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안철수와 국민의당 [강동형 칼럼]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ll승인2017.07.04l수정2017.07.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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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씨의 녹취록 조작 사건은 예고된 참사.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과 내용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일까. 선거에서 많은 흑색선전을 봤지만 이처럼 충격적인 일을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검찰 수사에서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인지, 아니면 국민의당 선대위가 개입한 합작품인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사건에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3일 자체 진상조사 결과 이유미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진상조사라는 이름으로 관련자들끼리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녹취록 조작 동기부터 불순하다. 상상도 못할 일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다. 국민의당이 다시 일어서는 게 가능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19대 대통령 선거의 치열했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이 사건이 얼마나 비열한 정치공작이었고, 무책임한 폭로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압승을 끝났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TV토론에서 후보의 작은 실수에 한 숨을 쉬고, 선방에 환호하는 게 선거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하루하루 바람 잘 날이 없다. 선행주자 입장에선 따돌렸다고 생각하면 악재가 발생하고, 후행주자 역시 따라 붙었다고 생각하면 악재로 당선권에서 멀어지는 등 마음 편한 날이 없다. 오직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투표일 일주일전부터는 여론조사 공표도 금지된다. 깜깜이 선거로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최고조에 달한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국민의당의 공격은 문준용씨에 대한 고용정보원 취업특혜의혹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수저 금수저와 청년실업 등 사회현상에 편승해 대통령 후보 아들의 특혜 취업은 휘발성이 강한 이슈였다. 안철수 후보도 부인 김미경씨의 1+1 서울대 교수 특혜채용의혹을 받는 등 두 유력주자가 취업과 관련된 의혹을 받았다. 사안 자체는 크지 않지만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문 후보측은 아들의 특혜 채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안철수 후보 측은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했다. 두 후보가 한 때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문 후보 측에서는 선거 막바지 안 후보가 홍 후보에게도 뒤지고 있어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여겼지만 안 후보측은 달랐다. 마지막 여론조사 공표까지는 안 후보가 홍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특히 안철수 후보 팬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지지자들은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 보였다. 보통은 패색이 짙은 시점에 녹취록 조작사건을 터트렸을까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실제 캠프에서 중요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 문재인 후보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이면 안 후보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폭로 사전정비작업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5월 4일은 사전투표 첫날이다. 예상을 넘는 사전투표 열기에 각 진영은 유불리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지난 4월 24일 고 노무현 대통령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척도 고용정보원에 특채됐다고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고백하고 사과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은 권 여사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까지 말했다. 한편으로 사과를 하면서도 이 단장은 이날 오후 녹취 파일을 접하고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고용정보원 전 간부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진실은 영원히 묻어두고 갈 수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당의 이중적 태도는 의혹 제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의도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으로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또한 이튿날 발표할 메가톤급 의혹제기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고 하겠다.

5월 5일 국민의당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말로 조작된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하고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 추진단 부단장이 직접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준용씨와 함께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 다녔던 동료의 녹취록을 폭로했다.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들 준용씨에게 어디에 이력서면 내면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증언이다. 아버지 후광으로 입사를 했다는 것을 딋받침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당이 폭로한 내용을 접한 자유한국당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사전투표일 마감일인 이날 투표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했다. 녹취록 발표 이후 몇시간 동안 민주당은 제대로된 대응을 못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만 해도 많은 언론사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국민의당의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었다. 문재인 후보측에서는 해명이라도 기사에 넣어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였다. 민주당은 검색어 1위에 문준용이 오르자 녹취록 공개가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주장을 접한 유권자들은 녹취내용을 믿는 눈치였고, 민주당은 해명에 급급했다. 그나마 권양숙 친척 건에 대해 사과를 한 게 녹취록이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라고 해명하는데 약간은 도움이 됐다. 문준용씨 동문들이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의당 선거를 총괄지휘하던 박지원 전 대표까지 가세해 의혹을 키웠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5월 6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문준용씨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검찰에 고발했고, 고발 취하는 없다고 천명했지만 공세를 차단할 수는 없었다. 5월 7일에도, 선거하루전인 8일에도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계속됐다. 대선기간인 3월부터 국민의당은 94개의 준용씨 관련 논평을 쏟아냈다고 하니 그 집요함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당 지도부가 사전에 제보 내용 조작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유미씨 녹취록 조작 사건을 방조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이유미씨 단독조작사건 결론.
국민의당 유지냐, 정계개편 불쏘시개냐?

5월 9일 대선은 끝났고, 모든 게 잊혀졌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6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기간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해 폭로한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밝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특히 검찰에 긴급 체포된 이유미씨가 안철수 후보의 제자이고, 2012년 진심캠프에 참여해 66일 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이란 책을 집필하는 등 안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준서 국민의당 전최고위원은 사전에 조작된 것을 몰랐다고 했지만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녹취록 조작 사실을 사과한 뒤 국민의당 일부 인사들이 이유미씨 녹취록 조작사건과 문준용씨 고용정보원 입사관련 의혹에 대해 동시에 특검을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등 물타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 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이번 사건은 국민의당 발표 대로 안 후보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던 이유미씨가 공명심에 사로잡혀 벌인 단독범행 일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몰랐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녹취록 조작 사건이 알려진 이후 보여준 안 전 대표의 태도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의당이 조직적으로 증거 조작에 가담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선거 핵심 참모 가운데 일부는 녹취록에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녹취록을 폭로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 자체 진상조사 결과 발표는 검찰 소환에 앞두고 관련자 말맞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 의혹을 제기한 정당의 발표를 어떤 국민이 믿겠는가.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어떤 변명을 해도 조작 사건 자체를 덮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가 양산됐는지 그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국민의당이 손가락질을 받으며 명맥을 유지할 것인지, 당을 공중분해해 정계개편의 불쏘시개가 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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