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유관순과 전태일을 추모하며 [유진모 칼럼]. 영화 '항거' 스틸.
[히스토리&컬처] 유관순과 전태일을 추모하며 [유진모 칼럼]. 영화 '항거' 스틸.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2023년 9월 28일. 기원전 551년 중국 유교 시조 공자, 1898년 독립운동가 김원봉, 1934년 프랑스 배우 겸 동물운동가 브리지트 바르도, 1938년 미국 블루스 뮤지션 벤 E. 킹, 1941년 배우 전무송, 1946년 미국 배우 제프리 존스, 1948년 노동운동가 전태일, 1953년 들국화 기타리스트 조덕환, 1967년 미국 배우 미라 소르비노, 1969년 배우 김혜선, 1977년 방송인 김경란, 골프인 박세리, 1985년 슈퍼주니어 신동, 1988년 배우 김지은, 1992년 배우 김지혜, 1993년 배우 도은비, 1995년 배우 김보라, 2004년 트레저 박정우 등이 태어났다.

1920(1902~) 독립운동가 유관순, 1991(1926~) 미국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 2022(1963~) 미국 래퍼 쿨리오 등이 눈을 감았다.

쿨리오는 누가 뭐라고 해도 'Gangsta's Paradise'의 전 세계적 빅 히트로 스타덤에 오른 힙합계의 거물이다. 59살의 나이에 갑자기 사망 소식을 전한다. 7개월 후 사인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드러난다. 그의 트레이트 마크는 선인장 헤어스타일. 그래서 이미지가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음악만큼은 진지했다.

갱스터 랩과 말랑말랑한 팝을 섞어 힙합 음악계에서는 드물게 진지한 명곡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 8월 1일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태어나 갱단이 들끓는 콤프턴 빈민가로 이사를 갔다. 어릴 때 왕따를 당했지만 청소년 시기 결국 갱단에 들어가 나쁜 짓을 일삼다가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를 겪고 나서는 칼리지에 들어가 졸업 후 동네 소방수로 일하며 개과천선했다.

1987년 언더그라운드에서 첫 싱글을 내고 음악 활동을 시작해 비교적 늦은 나이인 31살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후 급격하게 인기가 시들해지고 유행에 민감한 팝계에서 그는 금세 잊힌다. 후에 마약에 손을 댄 것은 어린 시절 갱단에서 비행을 저지른 영향도 있겠지만, 인기 급락에 따른 자괴감과 허탈함 등이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유관순일 것이다. 오늘은 유관순 열사가 사망한 날이자, 그로부터 25년 뒤 한반도에서 일본의 대한제국 통치 기구가 모두 소멸된 기념비적 날이기도 하다. 열사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노래 '유관순'으로 익히 이미지가 박혀 있다. 오늘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 2019)를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열사가 나라를 위해 굳건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다가 장렬하게 사망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지 일제가 이 어린 소녀에게 어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잔인하고 비열한 고문 내용을 익히 짐작하고 있기에 너무 참혹해서 애써 외면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의열단의 단장 김원봉의 생일이라는 아이러니.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2015)에 특별 출연한 조승우가 맡았던 역할이 바로 김 단장이다. 오늘은 3월 1일도, 8월 15일도, 그리고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도 아니지만 이래저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그리고 친일 반역자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날이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를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거장 중의 거장이다. 가장 아름다운 트럼펫 연주자이자 쿨 재즈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재즈의 변화에 가장 크게 관여한 인물로 유명하다. 열린 사고 방식으로 퓨전 재즈에까지 진출하는 한편 무대 위에서 신시사이저를 연주할 만큼 퓨전의 인식론을 널리 설파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인종 차별에 크게 반발한 대표적인 재즈 뮤지션이기도 하다.

백악관의 행사에 초대된 그를 보고 옆에 앉은 한 백인이 "당신은 무슨 업적으로 여기에 초대되었소?'라고 묻자 "나는 음악을 너댓 번 바꾸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하얗게 태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한 게 없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거장을 넘어 위대한 예술가인 데이비스의 앨범 '쿨의 탄생'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22살의 재단사 전태일은 이렇게 외치며 분신했다.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전태일 및 많은 노동운동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는지, 앞으로도 노동운동가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애니메이션 '태일이'(홍준표 감독, 2021)를 감상하며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과연 이 시대는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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