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묻고, 법률이 답하다 '검사의 스포츠'

뉴스팀l승인2018.12.06l수정2018.12.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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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사이아니스의 ‘염소의 저주’는 협박죄가 성립할까?
-커브를 발명한 사람에게도 지적재산권이 인정될까?
-“스포츠 에피소드를 법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검사의 스포츠>

[미디어파인=뉴스팀] 타자가 친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면 사직구장에는 이런 외침이 들린다. ‘아~주~라!’ 공을 아이에게 주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만들어낸 사직구장 고유의 문화 가운데 하나다. 아주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면 공을 집어든 어른은 주변의 아이에게 공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직업병이 도지는 사람이 있다. 법무부에서 법교육을 담당했던 양중진 부장검사다. 스스로 필드에서 뛰는 것도 즐기고 관전도 좋아하는 자칭 스포츠광 양중진 검사는 법률의 시선으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바라본다. 과연 ‘아주라’는 강요죄에 해당될까?

<검사의 스포츠>는 못 말리는 스포츠광의 직업병 이야기다. 저자 양중진 검사는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 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그의 엉뚱한 상상력은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에서 있었던 사건에서도 가동된다. 시카고 컵스의 광팬이던 빌리 사이아니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가 ‘냄새가 심하다’는 관중의 항의로 쫓겨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저주는 실제로 실현된 듯 108년간 시카고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양중진 검사의 머리에 ‘협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과연 빌리 사이아니스의 저주는 ‘협박’에 해당할까? 협박죄의 요건을 하나씩 살피는 저자는 천재지변과 같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에서는 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염소의 저주는 그저 구장에서 쫓겨난 빌리의 분풀이일 뿐이라는 얘기.

저자의 관심사는 그러나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법률을 지배하는 정신인 ‘정의와 배려’를 토대로 운동경기의 규칙도 살펴본다. 예컨대 승부차기가 대표적이다. 처음 축구 경기에서는 무승부가 나면 동전 던지기로 승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되었는데 이때부터 양 팀이 번갈아 공을 차게 되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인 저자의 시선에는 이게 불편하다. 운의 개입을 막고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취지를 지키려면 승부차기는 양 팀에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축적된 통계에 따르면 먼저 차는 팀의 승률이 60%에 이른다. 즉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한 방식이었다. 저자는 이 방식이 지닌 문제 떼문에 최근에는 각 세트별로 먼저 차는 팀을 계속 바꾸는 방식이 도입되었다고 설명한다. 스포츠도 공평의 정신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관심사는 스포츠 전반에 폭넓게 걸쳐 있다. 파울을 선언한 심판을 향해 ‘돈을 세는 동작’을 한 선수에게 물어야 잘못에 대해서도 말하고, 보상판정이 갖고 있는 문제도 지적한다. 경기 전에 선수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심판의 행동도 언급하고, 같은 잘못에 대해서 나에게만 휘슬을 부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선수의 잘못된 평등권 주장에 대해서 말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소개하며 저자는 법률의 초석을 이루고 있는 주요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시작하여 명예훼손, 사기, 폭행, 성희롱, 지적재산권, 협박, 절도, 정당행위, 손해배상, 재물손괴 등 경기장 밖의 룰을 알뜰히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게 끝이 아니다. 정의(정정당당)와 배려라는 법과 스포츠의 정신을 통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 추천사

선수들이 매일 겪는 일상과, 어렵기만 했던 법지식을 함께 엮어 쉽게 풀어낸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소중함은 선수들에게 ‘왜,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스포츠는 서로 배려하면서, 즐기면서 해야 한다. 한순간의 승리를 위해 영원히 비난받을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스포츠를 지배하는 이념은 법과 마찬가지로 정의, 즉 정정당당이기 때문이다.(홍명보)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양중진 검사님이 어려운 법률분야를 알기 쉽게 강의해 주셨다. 승부조작, 불법도박, 성폭력, 모욕, 명예훼손 등 포괄적인 분야는 물론 빈볼,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야구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법적인 설명도 꽤 흥미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나를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이승엽)

