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YG엔터, 슈뢰딩거의 고양이
블랙핑크, YG엔터, 슈뢰딩거의 고양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수, 제니, 로제, 리사의 걸 그룹 블랙핑크가 '따로 또 같이' 행보를 시작했다. 제니는 이미 1인 기획사 OA를 차렸다. 지수는 친오빠의 회사에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를 신설하고 그곳에서 활동할 것을 알렸다. 로제는 뉴질랜드와 한국의 복수국적자이고 리사는 태국인(라리사)이다. 두 사람도 어떻게든 솔로 활동을 발판을 마련할 것이 확실하다.

블랙핑크는, 그리고 네 명의 솔로는 향후 어떻게 따로 활동하고, 같이 뭉칠까? YG와 그룹 계약만 체결한 것으로 미루어 지금까지보다는 솔로 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은 명약관화하다. 벌써 제니는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아파트404' 합류를 알렸는가 하면,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에 단독으로 출연했다.

멤버 중 연기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지수도 여러 개의 시나리오(대본)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식이 스멀스멀 들려온다. 리사는 최근 태국 여론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뽑혔을 정도이니 바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듯하다. 로제는 팀에서 리드 보컬과 메인 댄서를 맡고 있다. 언제든지 솔로 활동이 가능하다.

블랙핑크로서 정규 음반을 발표하고 월드 투어를 도는 것은 각각 1년에 한 번이 최대 수치일 듯하다. 그만큼 그들을 원하는 수요가 넘치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 소식을 알린 제니와 지수는 자신만 바라보는 회사 '식구'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개인 활동에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블랙핑크는 수익보다는 팬 서비스와 정체성의 명분쪽이 될 듯하다.

블랙핑크, 혹은 YG엔터테인먼트는 왜 약 5개월 동안 재계약을 놓고 시간을 끌었을까? 그 내막은 YG의 고위 관계자와 블랙핑크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앞뒤 정황은 상상이 가능하다. 보통 걸 그릅과 보이 그룹의 '유통 기한'을 7년으로 잡는 이유는 표준 계약서가 주는 최장 전속 기간이 7년인 것과 밀접하다. 또 '걸'과 '보이'도 기한이 짧기 때문이다.

블랙핑크는 2016년 8월 YG를 통해 데뷔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이 되어서도 재계약에 대해 깜깜무소식이었다. YG 역시 '논의 중'이라고만 코멘트를 냈을 뿐 '할 것이다.'라거나 '안 할 것아.'라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일부는 이때부터 '누구는 1인 기획사를 차린다더라.', '누구는 100억 원을 제시했다더라.'라는 식으로 유추했다.

어느 정도는 그럴 듯한 루머였다. 맞는 소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멤버 4명이 솔로 활동은 YG를 벗어나 각자 한다고 알리기 전 YG는 '그룹에 관해 재계약을 맺었다.'라고 공식 발표를 했다. 그러나 얼마 후 '솔로 활동은 각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결별을 알림에 다름없었다. 이로 미루어 5개월 동안 멤버들의 마음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듯하다.

블랙핑크라는 브랜드의 소유자는 YG이다. 즉 블랙핑크라는 활동명은 YG를 통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네 명이 블랙핑크로서 YG와 전속 재계약을 맺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네 명 중 그 누구도 YG를 떠나서는 블랙핑크라는 이름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전(前)'이라는 전제를 붙인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면 지난해 8월 전속 계약 기간 만료 시한이 되기 전에 네 명의 멤버들은 이미 YG를 떠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5개월 동안 시간을 질질 끌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먼저 네 명의 블랙핑크로서의 재계약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솔로로서는 각 멤버의 저마다의 조건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건 멤버의 입장이든, YG의 입장이든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네 명이 솔로 재계약 문제를 논의하다가 결국 모두 무산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애초부터 솔로로서의 이별은 확정되어 있었지만 공식 발표 시기를 조율했을 확률도 예상할 수 있다. 연말 주식 시장을 지나 새해 장이 열린 다음에 공개하자고 서로 배려했을 가능성이다.

결국 재계약 문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였다.

유진모칼럼니스트
유진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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