30분 만에 입장을 했고 다시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데 30분이 걸렸다. 장시간 줄을 선 수고에 비해 썩 감동적이지 않은 국밥을 먹으며 필자는 헛웃음이 나왔고 맛에 대한 평가는 제각기 갈렸다. 줄을 서 있는 동안 필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가 한 끼 음식을 먹기위해 번호표를 받거나 장시간 줄을 서는 이유는 무얼까. 전쟁이나 사회적 재난 발생 시, 또는 노숙자들이 한 끼 식사를 받기 위해 선 줄과는 차원이 다른 줄이다. 이제는 음식이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먹고 즐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 두렵다. 눈에 보기 좋고 입에 단 음식이 활개를 치거나 그것을 조장하여 인기를 얻는 미디어가 횡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고불변의 진리는 음식물의 대사로 인해 우리는 생명력과 항상성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체내 환경이 변할 때 몸속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인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항상성이 깨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비만이나 각종 질병은 체내 항상성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한 결과이다. 음식의 대사과정과 그 중요성을 이해함과 더불어 기분 전환용으로 음식을 먹는 일은 일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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