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여성이 남성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의외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적극적인데 비해서 여성은 소극적이다’는 말도 잘못된 고정관념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랑에 있어서 ‘남성은 사랑을 하면서 만족을 느끼지만, 여성은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을 느낀다’는 말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렇게 여겨진 것은, 남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지난 글에 이어서 여성이 사랑에 빠지는 경우를 분석심리학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그 심리의 심층에는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이 모두 존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성적 특성을 의식적으로 수용하여 발달시키게 되므로, 그녀에게 잠재된 남성적 특성은 무의식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여성이 현실의 어떤 남성에게 ‘심하게 매혹’ 되었을 때, 그 심리를 분석해보면 그 남성을 통하여 그녀 자신의 남성적 특성이 ‘활성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무의식에 있는 남성적 특성들은 몇 가지 수준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그 첫째는 ‘힘을 가진 남성’이다. ​사춘기의 많은 소녀들이 아이돌 스타나 운동선수에게 열광하는 것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성장기에 있는 소녀들이 약해지기 쉬운 자신의 체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른 채, 밖에 있는 ‘영웅’만을 쫓다 보면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도외시하는 잘못에 빠지게 된다.

다음은 자원봉사자나 시민운동가로부터 혁명가 같은 ‘정의의 실천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남성에게 빠져든 여성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보여주는 확신과 용기를 그녀 자신은 미처 발달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남성이 가진 갈등이나 언행에서의 모순은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설령 발견하더라도 그것까지도 이상화하는 ‘맹목적인 사랑’ 상태에 빠지곤 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말씀을 통한 감동’이다. ​대중적인 성직자나 학자 또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된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삶의 방향을 바로 잡게 되었다는 여성들도 아주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된 추종에 빠져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불행하게 만든 많은 여성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 가꾸고 채워가야 하는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그런 남자들의 거짓된 위로로 쉽게 메우려 한 잘못 때문이라고 하겠다.

끝으로는 ‘진리 또는 지혜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 잘못된 실례를 들기는 사실 쉽지 않은데, 이는 인류의 몇몇 성인들 외에는 그럴 만한 남성적 대상이 현실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주변에는 사랑의 이름으로 시작된 관계가 불행으로 끝나는 경우들이 아주 많다. 그렇다고 하여 사랑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데, 사랑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의 근원인 동시에 우리의 감출 수 없는 본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가 사랑을 하는 태도와 이유, 그리고 각자의 의식적 및 무의식적 특성을 계속 관찰하여 조금씩이나마 깨달음을 넓혀가야 한다. ​이런 노력과 현실적인 결단이 있어야 비로소 함께 성장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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