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두 번 할까요’(박용집 감독)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서 공식처럼 흐른다. 그런 데 익숙하고 좋아하는 관객에겐 취향 저격이겠지만 다소 진지한 스타일의 관객이라면 신중해야 할 듯. 결혼 3년 된 현우(권상우)는 선영(이정현)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선영은 이혼식을 하면 그러겠노라 한다.

그렇게 결혼식장에서 이혼식을 한 지 6개월 후. 현우는 직장에서 일이 술술 풀리는 중이다. 선영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1달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막 귀국하는 길인데 접촉사고를 냈다고. 현우가 현장을 정리해주고 나니 선영이 팔이 아프다며 예전에 현우의 엄마 병간호를 자신이 했다고 고백한다.

선영은 그들이 신접살림을 했던 집에 그냥 살고 있는데 현우가 보니 엉망진창이다. 그는 병간호와 더불어 대청소를 해준다. 현우 부서의 회식이 있던 날 선영이 전화를 건다. 깁스를 푼 기념으로 맥주 한잔하자고. 할 수 없이 맥주를 마시는데 부장과 부원들이 그곳으로 2차를 하기 위해 들어온다.

취기가 오른 선영은 자신을 알아보는 부장과 부원들에게 다소 과한 액션을 취하고, 당황한 현우는 밖으로 끌고 나온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일방적인 행동이 자신을 힘들게 만든 것이라며 비수를 꽂는다. 한강 둔치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던 선영이 물에 빠지고 인근에 있던 상철(이종혁)이 구해준다.

한 블랙컨슈머가 심하게 컴플레인을 하자 부장은 현우에게 그걸 해결해달라고 주문한다. 주소대로 찾아간 동물병원 문을 여니 드러난 주인공은 그의 고교 동창 상철이었다. 연애 경험이 없는 상철은 연애 상담을 조건으로 댓글을 중단하겠다며 선영과 찍은 사진을 내밀고 이를 본 현우는 경악하는데.

일단 말장난의 퍼레이드 하나만큼은 웃음을 준다. 현우 친구는 “이혼식에 축의금, 아니 조의금을 내야 하나?”라고 당황해한다. 선영이 부장에게 “아드님 대학 갔나요?”라고 묻자 “제수 씨 엿 먹고 재수해요”라고 대답한다. 현우는 “자식은 없어도 주식은 있는데”라더니 “주식도 없네”라고 한탄한다.

배우들의 현실을 코미디로 활용한 것도 기발하다. 현우와 상철이 고교 때 싸운 시퀀스는 ‘말죽거리 잔혹사’를 그대로 가져온 것. 부장은 현우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주며 “미스코리아 출신이래. 너 미스코리아 좋아하잖아”라고 이죽거린다. 상철이 선영에게 빠지는 설정은 작위적이지만 재미있긴 하다.

세상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수소와 먼지의 우연한 결합으로 단세포 생물이 생겼고, 오랜 세월 진화를 거쳐 인간이 됐듯 우연은 세상 천지에 널려있다. 현우와 선영은 캠퍼스 커플이다.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하필 그들끼리 맺어졌을까? 인연과 우연은 영원한 숙제다.

이 영화는 사랑과 결혼에 긍정적이다. 감독은 ‘결혼하면 마냥 행복할까? 이혼한다고 또 행복할까? 이 두 가지 어려운 물음에 관해 코믹하게 답을 내고 싶었다’고 썼는데 ‘코믹하게’가 정말 다행이다. 왜냐하면 결혼도 이혼도 절대 쉽지도 행복을 담보하지도 않으며 웃긴 건 더욱더 아니기 때문이다.

현우는 선영이 성격이 급하고 자기 위주라며 ‘또라이’로 부른다. 실제 선영은 이혼 후에도 아쉬운 일만 생기면 현우를 귀찮게 한다. 도대체 그들이 이혼한 명확한 이유는 잡히지 않는다. 가장 유력한 건 권태기다. 도파민의 분비 기간은 최장 2년 정도다. 싫증이 나기 시작하니 모든 게 짜증 나는 것.

로맨틱 코미디는 결혼의 옳고 그름을 묻지만 결국 풀지 못한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계속 달라지겠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각자의 필요에 의해 성생활과 종족보존을 하기 위해 적극 지지한 풍습과 제도인 건 맞다. 아직도 혼기가 찼음에도 결혼을 못하면 평가절하 되는 게 당연시될 정도이니.

문명이 생긴 이래 귀족층은 안정된 가정생활과 종족보존을 위한 제도가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려고 군대와 노예를 다스리기 위해 그들을 결혼이라는 굴레로 엮을 필요성을 느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제도인가. 안정된 성 상대가 남자의 혈통을 이어주고, 권력유지에 내조까지 하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래서 부장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한다. 주변사람들이 한다고 관성적으로 부화뇌동할 게 아니라 자기 처지와 삶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내 행복과 만족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런 진취적인 면에서 이 영화는 그리 젊지는 못하다.

다만 “이혼 후에도 쿨하게 친구처럼 지내는 건 할리우드의 액션일 뿐 대부분 모른 체하고 상대방이 불행해지길 빈다”는 대사는 피부에 와닿는다. ‘있을 때 소중한 줄 모른다’는 사랑의 단골 공식이다. 왜 선영이 굳이 이혼식을 하고 싶었는지 이유를 아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17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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