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문화칼럼] 1920년대 조선미술전람회의 등장은 동시대를 살아간 경성시민들에게 무척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근대화된 형식을 갖춘 예술 축제라는 점이 특히 그랬겠지만, 그보다도 과거의 역사만을 보여주던 박물관과는 다르게 현재를 포함한 미래까지도 시각적으로 표현한 미술전람회의 개최는 모던보이, 모던걸을 동경하던 경성MZ들의 탈출구였을 것이다.

제2회 조선미술전람회를 보고 있는 경성MZ들의 모습/1923년
제2회 조선미술전람회를 보고 있는 경성MZ들의 모습/1923년

위의 사진은 조선미술전람회를 보고 있는 경성 소녀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전통 한복을 입고 서양풍 혹은 일본풍의 모던한 그림을 보고 있는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조선미술전람회에 대한 평가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암은 나중에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긍정적 면만을 보자면 대한민국 미술 관람 대중화에 이바지했다는 점이 가장 큰 공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창작하는 화가 중심의 정책만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그림을 체험하는 관람문화를 들여왔다는 점, 또한 슈퍼스타K처럼 경쟁 심사를 통해 대중관심도를 이끌었던 모습들은 분명히 현재 미술 문화에 긍정적 영향 주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모던한 그림을 원하는 당시 대중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고 1930년대 동양화, 서예, 사군자 등과의 작별을 통해 근대적 대중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다른 긍정 요인으로는 나혜석, 정찬영 등의 여성 화가들이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등용됐다는 점인데, 물론 그 시절 유교적 사상의 남녀 차별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지만, 이런 관제 행사의 공신력을 등에 업은 여성 화가들이 위상을 떨치는 모습은 과히 모던 시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조선미술전람회처럼 체제 유지나 정권의 선동선전을 위한 문화 관제 행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독일 나치의 정당성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히틀러의 애인이라는 애칭이 붙었던 다큐멘터리 감독 레니 리펜슈탈의 이야기다. 그녀가 만든 다큐멘터리 「의지의 승리」와 베를린올림픽의 기록영화 「올림피아」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나치의 정권을 찬양하는 비도덕적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작품 완성도가 너무 뛰어나서 현재까지도 다큐멘터리의 교본으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를 하나 들자면 5공화국 때 허문도의 기획하에 대학생들을 동원해 문화축제를 벌였던 국풍81이 생각나는데, 국풍 81이 이후 풍물패나 사물놀이 등의 민속문화가 활성화 되었다고 하니 체제 선동용 관제 행사의 아이러니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손현동 칼럼니스트
손현동 칼럼니스트

[손현동 칼럼니스트]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문화전공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