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정당정치의 재편성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망 [이성우 칼럼]

이성우 정치학박사l승인2018.07.19l수정2018.07.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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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현대 국제정치의 논의에 있어서 현실주의 시각에서 조차 국제체제 결정론을 완화하여 월츠(Kenneth Waltz)는 개별 국가의 행위에 의의를 부여했고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연계를 인정하는 흐름이 구성주의로 나타났다. 현실주의에서는 국제질서의 구조가 개별국가의 행위를 결정한다는 단선적 논리에서 개별국가의 행위가 국제질서의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의 대외정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접두어처럼 언급되는 “주변 4강에 둘러싸인 약소국”이라는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력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국내정치는 한국의 대외정책 및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전 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여론의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대외정책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재편성(realignment)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대외정책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당정치의 재편성(party realignment)은 양당정치 체제에 기초한 미국정치에 있어서 특정지역 유권자들의 특정정당에 대한 지속적이고 고정적인 정당지지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재편성 현상이 발생했지만 가장 정치적으로 함축적인 것은 남북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오던 백인유권자들의 견고한 남부(Solid South)가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고 이후 지금까지 견고한 공화당 지지로 남아있다.

한국의 정당정치도 2017년 5월 대통령선거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지나면서 정당정치의 재편성과정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전남의 순천·곡성지역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영남지역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20% 정도를 유지했고 2018지방선거에서는 확실히 재편성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텍사스 출신 민주당 존슨 대통령이 민권법안(Civil Rights Act 1964)에 서명하면서 남부주의 백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떠나 공화당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 이와 달리 한국 정당정치의 재편은 국내정치보다는 국가안보 및 대북정책과 관련이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보수정부의 강경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2017년 말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2017년 11월 13일 유엔총회가 2018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소식은 역설적으로 국내여론은 기존의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남북대결에 수반되는 군사적 충돌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평화에 기초한 대화와 협상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었다. 국내정치적 분위기가 전환된 상황에서 4·27 및 5·26 남북정상회담과 6·12 미북정상회담은 압박과 제재을 주로하는 강압적 대북정책에서 교류와 협력을 주로 활용하는 유화적 대북정책으로 전환이 국내 정당정치의 재편성을 주도했다.

미국의 1964년 민권법안에 대한 선 벨트(sun belt)지역 백인유권자와 2016년 오바마 케어에 대한 러스트 벨트(rust belt)지역의 중산층이 공유했던 사회·경제적 위기의식이 재편성을 주도했다면, 한국의 2018년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위협에 직면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 차원에서 유권자들이 정치 재편성을 주도했다. 이러한 재편성이 일어난 원인으로는 첫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강경접근 중에서 군사적 선제공격을 통한 외과수술식 제거가 아니면 실지로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고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선제공격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으로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고 대화와 협상을 동반해야 된다는 점을 자각하게 되었다.

둘째, 시대의 변화에 따른 세대의 변환이 가장 큰 요인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을 주도한 386세대는 이제 50대가 되었고 그 때 태어난 6·29세대가 30세가 되었고 냉전의 아픔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는 1950년에 태어난 6·25세대는 68세가 되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 5178만 중에서 만 70세 이상의 인구는 5백만으로 9%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서 20대에서 59세까지 인구는 3137만으로 전체인구의 60%를 차지한다. 전후세대와 민주화세대가 바라보는 북한과 북한의 35살짜리 지도자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전시기와는 다르다.

셋째, 남한과 북한에 대한 상대적 국력의 평가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이념적 선호의 역할이 감소하고 이성적 판단의 역할이 증가하게 되었다. 남북한의 상호관계에서 전쟁이 아닌 교류협력이 진전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무력적화통일의 가능성도 낮게 보지만 북한의 체제붕괴를 전제로 하는 흡수통일의 비용도 떠안고 싶지 않는 합리적 판단이 지배적인 여론이 되었다. 보수가 주도해온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과장된 이념공세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 진보가 주도해온 조건 없는 화해와 협력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지금 여론의 대북정책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은 제재와 압박을 유지한 상태에서 비핵화의 진전이라는 잣대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확인하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넷째, 한반도 주변국가와의 관계에서 국내 여론이 주변국에 대한 평가가 기존의 이념의 틀을 깨고 실질을 파악하게 되었다. 한·미·일 동맹의 우방인 일본은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에 납치일본인 문제해결 이라는 본말이 전도된 요구를 통해 비핵화 과정에 훼방을 놓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6자회담이라는 다자구도로 추진할 때는 미·북의 양자구도가 적절하다고 양자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미국을 탓하다가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상황에서는 양자구도보다는 6자회담의 다자의 틀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한국 여론이 가졌던 호전적 이미지와 달리 현재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의 한반도 정책에 숨겨진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정치의 재편성은 한반도 비핵화에 따라서 발생하는 추진과정의 위협요인, 비핵화를 달성하는 과정에 주변국의 이해관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으로 거두게 될 이익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능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에서 “이제는 경제”라는 주문이 주목과 함께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대 정부의 업무수행 능력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현 정부에 있어서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것과 대북정책은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 ‘이제는 경제’라는 말은 ‘북한 핵은 해결되었다’또는 ‘북한 핵 문제는 충분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들린다. 지금 시점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 처리되어야 한다. 국가의 생존과 안위는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문제 보다 우선한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이성우 정치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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