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KBS, MBC, SBS 등 각 방송사에서 공채 탤런트, 코미디언, 성우를 뽑아서 그 방송국 프로그램에서만 공채 연기자들을 볼 수 있던 때와 달리, 요즈음은 가장 인기 있는 연기자들을 어느 방송국 프로그램에서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탤런트, 개그맨, 성우 등이 속해 있는 한국방송연기자노조가 밀린 출연료지급을 촉구하며 KBS 프로그램에 대해 촬영거부 투쟁을 하는 것을 보며, 연기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에서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습니다.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등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근로자라고 합니다. 법조문에는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다양한 판례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근로자라고 하면 언뜻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을 떠올리지만, 우리 법원은 대학입시학원 종합반 강사들, 사립대학교 시간강사들 등 근로자성을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한 교섭단위분리 재심결정 취소소송에서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988년 설립된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이하 한연노)에는 탤런트와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400여명이 가입 돼 있습니다.

이들은 2012년 한국방송공사와 출연료 협상을 진행하던 중 중앙노동위원회가 "연기자들을 근로자라고 인정할 수 없어 KBS 전속 공채 연기자·성우들이 만든 노조와 별도의 단체교섭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교섭단위분리 재심결정 취소소송(2015두38092)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연기자들은 특별한 방송국에 전속되지 않은 채 프로그램별로 자유롭게 출연계약을 맺고 있고, 근로소득세 징수 대상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연기자는 전문성 때문에 연기과정에서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연출감독이나 현장 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연기한다”며 방송연기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1심을 뒤집고 원고승소판결을 했습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조OO 대법관)는 “대법원은 학습지교사 사건(2014두12598)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으로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그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 6가지를 주요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방송연기자들의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으로 제시된 요소 중 소득의존성 요소나 전속성 요소가 강하지 않은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요소에 관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방송연기자들도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업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연기자들이 특별한 방송국에 전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출연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들을 사업자로 보았으나, 제2심 법원과 대법원은 소득의존성이나 전속성이 부족하지만, 방송사업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연기자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방송연기자들이 연출감독이나 현장 진행자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연기하는 것을 근거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여,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방송국을 상대로 헌법에서 인정하는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