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정다운의 영화 들여다보기] 얼마 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가다 한 중년의 남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버스가 잠시 신호에 멈추었고 그 중년 남성은 버스 정류장에 서서 편의점에서 산듯한 삼각 김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시간에 쫓기는 듯 초조한 모습으로 한 손엔 삼각김밥을, 한 손엔 서류가방을 들고 초점 없는 눈으로 아침을 때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불현듯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자아실현 등이 있을 테지만 우선은 생계유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해 급여를 받고 그 돈으로 먹을 것을 사서 잘 먹고 잘 살려고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버스정류장에서 본 사람을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이 ‘잘 먹고 잘 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길거리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아무 음식을 먹는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이미지

오늘 소개할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렇게 한 끼 식사를 때우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한 끼의 소중함과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영화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사리 다이스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이다. 모리 준이치가 감독을 맡아 제작했다. 총 4부작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에 따른 농촌 생활을 그렸다. 영화는 여름과 가을, 봄과 겨울로 묶여 각각 2014년 8월, 2015년 2월 개봉되었다.

이 중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이다. 주인공 이치코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고향 코모리로 돌아온다. 코모리에서는 대부분의 생활이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진다. 농사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젊은 아가씨인 이치코는 홀로 농사를 짓고 밭에서 나는 수확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생활한다. 여름에는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먹고 가을에는 가을에 수확한 식재료로 제철 음식을 해먹는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으로 하다 보니 도시에서 먹는 것에 비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이미지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여름편의 ‘식혜’ 에피소드인데 죽에 누룩을 섞어 하룻밤을 숙성시킨 후 거기에 다시 발효를 촉진시키는 균을 넣어 다시 반나절을 기다려 체에 걸러 식혜를 만든다. 도시에서라면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겠지만 코모리 같은 농촌 마을에서 이를 만들려면 거의 이틀이 걸린다. 기다림과 정성이 더해진 식혜는 기다림의 시간이 더해져 더욱 믿음직하고 맛있다.

두 번째는 가을편의 ‘밤조림’ 에피소드인데 가을에 산에서 밤을 주워서 하나하나 껍질을 깐 뒤 설탕과 함께 졸여 먹는 음식이다. 이 밤조림 에피소드가 특별한 이유는 이 음식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처음 시도해 본 음식이 집에서 집으로 전파되어 가을이면 동네 사람들 누구나 해먹는 음식이 되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이미지

어느 순간 도시에서는 구하기 힘든 식재료가 없어졌다. 마트에만 가면 사시사철 어떤 재료든 구할 수 있다. 자급자족이 필요 없기 때문에 쉽고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한 끼 식사의 중요함을 잊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끼 식사의 중요함을 모르기에 어떤 음식이든 그저 한 끼를 때운다고 생각하여 쉽고 간편한 음식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다시 시작한 농촌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모티브로 하는 tvn의 <삼시세끼>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는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깨끗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믿음직한 한 끼 식사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나타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잘 먹고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꼭 농촌에서 직접 식재료를 재배하며 자급자족 하고 살아야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먹을 음식에 시간을 투자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한 끼를 즐기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답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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