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저, 지도에서 독도 누락한 이유는? [유진모 칼럼]
트레저, 지도에서 독도 누락한 이유는? [유진모 칼럼]

[유진모의 무비&철학]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트레저가 일본 팬 미팅에서 일본 투어 계획을 발표하면서 독도를 표기를 하지 않은 지도를 공개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트레저는 지난 1일 일본에서 진행된 팬 미팅에서 팬들에게 내년에 진행되는 일본 투어 '리부트(REBOOT)' 스케줄을 공개했다. 내년 1월 6일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2월까지 일본 전역의 공연장을 순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트레저가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영상을 통해 공개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도 그래픽에서 우리 영토 독도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지도에는 제주도와 울릉도 등이 표기됐고, 쓰시마섬 등 일본의 부속 섬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는 반면 독도는 그림도, 표기도 없어 그 배경과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실수일까, 의도일까? 의도라면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국 영토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을 의식한 누락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그래픽은 YG에서 자체 제작하였다고 보는 게 가장 확률이 높다. 혹시 외주 제작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심에서 피하기는 쉽지 않다. 외주 제작사는 '갑'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 YG의 주문에 철저하게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일부러 독도를 누락했다고 보는 게 가능성이 높겠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우격다짐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그들만의 활동 계획을 밝히는 그래픽에서 독도를 일부러 누락했다고 해서 죄는 아니다. 다만 국가관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는 있다. 더 나아가 역사관과 도덕성까지 토론의 대상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왜구의 침략을 심심찮게 받았으며 조선 말기 드디어 일본과 강대국의 야욕에 희생되어 45년의 굴욕과 고통의 일제 강점기를 보냈다.

그 45년 동안 우리 민족이 받은 고통은 우리 역사상 한국 전쟁과 함께 양대 비극으로서 가장 처참했다는 것은 겪어 보지 못한 요즘 세대들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더욱 우리 민족을 괴롭히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아직 일제 청산이 깔끔하게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침략을 정당화한다든가, 잘못을 부인한다든가, 역사를 왜곡한다든가 하는 데 있다.

그 만행의 중심이 바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다. 이번 트레저의 돌발 행동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이다. 물론 트레저의 10명의 멤버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거나, 이 행위에 공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들이 직접 그래픽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트레저는 아이돌 그룹이다. 그들의 팬은 거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다. 물론 일본에서 상대할 팬은 일본 청소년이지, 한국 청소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은 교과서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말과 행동을 더 믿고 따라하기 마련이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서조차 독도를 왜곡하고 있는데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이 그것을 묵인하거나 혹여 동조라도 하는 듯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만에 하나, YG가, 혹은 외주 제작사가 그래픽에서 실수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코 간과하기 힘들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한 프레임 안에 있는 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그들이 알고서 의도한 일이다. 그게 대전제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독도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얼마나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지는 당연히 알았을 터이니 독도에 민감했을 게 당연하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그래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독도 문제를 의식하고 똑바로 묘사하든가, 일본 팬들의 반응이 마음에 걸렸다면 아예 모든 섬을 그래픽에서 제외했어야 현명했다. 아니면 지도 자체를 삽입하지 말고 텍스트만 넣든가. 그 어떤 방향으로 미뤄 짐작해도 실수라든가, 무성의라는 식으로 애써 좋게 보아주려 해도 쉽지 않다.

2020년 8월 7일에 데뷔한 트레저에서 아사히와 하루토가 일본인이다. 요시는 카네모토 요시노리라는 이름의 재일동포 4세이다. 국적은 한국.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YG엔터테인먼트 일본 지사에 스카우트되어 연습생 시절을 거쳐 트레저에 합류했다. 일본 특별 영주권을 지녔다. 김방전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지만 요시를 공식 활동명으로 하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정의란 무엇이고, 그것이 인간 삶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종일관 던지고 있다. 그는 국가를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유기체, 즉 생명력이 있는 존재로 보았다. 국가라는 게 그런 존재인 것이다. 마키아벨리처럼 군주를 찬양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국가는 찬양하고 사랑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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