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협 변호사
김찬협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과거와 달리 요즘은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없다. 오히려 성형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가꾸는 하나의 정당한 수단으로 자리하였고, 그 결과 졸업앨범 등을 이유로 성형시술을 시작하는 나이도 점차 어려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과는 별개로, 성형시술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법원이 미성년자에 대한 코 필러 주입술 등을 시술한 성형외과 의사에게 그 부작용을 이유로 수 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원고는 시술당시 만 17세 11개월 30일의 미성년자로, 성형외과 의사인 피고로부터 ‘피부괴사 등 후유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는 내용의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후 쌍꺼풀 수술 및 코 필러 주입술을 받았다. 원고는 시술 후 3일 만에 코 부분의 피부색 변화 및 우안 시력저하를 호소하였고, 2일 뒤 다른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장기간에 걸쳐 각종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우안 실명, 우안 사시 등의 장해 진단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 사건에서 가장 문제된 것은, 원고에게 사용된 필러 물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미성년자에 대한 사용 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피고는 △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 사건 필러 주입술이 금지된 이유는 시술 자체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라 관련 규정상 18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인 점, △ 해외 대부분 나라의 성년 기준은 18세인데, 원고는 이 사건 필러 주입술을 받은 바로 다음날 18세가 되었기에 필러 주입술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는 점, △ 미성년자에 대한 필러 주입술은 현재 의료계에서 실제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자신에게 의료상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 이 사건 필러 물질은 미성년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못했고,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성형용 필러의 허가 기준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사용을 금지한다는 주의사항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키도록 정하고 있는 점, △ 이 사건 필러 물질 역시 미성년자에 대한 사용을 금지한다는 주의사항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제조허가가 이루어진 점, △ 위 허가 기준 등에서 말하는 미성년자는 우리나라 기준을 따르는 것으로 원고가 이 사건 필러 주입술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은 분명한 점, △ 우리 민법은 성년을 만 19세로 규정하고 있어 원고가 성년에 아주 근접한 연령이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 사건 필러 주입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시술상 주의사항을 다르게 보기 어려운 점, △ 오히려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자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도 위와 같은 시술상 주의사항은 엄격하게 지켜져야만 하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가 미성년자에 대해 이 사건 필러 물질을 사용하여 주입술을 시행한 것은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설명의무 위반 쟁점과 관련하여, 비록 수술동의서에 시력상실에 대한 내용은 없으나, 이 사건 필러 주입술로 시력 손상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은 뉴스,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므로, 원고 역시 이러한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이에 대해 법원은 △ 성형용 필러의 사용으로 인한 실명 사례에 관하여 언론 보도가 있었더라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에는 성형수술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한 홍보성 자료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의학적 전문지식이 부족한 원고가 자신의 건강에 미칠 구체적 위험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얻는다거나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일 경우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의 설명의무위반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성형시술은 그 시술이 얼마나 흔하게 행하여지는지와 무관하게 의료행위의 본질적 특성상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 사건 판례의 소개가 일반 환자 및 소비자의 입장에서 더욱 신중하고 올바른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작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법무법인 태림 서울 본사무소 김찬협 의료법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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