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큐’, 눈부신 비주얼, 눈시울 뜨거운 플롯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19.11.22l수정2019.11.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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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특별한 반점을 갖고 태어난 골든리트리버 큐는 어린 소녀 치큐의 집에 임시로 위탁된다. 외동딸인 치큐는 큐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고, 그렇게 성장한 큐는 안내견 훈련사 사이먼의 세심한 훈련을 거친 뒤 맹인 리(런다화)에게 매칭(시각 장애인과 안내견의 궁합이 맞는지 보는 일종의 테스트)된다.

리는 꽤 유명한 셰프였는데 방송에서 다른 셰프의 음식을 냉정하게 비판할 만큼 까칠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으면서 삶이 바뀌자 비타협적이고 불친절한 외골수로 변했다.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비관하는 리는 희생적이고 복종적인 큐를 내쫓기까지 한다.

안내견 협회는 그들의 매칭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리에게 통보한다. 리가 맹인 지팡이를 펴고 떠나려 하자 큐가 그를 따라가고, 그렇게 한 사람과 한 개는 평생 반려자로 매칭된다. 리는 똑똑하고 성정까지 훌륭한 큐에게 동화돼 희망을 품고 세상을 다르게 봄으로써 하루하루 달라진다.

여동생과 디저트 카페를 운영해온 그는 제자들에게 칭찬은커녕 야단만 쳤었는데 이제 부드러워지자 제자의 실력이 향상되고 손님이 장사진을 이룬다. 어느덧 큐가 8살이 돼 은퇴가 거론된다. 설상가상으로 리가 심각한 병에 걸려서 수술 차 미국으로 떠나야 함에 따라 둘의 이별은 불가피해지는데.

‘베일리 어게인’, ‘안녕 베일리’가 애견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반영했다면 ‘리틀 큐’(뤄융창 감독)는 인류와 개의 공존이라는 그 주제에 개가 때론 인간의 친구를 넘어선 조력자라는 개념을 더한다. 제 잘난 맛에 빠져 안하무인으로 살던 리는 큰 병에 걸려 하루아침에 실명하자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렇잖아도 비사회적이었던 그는 시력을 잃자 자괴감에 빠져 자신감을 잃지만 자존감만큼은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그게 과장된 독립심으로 표출돼 타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큐는 아무런 죄가 없다. 안내견에 체질화된 골든리트리버로 태어나 훈련을 받았고, 그게 운명이라고 받아들인 것밖에.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살았던 리는 그게 옳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만 쉽게 인정하기 싫다. 그래서 큐의 희생을 거부한 채 홀로 술잔을 기울이거나 지팡이(억지 자립)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그가 지팡이 대신 큐에게 장착된 하네스(안내견 작업복)를 흔쾌히 잡게 되는 계기는 큐의 희생정신이다.

이 작품은 대놓고 그리스도교의 3가지 덕인 믿음과 사랑에 의해 되살아난 소망을 노래한다. 플라톤이 ‘테타이테토스’에서 지식을 참으로 판단된 믿음이라고 정의한 건 인식론적이지만 철학 일반은 지식과 믿음을 별개의 개념으로 다룬다. 즉 희망이나 욕구를 의지하는 명제적 태도로서의 믿음이다.

타 개체와 달리 반점을 갖고 태어난 큐는 인식론적으론 이상하거나 특별한 존재자다. 치큐의 집에 위탁돼 성장한 뒤 첫 안내견 자격 테스트에서 탈락한 것이나 리와의 매칭에서 실패 판정을 받은 것 등과 연결된다. 그러나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듯 큐만의 다름은 그 개체만의 개성이고 능력이었다.

그는 사람보다 단순한 유기체이므로 처음에 리가 푸대접할 때 생존본능에 의해 피했어야 했지만 외려 그러면 그럴수록 더 가깝게 다가가려 하고 지켜주려 했다. 그게 바로 믿음이다. 리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있음을 알았고, 그걸 펼쳐주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운 것. 표상주의보다는 성향주의적 믿음.

그 믿음은 지금까지 혼자 살았고, 변변한 친구 하나 없이 오직 여동생하고만 소통해온 리의 굳게 닫힌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그리고 어둠 저편에서 사랑을 해방시켰고, 자신의 사랑과 도킹시켰다. 헤겔은 사랑을 변증법적 모순의 감정이라고 정의했다. 횔덜린과 친구들은 사랑으로 운명과 화해했다.

과거 리의 인생은 모순투성이였다. “훌륭한 셰프는 오감이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직업관을 갖고 있었던 그는 그러나 편견 덩어리였다. 고집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렇게 비뚤어지고 일그러진 성격은 완벽한 오감을 보장하기 힘들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아집의 독아론자의 인식론은 불안정하다.

헤겔은 애초부터 사랑이 소유라는 태생적 한계에 부닥치는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매칭 시험 때 리는 “난 선택할 수 없었지만 넌 선택할 수 있어”라며 큐의 목줄을 풀어준다. 그는 지금까지 누려온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반려견은 물론 안내견 역시 소유물이 아닌 친구인데.

큐가 나이가 들어 안내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자 협회는 은퇴를 촉구하지만 리는 손사래를 친다. 만약 그가 큐의 객체적 영역을 부인하고 자신의 주관적 소유 자격만 앞세우는 예전의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면 협회의 조치가 반가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큐의 차이점마저도 인정한다.

공원에서 큐가 소년들의 야구공에 환장하자 그는 ‘안내견은 공놀이를 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고 그 공을 사준다. 그건 지금껏 격식과 형식의 딱딱한 준거틀을 삶의 규칙으로 세우고 퍽퍽하게 살다 큐로 인해 바뀐 자신의 인생처럼 큐에게도 충분히 삶을 즐길 기회를 주겠다는 합목적적 배려다.

큐의 믿음으로 사랑을 깨닫 게 된 리는 자신의 실명의 운명과 화해했다. 또 소망을 되찾아 큐와의 행복을 희망한다. 단순한 큐는 본래적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큐의 시선으로 찍은 흑백의 시퀀스는 담백한 그의 마음이다. 비주얼은 아름답고 플롯은 눈물겨워 내내 잔상이 남는다. 12월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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