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승환의 행복한 교육] 고등학교시기에 이미 뚜렷한 진로 적성을 보여준 첫째 아이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판 결과 본인이 원하는 전공의 대학교에 무난히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2016년)에는 지금처럼 대학 입시가 복잡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공부한 만큼의 수능 성적에 맞추어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둘째 아이가 드디어 고3이 되었습니다. 첫째와 달리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고3임에도 불구하고 장래 전공을 딱히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으려니 그동안 배워둔 기술도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진학이 경제적 독립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둘째를 위해 필자는 최근의 우리나라 대학입시에 대한 정보를 나름대로 알아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충격과 마주 하였습니다.

대학생을 정시로 한 명 보내본 입장에서 수시, 정시, 학생부종합, 논술, 수능 최저… 등등의 용어까지는 그래도 어떤 의미인 지 대략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시와 논술 전형을 제외하고는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과목별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특(행동특성) 등의 용어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는 부모님들도 계실 겁니다. 더군다나 각 대학별로 부모님들이 잘 모르시는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입시 전형 계획을 접하는 순간 어쩌면 교육부 당국의 대입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원색적인 육두문자를 날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필자와 같은 수준의 고3 부모님들을 위해 2020년 대학을 들어가는 방법을 먼저 요약합니다.

□ 수시전형 (약 75% 선발) : 수능 시험前 지원하며 총 6번의 지원 기회
① 학생부 교과: 고1~고3 까지의 학교 내신성적(석차)으로 선발(학생부 10개 항목중 교과 성적 1개 항목만 주로 반영)
② 학생부 종합: ① + 나머지 학생부 비교과활동 (소위 창체, 세특, 행특, 독서 등 반영)
③ 논 술: 문과의 경우 인문논술, 이과의 경우 수리/과학 논술 풀이로 선발
④ 특 기 자: 예체능, 영어, 수학 등의 특정분야에서 우수한 학생 선발
⑤ 적 성 고 사: 대학에서 적성고사라는 별도 시험으로 선발 (2022년 폐지예정)

□ 정시전형 (약 25% 선발) : 수능 시험後 점수에 따라 지원하며 총 3번의 지원 기회
※중요: 교육부 이외의 관할 대학인 KAIST, 경찰대, 사관학교 등은 별도로 추가 지원가능

이처럼 현행 대학입시의 전체적인 기본 사항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복잡한 각각의 대학별 전형까지 정보를 접하게 되면 일반적인 고3 학부모님의 경우는 자녀의 대입에 감히 개입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도대체 “대학을 어떻게 가야하는 거야?” 이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다보니 소위 말하는 대학입시 컨설팅이 횡횡하고 최근에 흥행한 드라마 ‘SKY캐슬’에 나오는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가 현실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2019년, 좀 암울하지만 우리 아이가 처한 대학입시의 현실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대학입시 제도는 매년 바뀌고, 대학교별 입시 전형이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선생님도 모를 수가 있으니, 부모님도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옛날 학력고사 시절과 같이 시험으로 뽑는 인원이 25~30%(정시) 밖에 안 됩니다.교과 성적으로 대략 5등하면 가던 대학을 지금은 1등해야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시 전형의 경우는 수능문제 1 ~ 2개의 차이가 본인이 원하는 대학과 원하지 않는 대학을 결정합니다. 이런 미묘한 당락의 차이가 재수생과 반수생을 많이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9년 응시 기준 재수생 13만 5천명, 재학생 45만명 입니다.

-고3이 되어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 또는 기적에 가깝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고1~고3의 모든 활동을 평가합니다. 이런 학생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능, 논술을 잘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부 교과 성적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합니다. 소위 교과 성적도 높고 스펙도 많이 쌓아야 하며 어떻게 합격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를 비판하여 일각에서는 금수저 전형 또는 깜깜이 전형이라고도 합니다.

-특수목적고인 과학고, 외고, 영재고, 자사고에 입학한 아이들이 일반고 아이들보다 통계적으로 대학을 좀 더 잘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학교들의 동아리 활동 등의 비교과 활동은 일반고 아이들과 대비하면 극명한 차이가 납니다. 일반고 동아리가 50개면 특목고 동아리는 300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정량 평가를 다방면으로 판단합니다.

-대부분의 상위권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합니다. 경북대, 부산대 등의 지역거점 명문 국립대학교보다 서울에 있는 비슷한 레벨의 소위 “IN서울대”를 더 선호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현재의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그야말로 “요지경”입니다.

고3 학생을 둔 학부모로서 이런 현실이 매우 안타깝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불편하고 어렵다고 해서 이를 당장 배척하거나 바꿀 수는 없습니다. 비록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과 같은 대입시를 겪으며 혼자서 힘들어 하는 고3들입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응원하는 “마음”밖에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신뢰, 믿음, 긍정 및 결과에 대한 수긍”이며, 우리가 주지 말아야 할 것은 “기대, 욕심, 걱정과 근심”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 김승환 대전지식재산센터장

[김승환 대전지식재산센터장]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사 / 충남대 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현) 대전지식재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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