이 책은 훌륭한 지도자이자 좋은 동료 같은 책이다. 그간 엘리트 스포츠 교육이 애써 외면해 온 그래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정당당과 배려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게다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법을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에 녹여 쉽게 설명했다.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 좋은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현주엽)

3. 저자 소개

양중진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다가 왼손 검지를 다쳤다. 아직까지도 검지는 약간의 변형 흔적을 훈장처럼 남기고 있다. 야구를 하다가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루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펜스까지의 거리는 30미터를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야구공 대신 옆에서 구경하시던 어르신의 코뼈를 때려 부러뜨리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선 정신 차리고 공부하기 위해 친구들과 독서실을 다녔다. 하지만 제 버릇 어디 갈까. 책 대신 농구공과 친하게 지내며 실력 대신 체력을 키웠다.

대학 때도 고시 공부는 뒷전이었다. 대신 축구, 농구, 야구, 배구, 족구, 탁구, 당구 등 둥글게 생긴 공들을 좋아했다. 법조문보다 선수들의 타율이나 홈런 순위가 머릿속에 더 잘 들어왔다. 교내경기에 법대 단일팀으로 출전해 체육과와 전교 동아리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교내 경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물론 선수는 아니고 감독이었다.

사법연수원 시절엔 체육특기생으로 들어왔냐는 농담까지 들었다. 검사가 되고서도 공에 대한 사랑은 계속되었다. 현재도 검사들로 구성된 농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둥근 것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사람도 그렇다. 둥근 사람이 좋다.

4. 본문 발췌

사회나 스포츠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그것이 사회에서는 법률이라는 말로, 스포츠에서는 룰이라는 말로 조금 다르게 표현될 뿐이다. 실제로 사회가 운영되는 기본정신과 스포츠의 기본정신은 똑같다. 법의 기본 정신이 ‘정의와 배려’라면 스포츠의 기본정신은 ‘정정당당과 배려’이기 때문이다. 정의라는 이름이 정정당당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그런데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는 조금 다르다. 빌리 사이아니스는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말을 직접 내뱉었다. 그야말로 말로서 엄청난 해악을 고지한 것이다. 이런 경우 협박죄가 성립하지는 않을까. <1부 정정당당 스포츠, 그래야 위풍당당> 중에서

사심의 영역에 있는 가장 대표적인 판정이 보상판정(報償判定)이다. 심판이 이전에 잘못 판정을 해놓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상대편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우다. 얼핏 보면 불의(不義)를 불의로서 갚아 정의(正義)를 실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상판정은 심판이 보이는 대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과 반대로 판정을 하는 것이다. 이런 보상판정은 경기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사기를 꺾거나 경기의 흐름을 바꿔 멋진 승부를 망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형사법적으로는 선수들의 승부조작과 같은 영역에 있다. 거창하게 승패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의 영역을 벗어난 행위라는 의미이다. <1부 정정당당 스포츠, 그래야 위풍당당> 중에서

A는 길가에 주차를 하다가 인근 가게 주인인 B와 시비가 일었다. 처음엔 말다툼으로 시작했지만 싸움이 점점 커졌다. 결국 B가 A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화가 난 A도 주변에 있는 야구공을 집어 들고 B를 향해 던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뜯어말려 두 사람의 싸움은 상처 없이 끝났다. 경찰서에 연행된 두 사람은 서로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유효할까. 결론적으로 A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B는 처벌되지 않는다.<2부 기기묘묘한 반칙의 세계> 중에서

할리우드 액션은 과장된 행동으로 심판을 속여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경기의 공정한 진행’이라는 심판의 업무가 방해를 당한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로 업무방해죄가 된다고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긴 어렵다. 페널티킥 선언에는 선수의 과장된 몸짓 이외에 심판의 잘못된 판단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의 모든 과장된 몸짓에 대해 심판이 파울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파울’인지 ‘할리우드 액션’인지를 제대로 판단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심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2부 기기묘묘한 반칙의 세계> 중에서

