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에이미 와인하우스 27살의 저주? [유진모 칼럼] 오인혜.
[히스토리&컬처] 에이미 와인하우스 27살의 저주? [유진모 칼럼] 오인혜.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2023년 9월 14일. 1941년 배우 김혜자, 1947년 영국 배우 샘 닐, 1958년 가수 이명훈, 1960년 산악인 엄홍길, 1969년 영화감독 봉준호, 배우 유승목, 1975년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1978년 원타임 테디, 1982년 배우 신동욱, 1983(~2022)년 영국 싱어 송 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 1989년 배우 이종석, 1991년 가수 겸 배우 나나, 1992년 블락비 지코, 1993년 모델 겸 배우 스테파니 리, 1995년 볼빨간사춘기 안지영, 1995년 싱어 송 라이터 가호, 1998년 싱어 송 라이터 하현상, 1999년 배우 정유안, 2000년 스트레이 키즈 한, 2003년 EPEX 뮤 등이 태어났다.

1321(1265~)년 이탈리아 시인 단테, 1927(1877~)년 미국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1982(1929~)년 모나코 공비 그레이스 켈리, 2000(1915~) 작가 황순원, 2009(1952~)년 미국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2011(1958~)야구인 최동원, 2020(1984~)년 배우 오인혜 등이 눈을 감았다.

2011년 7월 23일 영국 런던의 자택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숨진 채 발견된다. 28살 생일을 앞둔 27살의 나이로 영면했다. 사인은 치사량에 달하는 과다한 음주. 그녀는 평소 스케줄을 앞두고 긴장감과 압박감에 마약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다시 마약과 술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악동 이미지가 강했지만 사실은 집에서 부모와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영미 팝계에는 이른바 '27살 클럽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있다. 유명 뮤지션이 28살이 되기 전에 죽는 징크스이다. 1930년대 유행한 델타 블루스를 완성한 천재 로버트 존슨이 27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그의 죽음이 충격적이어서인지 '존슨이 악마와의 계약으로 음악적인 천재적 재능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기한대로 27살에 숨졌다.'라는 저주의 루머가 시작된다.

록계의 3대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지미 헨드릭스 역시 1970년에 27살로 요절한다. 저 유명한 피드 백 주법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는데 기타리스트의 모든 퍼포먼스가 그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미국의 유명 록 밴드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이 이듬해 역시 27세라는 젊은 나이로 사망한다.

20세기의 마지막 위대한 록 밴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너바나의 간판 커트 코베인도 1994년 자택에서 자망한 채 발견되었다. 향년 27살. 이러한 27살 징크스를 잘 알고 있던 와인하우스는 평소에 툭하면 매니저에게 자신도 27살에 죽을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녀가 위대한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배경은 재즈와 소울 혹은 블루스를 바탕으로 현대적 힙합까지 조합한 음악을 추구했다는 데 있다. 1집에서 재즈에 치중했다면 2집에서는 블루스를 바탕에 깔았다. 2집의 'Rehab'과 'You know I'm no good'은 록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으로 손꼽힌다.

그녀는 누가 들어도 그녀인지 알 만한 콘트랄토(여성 중 제일 낮은 음역)로 노래하는 허스키 보이스의 강한 개성으로 트레몰로 창법 기교를 구사했다. 당연히 완벽에 가까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능력을 갖췄다.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 장동건, 김하늘, 김선아, 한효주, 그리고 중국의 스타 판빙빙 등 별이 떴지만 그 모든 톱스타를 제치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가장 많이 받고,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연예인은 바로 무명의 배우 오인혜였다. 그녀는 박철수 감독의 저예산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여주인공 자격으로 레드 카펫을 밟았다.

그런 그녀가 화제가 된 것은 이제까지의 각종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보여 준 그 어떤 드레스보다도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드레스는 이전에 가수 백지영이 입었던 것인데 오인혜는 그녀보다 더 가슴을 드러냄으로써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 영화는 작품성을 알린 것이 아니고, 흥행에서는 그야말로 '폭망'했다. 대신 오인혜는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오인혜가 섹시 여배우의 판도를 뒤바꿀 듯한 분위기였으나 그게 끝이었다. 그녀는 이듬해 하반기 MBC 드라마 '마의'에 혜민서 의녀 역으로 등장했으나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2014년 영화 '설계'에 출연했지만 흥행이 실패하고, 그녀의 가치도 그리 높아지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플로리스트로 전업한다.

2017년 이후 예능이나 드라마에 가끔씩 얼굴을 비쳤지만 존재감은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3년 전 오늘 새벽 5시 인천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해 신고한다. 극단적 선택이었다.

와인하우스와 오인혜는 극과 극의 지점에 있었다. 와인하우스는 불과 2장의 앨범으로 전 세계의 팝 팬들을 사로잡으며 천재적 음악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최고 절정의 인기를 얻었다. 당연히 부와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파파라치 등의 지나친 관심과 악의적 루머 등에 괴로워했고, 일에 대한 압박으로 정신적 괴로움을 이겨 내기 위해 마약과 술에 의존했다.

오인혜는 그 반대로 힘들었다. 경제적 어려움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와인하우스는 지나친 성공에 짓눌렸고, 오인혜는 절망과 상대적 박탈감에 힘겨웠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처럼 인기 무상이 느껴지는 오늘이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중용이 도덕과 판단의 기준으로 두드러지는 오늘이다.

단테는 '신곡'으로 유명하다. '신곡'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여러 편 있는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살인마 잭의 집'이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고, 철학적으로도 깊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는 더 나아가 예술 영화감독인 트리에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시선으로 보면 그로테스크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 관람 시 조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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