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협 변호사
김찬협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최근 광범위한 전세사기 이슈와 관련하여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 범위가 법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특히 다가구, 다세대 주택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쟁점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한 사례 중 하나로 다가구주택 임차 관련 판례가 있다. 당시 원고는 총 13세대로 구성된 다가구주택 중 한 호실을 임차하였는데, 피고 공인중개사는 계약 당시 원고에게 원고가 임차한 목적물에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설명하고 이를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에 기재하였으나, 같은 주택에 거주하던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계약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사항은 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며, 원고에게 교부한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도 해당 내용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그 후 위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배당이 이루어졌으나 원고는 다른 임차인 및 근저당권자보다 후순위에 있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배당을 받지 못했고, 이에 피고 공인중개사 및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위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하였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고 공인중개사 및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다가구주택 일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중개업자가 임차의뢰인에게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중개업자는 다가구주택 일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아니 되고, 임대의뢰인에게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에서 정한 서식에 따른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중개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의뢰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위 법리는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재확인된 바 있다. 다만, 위 대법원 사안과 달리, 최근 하급심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는데, 이는 △ 피고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의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인의 수,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계약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하여 서면 자료를 받아 확인하려고 시도한 점, △ 피고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으로부터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만을 받았을 뿐 다른 더 구체적인 근거자료는 받지 못했고, 이 부분 임대인의 거부 내지 비협조 사실을 임차인에게 명시하여 설명하였고 이를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의 해당란에 기재한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는 현행 제도 하에서 다가구주택 건물의 호실 총수, 공실의 개수, 임대 중인 호실의 개수, 각 임대차보증금의 액수,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정확히 수시로 파악할 공권적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가 임차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전문적 예상 정보를 제공치 않았다고 하여 그로 인해 곧바로 공인중개사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임차보증금 회수불능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은 손해배상책임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며, 이를 지적한 위 하급심 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보인다.(법무법인 태림 서울본사무소 김찬협 변호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