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DC의 '아쿠아맨'의 속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제임스 완 감독)은 볼거리는 더욱 화려해졌으나 유머는 생뚱맞고 스토리는 중간중간 허술하다. 그나마 자연 보호라는 메시지 하나만큼은 숭고하다.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는 메라(앰버 허드)와 결혼해 아들 아서 주니어를 낳았다. 아틀란티스로 출근해 왕 노릇을 하고 저녁에 육지로 퇴근해 육아에 전념한다.

퇴근 후 아버지와 기네스 흑맥주를 한잔하는 게 유일한 여유이다. 아틀란티스에서는 무자비한 의원들의 공격에 힘들고, 집에서는 밤을 무시한 주니어의 육아로 피곤하다. 전편에서 아서에게 아버지를 잃은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닥터 신(랜들 파크)과 함께 아틀란티스를 찾고 있다. 복수를 위해 슈트를 업그레이드하려면 고대 아틀란티스의 힘이 필요한 것.

우연한 기회에 만타는 고대에 아틀란 왕에게 패배해 영원히 봉인된 흑마술의 왕 코르닥스의 삼지창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쥐게 되며 코르닥스의 힘을 갖추게 된다. 아틀란티스까지 발견한 그는 그곳에 몰래 침투해 고대 연료인 오리칼컴과 고대 잠수함까지 훔쳐 막강한 힘을 갖추게 된다. 전투력을 증강시킨 그는 아틀란티스에 침투, 난장판을 만든 뒤 도주한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그 과정에서 메라가 큰 부상을 입는다. 오리칼컴으로 육지와 바다가 심하게 오염되어 전염병이 창궐하며 지구가 크게 병든다. 이에 아서는 의원들에게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알리고 서로 협력할 것을 주장하지만 무시 당한다. 만타는 오리칼컴으로 자신이 최고의 권력을 쥘 속셈이다. 아서는 만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옴(패트릭 윌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옴은 전편에서 아서와의 왕위 다툼에서 밀려나 사막 한가운데 감옥에 유배되어 있다. 아서는 동맹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틀란티스 왕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감옥에 침투해 옴을 구한다. 두 사람은 치외 법권인 해적들의 영역으로 들어가 두목을 겁박해 만타의 은신처를 알아낸다. 만타는 신호도 안 잡히는 오지의 섬에서 오리칼컴으로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서와 옴은 1편과 달리 힘을 합쳐 만타에게 대적하지만 만타는커녕 그의 부하들을 대적하기에도 힘에 부치는데. 완 감독은 호러, 스릴러 등에 특화된 능력을 보이더니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아쿠아맨'(2018)으로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DC의 숨통도 터 주는 해결사가 되었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하지만 2편에서는 다소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테제를 외치는 환경 보호의 메시지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그런데 그 설정과 소재들이 빈약하거나 허허롭다. 만타가 지구 환경 파괴의 주역이라는 내용은 지구의 환경 보호 차원에서 억지스럽다. 사실 환경 범죄에 가담한 인구는 81억 명의 절반 이상이다. 한두 명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힘들다.

만타가 지구의 멸망을 급하게 앞당길 것을 알면서도 범죄를 강행군하는 이유는 오로지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데에 있다. 아주 사악하고 판단력이 엉망진창인 사람이라면 모를까, 비현실적인 캐릭터이다. 결정적인 패착은 그의 존재감이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관객들이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전편에서 그는 '양념'에 불과했다.

옴은 원론적인 환경 보호자이다. 아틀란티스의 의원들과 같은 개념을 지니고 있다. 육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서는 적당한 타협주의자이다. 옴이 신선한 무가공 자연식을 고집한다면 아서는 적당한 가공 식품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인도에 침투했을 때 아서는 커다란 바퀴벌레를 잡아 옴에게 주며 '육지 새우'라고 얘기하고, 옴은 맛있게 잘 먹는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환경 보호 외치는 화려한 비주얼 [유진모 칼럼]

이는 마지막의 쿠키 영상과 연결되는데 유머라기보다는 억지스럽고 혐오스러운 느낌을 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치즈 버거에 맥주 한잔하는 게 서민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인스턴트 음식을 권장하는 게 옳을까? 그 인스턴트 음식이 환경 파괴의 주범 중 하나라는 것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완은 미국의 자본주에 아부하는 듯하다.

그나마 정치에 대한 유머는 보아 줄 만하다. 어느 정치 체제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아직도 가장 훌륭한 철학자로 칭송 받는 플라톤이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체제는 공산주의였다. 게다가 그는 아내를 공유하고, 신생아 중 열성은 도태시키자고까지 주장했다. 최소한 아틀란티스에서의 의회주의는 독소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이는 관객들에게 '그러니까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잘 뽑아야 해.'라고 냉소적으로 외치는 듯하다. 앞뒤가 꽉 막힌 보수적인 정치인을 입김을 가진 자리에 앉히면 안 된다는 진리! 마지막으로 가족애이다. 한국적 정서를 제거하면 이복형제보다 한 배에서 태어난 이부형제가 더 가깝다. 논란을 이유로 허드의 분량을 일부러 많이 제거한 것은 조금 아쉽다.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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