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죄송하다며 고개 숙일 이유? [유진모 칼럼]
황정음, 죄송하다며 고개 숙일 이유?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배우 황정음(39)이 지난 27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새 금토 드라마 '7인의 부활'(김순옥 극본, 오준혁-오송희 연출) 제작 발표회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황정음은 프로 골퍼 출신 사업가 남편 이영돈과 이혼 소송 중인데 이 일로 불미스러운 화제에 오른 데 대해 사과한 듯하다. 그런데 이게 사과할 일인가? 그녀가 참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황정음은 걸 그룹 슈가 멤버로 데뷔해 그룹 해체 후 배우로서 매우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2016년 결혼해 이듬해 첫 아이를 얻었고, 2020년 이혼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2022년 둘째 아이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근 되돌아올 수 없는 스틱스 강을 향해 서로 등을 돌린 모습이 확연해졌다.

그리고 황정음은 SNS에 이영돈의 외도 탓에 이혼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이 두드러지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이혼의 귀책 사유가 이영돈에게 있다.'라는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녀의 사과는 이혼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결말에 대한 것일까, 남편의 외도를 폭로하는 자신의 궁색함 혹은 그런 절박함에 대한 자아 비판 혹은 탄식일까?

모든 것을 떠나 이날 자리에서 "일은 일이고 개인사는 개인사이다."라며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아는 자세를 보인 점은 프로페셔널했다. 자신의 외도로 부부 관계가 파탄 난 것도 아닌데 대중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겸손하거나 최소한 직업 정신이 투철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과는 본질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다.

유명 스타는 열애설 등이 불거지면 소속사와 함께 '사생활이다.'라며 대부분 함구하거나 은폐, 엄폐하려 한다. 물론 쿨하게 인정하고 나서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연예계 생리상, 연예인의 체질상 일단 입을 다물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 마련. 거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대다수의 연예인은 대중의 대리 만족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의 주체라는 이유가 배경이다.

그럴수록 대중의 호기심과 관심은 더욱 증폭된다. 대중으로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도저히 참기 힘들다. 게다가 연예인은 어느 정도 '팬 서비스'를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연예인은 절대 평가로 보나 상대 평가로 보나 노동 총량과 사회 기여도에 비해 얻는 부와 명예가 큰 게 사실이다.

물론 민주화 운동가와 연예인에게 있어 활동 분야와 대중에 대한 위무는 차원과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윤심덕을 김구에 비교할 수는 없기는 하다. 그런 면에서 자꾸 숨기려 드는 다수의 연예인에 비해 황정음은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게 과잉 친절이라면? 오히려 대중의 피로도를 더 높이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면? 그녀의 사과에 주목할 만한 이유이다.

대중이 연예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잤냐, 안 잤냐?', '그래서 결혼은 한대?' 정도이지 그들이 침실에서 어떤 체위를 하는지까지 집착할 만큼 생활이 여유롭지는 못하다. 그만큼 천박한 사람도 드물다. 그건 소수 무식한 시정잡배들이 의미 없는 술자리에서 안주가 부족할 때 자신들만의 밑바닥 상상력과 비뚤어진 우월감으로 창작하는 삼류 소설에 불과할 따름이다.

황정음을 예로 들자면 '결혼한대?', '누가 프러포즈했어?', '이혼한대?', '누가 잘못했어?', '그 잘못이 바람이야, 돈이야?'정도이지 후속 이야기의 디테일한 속사정까지 시시콜콜 파고들 만큼 삶이 여유롭지는 못하다. 유명 스타의 사생활 화제에 잠시 관심을 가진 뒤 다시 '먹고사는' 일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이혼 위기에 놓인 '제 코가 석 자'인 처지이기에.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옆에서 후속 이야기가 들린다. 그 지점부터 피로도가 급하게 상승한다. '1년에 360일 일하는 나보다 절반만 일해도 10배, 100배 더 버는 사람이...'라는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기 마련. '죄송하다.'라는 그녀의 사과와 그 다사의 의도는 매우 예의 바르고 더 나아가 솔직하지만 '남편의 귀책 사유'로 이혼 소송 중을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런 점에서 과유불급. 황정음은 "전 개인주의였는데 아기를 낳기 전과 낳은 후로 인생이 바뀌었다. 제가 누군가에게 희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두 아들이다. 그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게 그녀의 지상 최대의 사명이자 목표일 것이다.

그런데 이영돈은 누가 뭐래도 두 아들의 아버지이다. 이영돈이 황정음의 남편으로서의 자격과 기능을 상실했을지 모르겠지만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는 책임감과 능력을 잃어서도, 버려서도 안 된다. 아버지가 무책임하지 않는 한 두 아들도 그런 부성애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 부부의 무(無)촌은 말 그대로 무로 돌아가지만 부모-자식의 일촌은 영원히 제일 가깝다.

공고롭게도 황영음의 소속사 동료인 이범수도 아내 이윤진 씨와 이혼 소송 중이다. 이 씨는 황정음보다 더욱 세세하고도 포괄적인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아들의 소식을 알 수 없다는, 부모로서는 가장 답답하고도 서글픈 속내를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황정음도 그렇고, 이 씨도 그렇고 대중이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커다란 회의감이 든다.

대중은 연예인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로써 위로와 힐링과 휴식을 얻기 마련이기에 연예계와 연예인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예인이 스스로 흘린 과한 정보로 인해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건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공해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그들의 자식은 연예인도 아니고, 팬은 더욱 아니다. 미래의 주인공이기에 누구보다 더 보호 받아야 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내는 젊은 남편에게 여주인공이고, 중년 남편에게 친구이며, 노년 남편에게 유모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인식론을 지닌 남자를 만나는 건 여자의 몫이다. 아이는 엄마라는 바다에서 잉태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다시 그 바다가 되거나 그 바다와 함께 새로운 아이를 창조한다. 그러니 엄마는 그 바다를 청정하게 지켜 줘야 하지 않을까?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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