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복합 쇼핑몰은 물건을 단순히 사고파는 공간을 떠나 온 가족이 머물며 문화, 외식, 쇼핑,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미 우리 곁에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다른 것은 차치하고 복합쇼핑몰 어느 구석에서 문화적 차원을 찾을 수 있나 궁금하다. 벽에 걸린 가짜 명화 몇 개 훑어 보고 영화 한 편 보면 문화생활이 영위된 것일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였다는 기치를 내건 그들의 속셈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 하루종일 붙잡아두고 우리의 주머니를 훑겠다는 얘기에 불과하다.

필자가 대형쇼핑몰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생각의 근원은 이 공간을 만든 자들에 있기보다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우리에 대한 안타까움에 기인한다. 아무리 현명하고 영악한 자도 이 공간에 들어서면 하릴없이 지갑을 열 각오를 해야 한다. 물건이 천지에 그득하다 하여 가격이 쌀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특이하고 흔치 않은 상품일수록 가격 비교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산책하듯이 쇼핑센터를 걷다 보면 “어 저거 맛있겠다”와 “어 저거 사고 싶다”의 “어저거소비”(필자 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전 계획에 의해 필요 물품을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해 보이거나, 집에 두면 쓰겠다 싶은 물건을 사는 것이다. 물건을 보고 필요를 스스로 끌어내는 아주 비합리적 소비다. 화려한 공산품 사이를 하릴없이 거닐면 그 물건들이 모두 내 것인 양 착각에 빠진다. 소비의 여왕이 손짓하면 점원은 득달같이 달려와 시중을 드는데 가정과 직장에서 늘 치이고 사는 우리는 비로소 “이곳에서 대우받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진다. 한껏 고무된 우리는 커다란 쇼핑 카트에 물건을 채워 상처뿐인 자기만족을 달성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들로부터 우리의 지갑을 국토 방위하듯 견고히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자들은 할인 행사, 또는 two buy get one free 등의 다양한 기법으로 우리를 유린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역시 남발된 세일에 지쳐 50~70% 할인한다는 문구에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내성을 갖게 되었다. 그래도 남자는 꼭 필요한 만 원짜리 물건을 이만 원에, 여성은 불필요한 이만 원짜리 물건을 만 원에 사서 집으로 들고 온다고 한다.

바가지 상혼과 더불어 가격을 꼭지까지 올려놓고 원래의 값에 되파는 판매 행위를 비꼬는 우스개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물품이나 재화의 소비 외에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 소비의 남발이다. 이미 쓰레기를 방불케 하는 미디어의 맛방 남발은 도를 넘는 심각의 단계를 지나 위험 수준에 이르렀고, 이런 연유 등으로 음식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지 오래다. 체계적인 영양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른 반열에 든 자들은 우리의 몸에 유, 불리한 음식 정도는 구별할 줄 안다.

그러나 주린 채로 맛집이 그득한 복합몰의 푸드 코트를 거닐다 보면 최소한의 분별력 조차 자취를 감춘다. 문제는 자녀의 입맛에 맞는 식사를 부모가 함께하는 데 있다. 달거나 기름지고 바삭하여 간사하게 입에 달라붙는 식사로 몸 버리고 돈 쓰는 식도락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 채소나 샐러드 등의 유용한 음식조차 짜거나 달게 망쳐 놓으므로 단호하게 노 마요(네즈), 노 슈거, 노 소스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버린 돈은 다시 번다손 치더라도 한번 망가진 몸은 회복이 힘들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행위다.

집 근처에 들어선 대형 복합 쇼핑몰이 과연 집값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계산대에 올린 물건 중 집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물건은 없는지 잘 살펴보자. 영리하고 현명한 소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카드명세서 또는 저울 위 우리의 몸무게를 보고 기겁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개점 당일 복합 쇼핑몰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해 우리가 입을 딱 벌렸듯 말이다.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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