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이야기들의 부재, 울지 않는 꾀꼬리 [송민근 칼럼]

송민근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7.02.13l수정2017.02.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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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신라,백제와 함께 존재했었던 가야문명을 소재로 한 ‘제 4의 제국’의 한 장면

[미디어파인=송민근의 물구나무] 어린 시절, 필자의 책장 한 구석에는 한국전래동화라는 이름의 동화책모음집이 있었다. 흥부와 놀부, 해님 달님, 단군 신화 등 제목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그런 작품들의 모음집인 그것은 꽤나 오랜 기간 어머니의 음성을 통해 필자의 잠을 재워주곤 하였다. 그 후 20년이 흘러 오랜 기간 열리지 않은 책들의 표지에 쌓인 먼지들은 꽤나 무겁다. 열어보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모든 민족들은 고유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이 책이든 혹은 구전의 형태로든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의 끊임없는 노출에 의해 교훈을 느끼고, 가치관을 형성하며, 그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동화나 신화를 담은 이야기들은 음악의 그릇을 통해 새롭게 담기기도 하며, 연극이나 뮤지컬이라는 몸을 통해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동화나 그 민족의 정체성을 담은 신화들은 재창조 되고 그것은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며 현대적 모습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우리의 동화나 신화, 설화에 대한 인식과 그것에 대한 재창조가 드문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이미 오래 전 청소년/대학생 필독서로 지정되고, 만화책 시리즈로도 나오고 심지어 god라는 국민가수가 부르는 주제가와 함께 TV에도 등장하는 반면, 단군신화나 흥부와 놀부와 같은 전통적 컨텐츠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단순하게 수익성의 결여가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요가 없다는 것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인 것 같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아마 이러한 ‘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그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무관심은 어떤 상황에 의해 발생하는 걸까? 어릴 시절에는 동화나 신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이 가능하다. 유아용으로 생산된 각종 컨텐츠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청소년, 혹은 대학생이 되면 그 흥미를 잃게 된다. 아니, 잃게 된다기 보단 잃기 쉬운 상황에 속하게 된다는 게 좀 더 어울리는 표현 같다. 쉽게 말하면 20살 성인이 5~8세용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인 것이다. 즉, 유아용으로 만들어진 컨텐츠들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매워진 전통 민담이나 동화, 신화에 대한 전문서적 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젊은이들이 정말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컨텐츠가 생산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 일본의 전통 설화인 모모타로 이야기(좌)는 장편 만화책 ‘원피스’(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만화책 시리즈인 ‘원피스’와 ‘나루토’의 경우 만화책 속에서 전래 동화나 고대 신화들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나 그것을 이용한 스토리 전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원피스’의 경우 일본의 전래 동화인 ‘모모타로 이야기’에 나오는 꿩, 개, 원숭이에 영감을 받아 중요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나루토’의 경우 중심 소재가 ‘닌자’이며 스토리 중간중간 일본 고대 신화에 관련된 소재들이 계속 등장하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재탄생을 통해 어린 시절의 동심을 심어준 이야기들은 다시 한 번 쉽게 인식 된다. 이렇게 재탄생한 컨텐츠들이 100% 원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물이 담기는 그릇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듯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 되며 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연한 창작에 의해 전통적인 이야기들은 현대에도 여전히 그것의 모습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전통적 컨텐츠의 재탄생에 대한 예시들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며 이것만이 해답이라는 것도 아니다. 꼭 만화가 아니라 연극, 음악, 그것을 테마로 한 행사 등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태어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신화나 동화를 테마로 한 작품공모전도 얼마든지 열릴 수 있지 않겠는가? 꼭 ‘노트르담 드 파리’나 ‘호두까기 인형’만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세계인이 공유하는 컨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강공주와 온달장군’도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사랑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흥부와 놀부’는 물질적인 요소가 압도적인 힘을 가지는 현대사회에 던질 수 있는 교훈을 가지고 있으며 ‘단군 신화’도 충분히 장편 영화 시리즈로 만들어 질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 독일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은 그 원작을 모티브로 연극, 영화, 발레, 음악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세계적인 재탄생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나는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입장이 아니라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래 전 ‘호동왕자’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 ‘바람의 나라’나 또 그 소설을 다시 해석하며 만들어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게임 ‘바람의 나라’, 서태지와 아이들이 국악과 메탈을 믹스한 히트곡 ‘하여가’, 태껸을 사용하는 주인공을 그린 허영만 화백의 만화책 ‘각시탈’,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한국형 히어로물 영화 ‘전우치’, 산신령과 호랑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삼은 웹툰 ‘호랑이 형님’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의 것들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창작물들은 경제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인 컨텐츠로서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작품과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동시에 관심과 흥미를 가진다면 분명 우리의 전통 이야기들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곁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을 때 ‘강남 스타일’이나 ‘김치, 불고기’뿐만 아니라 ‘단군 신화’와 같은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말하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그것에 대해 얘기를 하는 현실적인 상상과 함께 우리의 전통적 이야기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다.

송민근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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