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원장
이정호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재택근무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직장인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앉아서 일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앉은 자세는 누웠을 때보다 항문에 압력을 3배가량 주기 때문에 항문 건강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항문질환인 치질은 많은 이들이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항문과 관련된 질병이기 때문에 왠지 모를 창피함에 주변에 터놓고 말하거나 병원을 방문하기 꺼려진다. 하지만 치질을 참고만 있으면 수술이 필요한 단계까지 악화될 수 있어, 치질 증상이 있을 땐 조기에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화장실에서 변을 본 뒤 휴지에 피가 묻어 나왔던 경험이 있다면 치질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항문에서 피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는 치질의 초기 증상이기도 하다.항문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흔히 치질이라고 불리는 치핵이다. 원래 치핵과 치열, 치루, 항문가려움증 등 항문 주변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통틀어 치질이라고 통칭하지만 항문질환의 80%는 치핵인 만큼 주로 치질은 치핵을 지칭한다.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치질의 원인은 없으며, 현재로는 변비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치질의 90% 이상이 변비에서부터 발생한다고 한다. 딱딱한 변을 억지로 배출하기 위해 과도한 힘을 주다 보니 항문 안쪽 조직이 밀려나오거나 항문 내벽에 상처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치질 환자들의 경우 이미 대장 점막에 엄청난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장누수증후군이 발생해 장 점막 사이가 벌어졌다면 그 틈으로 유해균이 침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면역력 저하와 염증 수치의 증가를 만들게 된다.

치질(치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과 탈항이다. 대부분의 경우 배변 시 선혈이 묻어나오며, 치핵이 진행될수록 항문의 치핵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로 인해 치핵 조직이 만져지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평소에도 항문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을 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항문이 빠지는 듯한 불편감과 통증이 나타난다. 치핵은 조직이 늘어난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눌 수 있다.

치핵 1기일 때는 치핵이 가볍게 부풀어 올랐지만 항문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치핵의 크기는 환자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지만 종종 출혈이 있을 수 있다. 2기로 진행되면 치핵이 더욱 커져 배변 시 힘을 주면 혹이 밀려 나왔다가 힘을 빼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3기는 배변을 할 때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온 혹을 억지로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항문 안으로 들어가는 정도이다. 4기로 이어지면 치핵이 아예 다시 들어가지 않고 일상에서도 불편을 느낄 정도로 진행된 단계다.

보통 1~2기 치핵은 약물 치료와 좌욕, 좌약이나 연고 사용, 식습관 및 생활 습관 개선 등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치핵이 3~4기로 진행될 정도로 증세가 심하거나 합병증을 동반했다면 치핵 근치술을 활용해 치핵 덩어리를 뿌리부터 절제해야 한다.

치질 환자는 수술 후 통증과 출혈, 회복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끼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는 봉합 방식으로 인해 발생한다. 치질 수술은 노출된 치핵 조직을 절제하고 절제로 발생한 출혈을 막기 위해 주변 조직을 당겨서 봉합해 지혈한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높은 긴장, 압력 형성으로 걷거나 앉을 때 심한 통증과 불편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면과 국소 마취를 활용해 무통 수술을 진행하면 치질 수술 시 통증에 대한 줄일 수 있다. 대다수의 환자는 치질 증상을 남에게 말하기 꺼려하지만, 치료를 미루면 오히려 치료가 어려워진다. 치질 증상이 있다고 모두 수술을 받는 것도 아니고 만일 수술을 받아야 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질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쪼그리거나 책상다리하고 바닥에 앉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과음은 항문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자제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5분~10분 정도 좌욕을 통해 항문 주위의 청결은 물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인천하이병원 이정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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