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엑소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의 심리
블랙핑크-엑소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의 심리
블랙핑크-엑소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의 심리
블랙핑크-엑소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의 심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걸 그룹 블랙핑크의 4명 전원이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보이 그룹 엑소 중 시우민, 백현, 첸이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각각 떠났다. 그럼에도 블랙핑크와 엑소의 활동은 변함없이 각각 YG와 SM을 통해 펼친다고 한다. 두 연예 기획사는 개인 활동의 홀로서기에 나선 이들의 미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중국 고사성어에 회자정리라는 게 있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자식도 성장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한다. 죽고 못 살 듯하던 연인이나 부부도 변심이나 죽음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만물불변설을 펼쳤으나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유전설을 설파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는 한 번 발을 담근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며 만물유전설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당연하다. 내가 한 번 발을 담근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다시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며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어 지구 어딘가에, 혹은 다른 항성에 내린다. 내가 접촉했던 몇 리터의 물은 다시 그 자리에 올 확률이 거의 없다.

이 세상의 섭리가 이러한데 우주상에서 아주 미미한 존재인 인류의 사회인들 변화가 없으랴! 그렇다면 지수, 제니, 로제, 리사, 시우민, 백현, 첸은 왜 자신들을 데뷔시켜 주고, 스타로 만들어 준 이전 소속사를 떠나는가? 이에 반해 임윤아는 최근 SM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소녀시대의 태연과 유리도 아직 SM에 적을 두고 있다. 차이가 무엇일까?

가수(혹은 배우 등 연예인) 지망생들이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예계에 데뷔하는 통로를 몰라서, 인맥이 부족해서, 스타로 성장하기 위한 투자금이 없거나 아끼기 위해서 등이다. 그렇게 연습생 생활을 포함해 약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스타덤에 오르면, 혹은 이미 오른 그 전의 시점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이 기획사와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획사로부터 조금 더 좋은 조건의 계약금과 분배금을 받기로 보장 받고 옮길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자신이 기획사를 차릴 것인가? 그 이유는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에서 폭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그동안 연예계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를 배웠으며, 자금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감도 쌓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가만히 있더라도 주변에서 자꾸 찌르는 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첫 계약 때 신인이기에 스타덤에 올랐을 때와는 체감이 다른 불평등한 계약 조건이기 마련이다보니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감, 더 나아가 자만심이 생길 법도 하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

게다가 대다수의 기획사, 특히 대형 기획사일수록 회사의 입김이 세기 마련이다. 계약 조건이 무척 세부적이어서 연예인에게 배려도 해 주지만 사생활 등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간섭도 있기 마련이다. 제니가 독립의 이유로 '자유'를 든 게 좋은 사례이다. 물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예능 출연은 회사와의 협의' 같은 조항이다.

사람은 저마다 달라 인격, 실력, 지혜, 지능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인권은 동등하며 본성 자체는 대동소이하다. 손흥민이든 동네 축구 선수이든 인권은 같다. 인격이나 선수로서의 품격은 다를지언정. 플랙핑크도 데뷔를 준비할 때는 성공의 가능성, 성공하더라도 스타로서의 위치 등에 대해서는 가늠할 수 없었다.

블랙핑크라서 월드 클래스였던 게 아니라 월드 클래스로 우뚝 섰기 때문에 블랙핑크인 것이다. 거의 모든 젊은 스타들은 스타덤에 오르면 데뷔 때와는 마음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확하게 마음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시선이 변한 것이다. 그건 성장일 수도 있고, 변심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욕심일 수도 있다. 주변의 부추기는 사람도 한몫한다.

이런 심리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마음이 기저를 형성한다. 반면에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임윤아 같은 사람도 있다. 흔히 보도 자료를 보면 '의리로'라는 전제를 달아 재계약을 맺었음을 자랑하고는 하는데 비즈니스 세계에 의리는 존재하기 힘들다. '쩐의 전쟁'인 연예계의 메인 스트림에서 '의리로', '정 때문에'는 비현실적이다.

대신에 '신뢰'라는 이유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몇 푼 더 받고 옮기느니 지금까지 서로 믿고 일해 온 기존 회사의 예전 시스템대로 편하게 가자는, 안정의 심리이다. 새 집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오랫동안 정 붙여 살아온 집에서 안온한 분위기로 안락한 현재 진행형을 이어가자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그동안 소속사가 보여 준 실력에 대한 믿음이다.

바꿔 말하자면 기존 소속사가 마음에 들 만큼 잘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가는 것이고, 소속사가 비교적 만족스럽게 대해 주었기에 잔류한다는 심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따로 또 같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같이'는 기존 소속사를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증거이다. 그룹 이름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정체성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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