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한국인의 식문화의 서구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햄버거, 피자, 다이닝(아웃백, 빕스 등)으로 이어진 웨스턴 외식 시장의 성장에 이어 이제는 가정 식단에도 많은 변화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이제 집에서 즐기는 커피와 빵, 파스타, 샐러드 등이 친숙하고, 이는 흰 쌀밥과 밑반찬이 한 끼 식사의 기본형이었던 10년전과는 매우 다른 풍경이다.  이제 우리는 마트의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파스타소스들과 시식을 권유하는 이모님들을 매일 저녁마다 볼 수 있다. 현재 파스타 소스 시장은 약 700억 규모로 2011년 400억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파스타를 집에서 즐기고 있으며, 만약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직 그렇지 않다면 파스타 소스 시장은 여전히 큰 성장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스타 소스 시장이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파스타가 이렇게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고찰해보기로 하자.

▲ 삼청동 플로라-새우로제파스타

한국문화에서는 여성이 전업주부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식단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그들은 전업주부로서 김장과 메주 담그기와 같은 찬의 기본재료부터 요리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한식문화를 책임져왔다. 그러나 현재 주류를 이루는 40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사회활동과 여성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대외활동의 확장은 음식의 전체적인 조리시간 단축을 야기하였다. 통마늘보다 간마늘을 선호하고, 해감이 된 바지락을 구매하는 그들보다 어린 세대의 여성 집단은 더 편한 조리법과 음식을 찾고 있다. 한식은 각각의 수많은 밑반찬들은 조리하고 깊은 맛을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발효제품, 숙성제품이 대부분이다. 메주, 간장, 김치가 만들어지는 시기와 이것들을 활용한 밑반찬이 조리되고 숙성되는 시기를 고려한다면 하나하나가 시간 소요가 되고, 정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식의 준비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반찬전문가게가 성업 중에 있고, 레토르트 포장된 각종 반찬과 국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 채근담 한정식

이러한 식문화의 변화 속에 웨스턴 또한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그 이유는 바로 외식의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외식을 통해 우리는 햄버거, 피자, 스테이크, 빵과 커피 그리고 파스타를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이제 우리는 해외를 나가서도 메뉴를 고르는 방식이나 먹는 방법 때문에 진땀을 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웨스턴 음식은 이제 우리에게 꽤 친숙한 식사가 되었다. 한 시장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한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업체가 경쟁을 하고 있을 때라고 보아도 무방한데, 이제 그만큼 고객의 경험도가 늘어났고, 다양한 수요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원산지에 따라 스테이크의 프리미엄을 구분하기도 하고, 화덕피자를 더 고급피자로 인식하고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한다는 것을 안다. 현재 우리는 가로수길, 경리단길과 같은 맛집거리에서 다양한 authentic food를 즐길 정도로 외식시장은 성숙되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품질은 지속적으로 상향조정되고 있고, 집에서도 외식처럼 즐기고자 하는 욕구도 생겼다. 오븐이나 블렌더를 가정용으로 구입하기도 하며, 레스토랑에서 즐기던 파스타를 집에서도 즐기고자 하는 시장도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 부팔라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바질 파스타

다른 웨스턴 음식에 비해 파스타가 가정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접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웨스턴 음식 중 가장 가정에서 구현하기 쉽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햄버거용 번이나 패티의 품질이 관건인데 노력에 비해 패스트푸드의 그 맛보다 뛰어나기 힘들다. 또한 그런 수고를 들이는 것보다 배달로 손쉽게 먹을 수 있다. 피자 또한 도우부터 기본이 되는 토마토페이스트를 구입하는 것과 도우를 구울 수 있는 기계도 마땅하지 않다. 또한 배달이 더 수월한 선택의 종착지이다. 반면 파스타는 비빔라면을 만드는 조리방식과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집에서도 쉽게 맛있는 파스타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한두번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대부분은 어느정도 맛있는 파스타를 집에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이 가정용 파스타 소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먹방, 집밥이라는 키워드가 대세가 된 현재 우리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간단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형태를 점점 향유하고 있다. 서양식은 한식에 비해 재료준비에 노력이 덜 들어가고 장류 특유의 맵고 짠 맛에 비해 프레쉬함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쁜 현대 한국사회에서 전통적인 한식은 조금씩 장악력이 약해지는 반면, 서양식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결과론적으로 먼 훗날 서양식은 저가 포지셔닝을, 그리고 한식은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식은 노력과 정성 대비 낮은 판매가를 기록하고 있고, 양식은 한식 대비 높은 가격에 있지만, 한식에서 필요로하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건강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진다면 한식은 현재보다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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