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지금까지는 우리가 결혼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상대가 가진 조건에 대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할 것을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상대를 평가했던 것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엄밀히 따져보았습니까?
혹시 상대에게 적용했던 것과는 다른 기준으로 자신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가요?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는 따지면서,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줘야 할 지는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은 아닌가요? 다시 말해서, 그 사람과 결혼하면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나와 결혼하는 그 사람의 행복에 대해서는 잊고 있지는 않는가 말입니다.
결혼 상대에 대한 점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은 과연 상대의 행복을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태도입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면, 자신이 좋은 배우자가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마치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장사꾼처럼 결혼을 ‘거래’하는 것으로 보여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익을 보았다면 상대는 그만큼 손해를 본 것일 텐데, 그런 당신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결혼은 한번 주고받으면 끝이 나는 거래나 장사와는 다릅니다. 결혼에서는 나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행복해진 후에야 비로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내가 뭐 어때서? 나와 결혼하는 사람이면 복 받은 거지!”라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정말 멋있는 사람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이 당신의 어떤 점 때문에 결혼하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내가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잖아?” 같은 농담 같은 대답 말고, 구체적으로 당신의 어떤 점을 그 사람이 좋아하는가 말입니다.
만약 상대가 나와 결혼한 이유가 나 자신과 관계없는 이유라면, 예를 들어 부모의 재산이나 명성 때문에 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그런 결혼에서 행복은 길지 않을 것입니다. 우수한 학력이나 빼어난 미모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애정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저지르는 잘못처럼, 연애를 오래 했다거나 임신했다는 등의 이유로 하게 된 결혼도 나중에 깊은 후회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 이 질문이 중요한 것은, 결혼 후에는 서로 좋아하고 행복해 했던 기억들을 잃게 만드는 일들이 아주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면서 비로소 보이는 배우자의 단점들, 터무니 없게 시작되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부부싸움, 양가 부모님의 끊임없는 간섭, 장차 태어날 아이들과 함께 늘어나는 집안 일, 경제 또는 건강의 위기 등 당신들의 행복을 위협할 상황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당신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했던 이유를 알고 있으면 그리고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행복을 되찾기가 쉬운데, 그렇지 않으면 관계 회복에 애를 먹고 그 만큼 많은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의 너그러운 배려, 따뜻한 미소, 믿음직한 헌신, 또는 공동의 신앙생활 등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면, 혹시 다른 이유로 불쾌해졌다고 해도 그 장점을 되살리는 것으로 사랑을 되찾기가 훨씬 쉽습니다. 이는 마치 등산을 하다가 악천후를 만났을 때 대피소의 위치와 가는 방법을 알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 생활에도 이런 '사랑의 피난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부부 사이가 좋을 때에는 상대를 위한 수고가 아깝지 않지만,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자신이 더 애쓰기 보다는 상대가 나에게 더 잘할 것을 바라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부부 갈등에서 현명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에게 한번 더 잘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으면, 아무리 남자라도 아이를 맡거나 집안일을 나눠 맡아야 하는 거 아녜요? 자기는 내일 출근한다고 딴 방에 들어가서 게임이나 하다가 자버리면, 나머지는 내가 혼자서 어떻게 다 해요?” 라고 따지던 부인이 있었습니다.수백 번 맞는 말입니다. 그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당연한 것이라도, 의무나 책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가정의 행복을 얻기 어렵다는 데에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당신의 불편한 감정을 터뜨리는 것뿐이라면 모를까,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한다면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에게 좀 더 잘하라고 요구하는 것 때문에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집에 좀 일찍 오라, 돈 좀 많이 벌어 오라, 살림 좀 잘하라, 아이 좀 똑바로 키워라 등등. 이렇게 말하는 심정이야 이해되지만, 이렇게 해서는 상황이 해결되기 보다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두 사람 사이도 더 멀어지기 십상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쓰겠습니까? 보다 강력한 수단으로 압박하기, 눈물로 호소하기, 또는 합리적인 설득 같은 방법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먼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상대가 자신과 결혼하는 이유, 즉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하고 왜 나와 결혼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아놓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혹시 상대가 우울해 할 때나 상대의 마음이 식었다고 느껴질 때 비교적 손쉽게 상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가 당신의 음식 솜씨를 좋아한다면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당신과의 잠자리를 좋아한다면 잠자리에서, 또 강한 생활력을 좋아한다면 알뜰하고 부지런함으로 그의 관심을 되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면, 예를 들어 상대가 좋아하는 것 대신 엉뚱한 것으로 대응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함께 살다 보면 두 사람의 의견이 부딪힐 때가 있고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때에는 당신의 의견이 아무리 옳더라도 너무 이기려고 하지 말기 바랍니다.
불행이란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아무리 사랑하고 살더라도 원하지 않는 사건이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라는 혼인 서약의 표현 그대로) 당신의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가려는 노력뿐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염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럴 때 “절대로 안 된다”라고 강경하게 맞서기 보다는 “그럼, 혹시라도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서 또 다른 계획도 짜보자”고 방향을 바꾸어 제안을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물론 상대가 그 제안마저도 거절할 수도 있고 그래서 상대의 판단 착오와 고집 때문에 금전적인 손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전적 손실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 처리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나 행복을 상대가 만들어주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해의 이유는 배우자의 협력 없이는 결혼에서 행복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당신의 행복은 (당신의 사랑이 그렇듯) 상대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 생활의 행복에는 상대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리나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이 있어야 하지만, 그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 학생의 몫이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얻고자 한다면, 당신이 먼저 배우자가 만족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만족을 얻은 배우자가 기꺼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도록 유도하십시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잘해주면 상대가 만만하게 볼 것이니, 적당히 거절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부의 협력과 행복이지, 누가 이기고 지는가 하는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 당신처럼 자신에게 져주고 양보하면서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이 더 잘 알 것 아니겠습니까?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채워주고 당신보다 상대가 먼저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외면적으로는 상대에게 끌려가며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앞에서 끌어가려고 하면 반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하지만, 뒤에서 밀어주면 그는 마치 자신이 이끄는 것처럼 잘 호응해옵니다.
당신 주위에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을 잘 관찰해 보십시오. 누가 누구에게 맞추어 주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은 ‘뒤에서 이끌어 가기’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반드시 익혀야 할 기술입니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