“점당 얼마짜리 고스톱부터 도박인가요?” 검사가 되고 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가운데 하나다. ‘고스톱’은 한때 국민오락으로 불렸다. 그런데 오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처벌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돈을 얼마 정도 걸어야 도박죄가 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경우에 처벌이 되고, 어느 경우에 처벌이 되지 않는지 묻는 사례가 많다. <3부 선수는 공인이다> 중에서

그렇다면 ‘아~주~라~’라는 다수의 외침이 강요죄에서 요구하는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할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아~주~라~’라는 외침이 공을 주운 사람에게 심리적인 억압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주~라~’를 외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의도한 효과는 아닐 것이다. <4부 관중도 경기의 구성원> 중에서

5. 목차

1부 정정당당 스포츠, 그래야 위풍당당

1. 김일의 박치기는 왜 사라졌을까 - 정정당당
2. 스포츠에도 죄형법정주의가 필요하다 - 법률 없으면 범죄 없다
3. 실력만 좋으면 될까 - 법률의 부지
4. 저주 때문에 우승하지 못한 걸까 - 협박
5.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지식재산권
6. 우리 팀이 먼저 차고 싶어요 - 실질적 평등과 형식적 평등
7.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와 업무방해
8. 누가 진짜 감독일까 - 범인도피
9. 저 사람도 잘못했단 말이에요 - 상계
10. 모든 선수는 규칙 앞에 평등하다? - 평등권
11. 배려는 규정에 맞아야 한다 - 재량행위와 기속행위
12. 사심과 오심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 승부조작과 업무방해

2부 기기묘묘한 반칙의 세계

13. 헤드샷은 왜 퇴장될까 - 배려
14. ‘밀어주기’는 좋은 걸까 - 승부조작
15. 빈볼도 경기의 일부일까 - 특수폭행
16. 벤치를 깨끗하게 비우면?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17. 포수가 일부러 포구하지 않았다 - 부작위범
18. 내 손에 맞지 않았어요 - 진술거부권
19. 할리우드 액션은 할리우드에서 - 사기와 업무방해
20. 파울 때문에 입은 부상의 한계는? - 정당행위와 상해
21. 감추고 숨기면 더 훔치고 싶어요 - 절도와 업무방해
22. 세리머니는 단지 매너의 문제일까 - 모욕
23. 월드컵 우승국을 바꾼 지단의 박치기 - 모욕과 정당방위
24. 고의로 반칙하면 치료비는 누가 낼까 - 손해배상과 사용자책임
25. 경기 중에 백보드를 부수면 물어내야 할까 - 재물손괴

3부 선수는 공인이다

26. 이기고 지는 것만 승부조작일까 - 국민체육진흥법과 업무방해
27. 그냥 인터넷 게임인데 처벌되나요 - 도박
28. 버릇없는 후배, 혼내줘도 될까 - 폭행과 상해
29. 운동선수만 세게 처벌될까 - 형벌, 행정벌, 징계벌
30. 운동선수들이 제일 좋아하는 숫자는? - 모욕
31. 가운데 손가락을 펴면 안 돼요 - 모욕와 징계벌
32. 위험해 보이기만 해도 징계 대상일까 - 승부조작과 위험범
33. 마카오 카지노에는 가도 될까 - 도박
34. 돈을 세는 동작은 어떤 의미일까 - 명예훼손과 모욕

4부 관중도 경기의 구성원

35. 관중이 파울볼에 맞으면 누구 책임일까 - 업무상과실치상
36. 공 대신 맥주 캔을 던지면 - 업무방해와 폭행
37. 아~주~라~! 안 줘도 될까 - 강요
38. 응원 소리가 너무 커요 - 업무방해와 손해배상책임
39. 조용히 관전하고 싶어요 - 질서유지권과 계약의 해지
40. 심판이 관중을 퇴장시킬 수 있을까 - 질서유지권
41. 마음 희롱과 성희롱 - 성희롱
42. 관중석으로 날아온 공! 가져가도 될까 - 절도

뉴스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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