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그냥 집에 갈 수 없나? [박창희 칼럼]

박창희 교수l승인2016.06.27l수정2016.06.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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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으로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버틸 수 있는 능력, 즉 검약 유전자를 가진 자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하루로 본다면 23시간 59분 57초 동안 굶주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세월 기아를 경험한 인간의 몸이 생존하기 위해 채택한 방식이 바로 지방저장능력이다. 약간의 잉여 에너지라도 지방으로 저장하고 기아 상태시 꺼내 쓴다는 기전은 과거에 장려되던 저축의 근검절약 정신과 매우 흡사하다. 알뜰히 모은 돈을 쉽게 쓸 수 없듯, 우리 몸 역시 살뜰히 모은 지방을 잘 내어주지 않는다. 내놓더라도 포도당(신용카드), 글리코겐(현금), 지방(보험금)의순서다. 운동에 집착하기 전에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의 효과는 혈액순환 촉진을 통한 면역력 증강 및 HDL 콜레스테롤 상승, 자존감 회복 등, 많지만, 정작 체중 감소 효과는 미비한 편이다.

예를 들자면 하루에 500kcal를 소모하는 운동으로 줄일 수 있는 체지방의 양은 70g에 불과하다. 월 2kg의 체중 감량을 위해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이 매일 이와 같은 운동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직업적으로 운동하거나, 퍼스널 트레이너가 붙어 관리를 받는 연예인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운동 몇 번 하고 체중계에 올라 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몸을 쓰는 것보다 먹는 것을 고민해야 할 이유 다. 체중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움직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먹느냐에 달렸다. 잉여에너지를 운동으로 덜어내겠다는 생각이 폭식을 묵인하여 과식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술을 곁들이면 뇌의 통제 기능이 망가져 본인도 느끼지 못한 채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게 된다.

술이나 음식뿐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과한 운동도 문제가 된다. 장시간의 운동이 절제하기 힘든 식욕을 부추기는 대표적 예가 등산이다. 먹기 위해 몸 푸는 것이란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산 밑엔 유독 음식점이 많다. 등산객들이 술을 마시고 불콰한 모습으로 전철에 오르면 마치 군장을 멘 점령군처럼 보인다. 지팡이는 소총처럼 배낭 옆에 꽂혀있는데, 몇몇이 배낭을 메고 오르면 그 틈을 헤집고 나가기도 힘들다. 산에 며칠 묵을 것도 아닌데, 배낭은 너무 무겁다. 짐을 내려놓아야 할 주말에 과도한 짐을 메고 산을 오르면 무릎관절을 포함한 몸의 주요 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가볍게 오르고, 과하지 않은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주위에 흔한 조기 축구와 심야의 배드민턴도 문제가 있긴 매한가지다. 심지어 축구 동호회의 어떤 이는 일요일 새벽에 신고 나온 축구화를 월요일 새벽에 벗기도 한다. 점심, 저녁에 당구장 술 내기에, 노래방까지 섭렵한 경우다. 배드민턴의 경우는 운동이 끝난 후 맥줏집에 모여 셔틀콕처럼 술잔을 주고받는다. 운동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술집으로 찾아와 아쉬움을 달랜다. 업무 등으로 불참했다면 집에 가서 쉴 일이지, 술집으로 올 일이 아니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애써 줄인 칼로리를 다른 것으로 보충하는 것은 운동의 본질과는 한참 동떨어진 행위다. 운동은 건강의 유지나 증진을 목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일이지, 끝난 후 걷은 회비로 무엇을 먹는 게 아니다.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애, 경사를 쫓아다니는 상조회로 변질되거나, 걷은 돈의 지출 여부를 놓고 회원 간 갈등을 빚기도 한다. 운동으로 시작된 모임이 회칙이나 정관을 고치기 위해 저녁 술자리를 갖거나, 공 몇 번 찬 사이인데 상가에서 밤을 새워 주기도 한다. 사소한 관련에 기인한 인간관계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도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중년 이후 술과 관련된 인간관계의 폭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배겨날 도리가 없다. 건강에 우선하는 건 없기에 하는 얘기다.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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