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일개 배우, 대통령 [유진모 칼럼]
옥주현, 일개 배우, 대통령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걸 그룹 핑클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2022년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계 옥장판'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옥주현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눙주현 OkJooHyun'을 통해 자신의 뮤지컬 출연료, 출연 횟수, 그리고 캐스팅 관여 등에 대한 항간의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여기에서 대통령과 일개 배우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표현을 통해 출연료는 매 공연마다 상황에 따라 제작사와 협의해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더블 캐스팅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5 대 5라는 원칙을 지키되 현실적으로 탄력성을 발휘한다고도 했다. 특히 캐스팅 관여 의혹에 대해 "난 대통령도 아니고 일개 뮤지컬 배우일 뿐이다."라며 자신이 어떤 일을 조장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2022년 '엘리자벳' 10주년 라인업이 공개된 이후 김호영은 이른바 '옥장판 사태'로 불리는 인맥 캐스팅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 스태프에 대한 '갑질'을 폭로하는가 하면 2016년 '마타하리' 공연 때의 캐스팅 독식 등을 주장했다. 그러자 옥주현은 김호영을 고소했지만 뮤지컬 1세대 선배들의 반발을 샀다. 옥주현은 고소를 취하했고 김호영의 사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먼저 옥주현의 당당한 주장이 진실이라는 전제 하에 무엇이 문제인지 풀어 보자. 할리우드에 진출한 가수 출신 NS윤지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할리우드에서의 주연 배우에 대한 대접(예우)이 대한민국과 천양지차임을 알렸다. 그녀의 경우 독립 트레일러에 개인 비서까지 제공 받는다는 것. 즉 주연과 조연 배우에 대한 차별 대우가 없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촬영 현장에 트레일러라는 게 없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본질은 같다. 야외 촬영인 경우 지근의 건물 등을 활용한 임시 대기실이나 매우 열악한 경우 텐트를 사용한다. 물론 세트 촬영의 경우에는 그럴 듯한 대기실이 존재한다. 상황이 어떻든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는 다르다. 할리우드처럼 음식과 물까지 차별되지 않더라도 대기실은 다르기 마련.

당연히 숙소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다. 같은 호텔에 묵을지라도 주연 배우는 조금 넓은 방에서 혼자 머무는 식이다. 이런 건 그저 외양적인 이야기이다. 인권은 같을지언정 몸값은 다른 게 현실이니까. 문제는 캐스팅이다. 인격이 훌륭한 배우일수록 감독과 제작사(혹은 배급사)의 고유 권한인 캐스팅에까지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아니 절대 있을 수 없다.

물론 고 이선균의 경우처럼 흙 속에 묻힌 진주를 개발하고자, 아니면 안타까운 후배를 도와주고자 '강력 추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단 위력 행사가 아닌 '순수한 추천과 애원'이라는 전제이다. 고인의 경우 사후의 반응으로 보아 악의적 의도가 전혀 없었음은 충분히 알리고도 남는다. 그런데 거대 연예 기획사의 패키지 제안은 사실상 업계의 관행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방송 등에서 이것은 제일 윗선부터 말단의 로드 매니저나 심지어 팬들까지 다 아는 묵은 관습이다. 뮤지컬은 디테일에서 영화, 드라마, K-팝 등과 다르지만 오십보백보이다. 전문 배우도 있지만 전술한 분야의 연예인들이 병행 출연하기도 한다. 즉 연예계의 관습과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뮤지컬계 옥장판'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물론 옥주현의 주장 혹은 해명을 전제로 한다. 그녀는 고 이선균이라고 하자. 문제는 '일개 배우'와 '대통령'이다. '일개'의 사전적 의미는 '보잘것없는 한 낱'이다. 물론 엑스트라 등 말단 배우에게 '일개'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다. 하지만 옥주현이 과연 뮤지컬계에서 '일개'일까? 그녀는 뮤지컬계에서 남자 조승우에 비견되는 여배우로 회당 1~2000만 원을 받는다.

요즘 뮤지컬 최상위 티켓 가격이 10만 원 중반대를 넘는다. 그런 데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옥주현이 과연 '일개'에 불과한가? 더불어 그녀는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뭐 그런 힘을 행사하느냐?'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굉장히 위험하다. 그 말을 돌리면 대통령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혹은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단정할 여지가 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다. 그런데 그 원수는 군대에서 제일 높은 원수가 아니다. 다만 국군의 통수권자인 것은 맞다. 국가의 제일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최고위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는 한도 내에서이다.

또한 국군 통수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었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급여와 연금을 받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신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들에 대해 국민들의 심부름을 하는 일꾼이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는 것이다. 옥주현의 논지에 따르면 대통령은 무소불위로 비친다.

연예계 논란에 웬 정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이다. 게다가 작은 데에서부터 비뚤어지면 정작 중요한 지점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침소봉대된다. 대통령도 톱스타도 사람이다. 한 명의 국민에서 시작했고, 결국 하나의 국민으로 끝난다. 사는 동안의 직업은 한편으로는 생존의 방편이고, 한편으로는 성취감이라는 존재론의 이유이다.

옥주현은 자신의 평범함을 주장하였으나 역설적이게도 톱스타나 대통령의 인품에 따라 불합리하게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음을 알고 있거나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어휘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적지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대통령을 나라님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연예계에 Idol(우상)이라니 '하늘'이 통탄할 일이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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