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웅의 '선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진모 칼럼]
황영웅의 '선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과거의 잘못이 잇달아 폭로됨에 따라 우승이 예상되던 MBN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서 중도에 탈락한 가수 황영웅이 첫 정식 음반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 속개를 알렸다. 그는 팬 카페에 복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전국의 팬클럽 정기 모임에 직접 얼굴을 내밀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쓴 글이다. "추석을 맞아 여러분께 선물을 하나 드리려고 한다. 추석 연휴가 다 지나고 점점 날씨가 쌀쌀해져 가을의 한복판에 이를 때쯤 제 첫 번째 미니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어렵게 준비한 이 앨범 소식을 여러분께 제일 먼저 알려 드리고 싶었다. 기다리신 만큼 실망하지 않을 좋은 노래들로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기대 많이 해 달라."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 글을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린 게 아니라 팬 카페를 통해 팬들에게'만' 알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비난할지 몰라도 그의 팬들만큼은 그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그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불타는 트롯맨'에서 빠지면서 위축되었을 대 그의 팬들은 더욱더 열성적으로 그를 응원했고, 부정적 여론에 맞서 싸웠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여러분'은 바로 그의 열성 팬들일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닐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 글이 반드시 팬들 내에서만 유통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게 굳게 믿고 행동한 것일까? 여기에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재가 SNS 시대라는 것을, 언론 매체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더 활발하게 대중에게 유통된다는 것을 그가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그의 열성 팬들에게 그의 미니 앨범은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그 팬들보다 더 많은 대중에게도 과연 선물이 될 수 있을까? 혹시 공해는 안 될까? 그의 팬들이 그의 활동을 애타게 갈망하고, 그 역시 가장 잘하는 게 노래일 터이니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든 말든, 팬들에게 음반을 판매하든 말든 그건 그와 팬들의 자유이다.

다만 혹시라도 메이저 방송사 오락 담당 PD 중 몰상식하거나 부도덕한 가치관을 지닌 자가 그를 출연시킨다면 일부에게는 선물이 될지 몰라도 다수에게는 선물이 아니라 공격이나 공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술했듯 그가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팬들에게 음반을 판매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키려는 의도를 가진다면 그것은 순서에 어긋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가 제일 먼저 해야 할 행동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고 적당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단 피해자의 분노가 가라앉고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이다. 그런 다음 불쾌함을 느끼는 대중에게 잘 마무리됐음을 널리 알림으로써 잘못을 뉘위치고 개과천선, 환골탈태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순서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보다 팬이 갑절 이상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가 보여 준 행보는 착한 기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하다. 그는 기존의 연예 기획사에 적을 둔 게 아니라 직접 1인 기획사를 차리는 쪽을 택했다. 그는 지난 6월 19일 주식회사 골든보이스라는 법인을 세웠다. 모친 이모 씨가 대표이사를, 부친 황모 씨가 감사를, 그가 사내이사를 각각 맡았다. 가족 법인 회사인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 황영웅이 부담스러워 받아 주는 기획사가 없었다. 비록 열성 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국지적이다. 전국적인 활동을 자유롭게 펼침으로써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세탁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수단과 방법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힘들기에 그를 받아 주는 회사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1인 기획사를 차렸다.

둘째, 난관을 극복할 자신감이 충분했기에 기존 기획사에 수익을 배분해 줄 필요 없이 가족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일하려고 마음 먹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벌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돈 문제가 아니라면 일 문제에 있어서도 기존의 기획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 가까운 부모를 믿기로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둘 중 어떤 계기에서 1인 기획사를 설립했는지 몰라도 잘한 행동인지, 잘못한 행동인지는 음반을 두세 장쯤 내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음반이 어떤 사람에게는 선물이 될지 몰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공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은 빨리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요즘 환경 파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그렇잖아도 공해가 심각한데 대중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줘야 할 대중가수가 공해를 생산해 낸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이다. 같은 이름이지만 황영웅의 행보는 임영웅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임영웅은 파도 파도 미담이 그치지 않는데 황영웅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화제는 미담의 반대편에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다.'라며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했다. 그에 의하면 가언 명령은 목적이 있지만 정언 명령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적으로 도덕과 윤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객관화를 외치며 보편성과 타당성을 주장하지만 주관이 강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언 명령이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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