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짱구 박사의 행복한 교육]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항상 공존하는 달이 5월입니다. 계절적으로도 5월은 나긋나긋해진 햇살과 산들거리는 미풍이며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해가는 녹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봄나들이 일정을 계획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우리 자녀들의 학교에서도 여러가지 체험 학습 준비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는 달이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소풍, 체육대회 또는 체험 학습이 매우 즐거운 단체 경험이지만 또다른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체 생활이 매우 고역일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체험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즐거운 체험의 장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상담 심리학 석사이자 십여 년을 대전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계시는 대전 어은중학교 영어과 장오희 선생님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혜안을 엿보도록 합니다. 며칠 전 학부모님으로부터 중학생 딸 아이가 학교생활을 몹시 힘들다고 토로 하면서 곧 있을 학교에서의 체험 학습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례를 자세히 들은 장선생님은 딱 한마디로 이를 진단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교우관계’ 때문일 것입니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 4월의 학교는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새로운 교실, 달라진 교육 과정, 선생님, 교우들에게 둘러싸여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 해야하는 학생들은 정말 여러가지로 힘들죠. 사실 성인인 교사들 조차도 이러한 상황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새롭게 주어진 업무, 다른 학년의 수업, 교무실의 동료, 학부모 총회, 새로운 학생들······.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조심스레 걸어가는 기분으로 모두가 지내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특히 ‘교우관계’입니다. 학기초에 마음에 맞는 짝을 잘 찾아가지 않으면(특히 여학생들) 일년내내 이런저런 생활에서 고달프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또래와의 교류를 모든 일에 있어서의 우선 순위에 두는 사춘기 시절이니 만큼 그 긴장감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의 모든 에너지는 주변 친구들을 탐색하고 관계를 맺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데 대부분 쓰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아이들의 가정에서 조차 신학기 학습에 대한 부담을 지운다면 어느 순간 아이들의 몸과 정신은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입니다. 과부하가 걸린 아이들은 학교에서 생기는 다양한 일들을 잘 견디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거나 질병으로 인해 몸이 아프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3, 4월에 유난히 결석생이 많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우수한 줄 알았던 학부모님의 경우 중학교 1학년이 되어 상대 평가로 치르는 첫 중간고사의 점수를 알게 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충격은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다른 무엇보다 가능한한 건강한 가정식을 잘 챙겨주시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편안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새학기 첫 출발부터 좀 더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첫 단추를 잘 꿰어 앞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절로 드시겠지만, 아이가 자신의 자발적인 동력원을 얻어 스스로 굴러갈 때까지는 공부가 아니라 차분한 심적 지원이 가장 우선입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처럼 들리는 얘기는 가급적 삼가하고 아이들의 얘기를 참고 들어주고 들어주고 또 들어주어야 합니다.

첫 시험과 결과에 대한 걱정, 학기초의 낯선 선생님, 낯선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 소소한 푸념들까지 충분히 공감해주고 호응해주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자신의 일상들을 정리해 가기 시작합니다. 학기초에 긴장되었던 심신이 가정에서 충분히 이완이 되면 학교에서의 생활은 한결 여유로워지고 부드러워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밝은 표정으로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주변에는 좀더 쉽고 빠르게 친구들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앞선 상담 사례의 경우를 보면, 장선생님께서는 상담 학부모님에게서 몇 가지 안타까운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력 증진에 대한 부모의 과욕으로 인해 아이의 학습량이 전보다도 많아지도록 관여하고 있었고, 사춘기의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상처입은 마음을 호소할 때의 대처 방법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아픈 상처를 가지고 부모에게 다가올 때, 그저 토닥토닥 해주면서 그럴 수 있으니 너는 너의 길을 즐겁게 가기를 기원해주기보다 이런 저런 과다한 조언이 아이가 다시는 이야기를 털어놓기 부담스러울 만큼 너무 많았고, 오히려 학부모님께서 한숨 쉬며 아이를 걱정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너무 자주 많이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장선생님께서 이러한 여러 사례를 통해 학부모님들께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의 하나는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 ‘무심한 듯 세심하게’ 만큼 좋은 방안이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세심하게’ 아이의 마음과 상태를 관찰하고 체크하면서도, 그 표현에 있어서는 아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도록 해줄 수 있도록 오히려 ‘무심한 듯’한 접근이 더 낫다고 합니다. 부모님에게 조차 함께 의논하지 못하고 얘기하지 못하는 소통이 지속된다면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더욱더 바른 길을 찾기가 힘들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몇 달을 거치게 되면서 자존감까지 잃게 되면 체험 학습을 떠날 때쯤 함께 어울릴 교우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고민을 하게 되는 아이들이 매우 많아 지는 것입니다.

물론 사교성을 타고난 아이들은 어느 경우든 탁월한 적응력을 보여주며 타고난 천성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건강한 부모님들의 ‘세심하지만 무심한 듯’한 부모님의 격려와 지지속에 자존감을 가지고 생활해 가는 아이들이 새로운 관계 맺기에서도 무난한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이해됩니다. 물론 그런 부모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 김승환 박사

[김승환 박사]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사
충남대 대학원 법학석사 / 법학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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