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최근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A씨가 자신을 비방한 악플러들 9명에게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총 1억 7천 3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 중 가장 심한 행위를 한 사람은 형사재판에서 2018년 11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로 ‘댓글 내용이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배상책임 및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및 형사 처벌 중 이례적으로 강한 처벌이라고 할 것입니다.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손해배상책임과 형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표현의 내용에 신중을 기하고 스스로 자제하도록 요구하는 측면과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은 피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자 구제를 위한 측면을 두루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 5. 28.>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다시 한 번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이 가지는 인격권 사이에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상에서 발생되는 명예훼손은 현실 공간에서의 명예훼손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한 번 행해진 명예훼손의 내용은 인터넷을 통하여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에게 확산되어지고,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익명의 상대방으로부터 영원히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되어, 고통의 나날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형법과는 별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사이버 명예훼손을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및 SNS의 증가 등의 이유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2배 가까이 범죄 발생이 증가하였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범죄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제재를 강화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때문입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당시 헌법재판소는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인터넷이라는 표현매체를 단순히 기존 질서위주의 사고로만 규제할 경우 인류 역사상 가장 분권적이고 개방적인 표현매체인 인터넷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재 또한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이버명예훼손죄’는 단순히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 바, 즉 행위자가 공연히 사실(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인용ㆍ감수하는 정도를 넘어 피해자를 가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비방목적은 형법 제309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의 비방목적과 같은 것으로,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의 조화라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인터넷이 국민생활에 보편화됨에 따라 인터넷 상에서 행해지는 명예훼손은 그 피해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여 그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 결과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인격 침해행위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인 익명성과 빠른 전파성으로 인해 더욱더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한 채, 우리가 뒷전으로 놓았던 개인의 인격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하여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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