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영리한 현빈+손예진, 열악한 제작 환경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0.01.27l수정2020.01.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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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손예진 SN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tvN이 드라마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요즘 같은 플랫폼과 채널이 풍족한 시대에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15%대의 최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건 tvN이라는 채널보다는 대본과 연출력과 더불어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확실한 커플이 주인공을 맡은 덕분일 것이다.

두 사람은 영화 ‘협상’(2018)에 함께 출연한 때를 전후로 해서 첫 번째 열애설을 야기한 바 있다. 지난해 ‘사랑의 불시착’이 시작되면서도 다시 점화돼 널리 번졌다. 그러나 그런 소문이 나돌 때마다 냉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궁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보다 당사자인 그들이 더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사랑의 불시착’은 최근 4번이나 거푸 결방되며 열혈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닳게 하고 있다. ‘현빈앓이’ ‘손예진앓이’에 빠진 시청자들은 뜻밖에 청담동에서 재회한 그들의 후속 얘기가 궁금해 미칠 듯하다. 그런 그들을 부추기듯 혹은 아쉬움을 달래주듯 최근 SNS에는 현빈과 손예진의 다정한 홍보 사진이 올라오고, 각 매체들은 이를 받아 게재하고 있다.

SBS가 개국하며 지상파방송 3사의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이 벌어졌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 시청률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지만 지금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래서 ‘사랑의 불시착’의 15%대는 엄청난 성적이다. 설 연휴까지 이어진 연속 결방이 시청자들을 얼마나 안달 나게 만들었을지 짐작이 갈 만한 증거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에 주목하게 된다. 먼저 제작사가 가속도를 붙여도 시원찮을 판에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는 결방이란 안타까운 선택지의 속사정이다. 말할 것도 없이 국내 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한 명명백백한 증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극소수를 제외하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드라마에도 나온다. 영화와 드라마의 작가가 겹치는 경우는 꽤 있고, 드라마에서 영화로 가는 연출자가 있지만, 영화에서 드라마로 역수입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현재 드라마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촬영이나 연출 테크닉은 물론 미장센과 그림의 톤은 영화와 다를 바 없다. 다만 메시지나 철학이 좀 다를 뿐.

이는 2시간 안팎이란 러닝타임을 위해 수년간 프리프러덕션 단계를 거친 뒤 3달 이상의 촬영 후 그만큼의 후반작업을 통해 극장에 내걸리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프리프러덕션은 충분할지 몰라도 ‘쪽대본’으로 생방송에 가깝게 촬영하는 제작 시스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와 달리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대본을 수정해야 하는 드라마 특유의 생래적 한계는 있지만 대본부터 여타 모든 제작의 환경에서 여유가 태부족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편성권이란 막강한 권력을 쥔 방송사가 먼저 스스로 바뀐 뒤 제작사를 변화시켜야 할 매우 중요한 숙제다. 방송사가 편성을 결정할 때 삼는 기준에서 대본의 데드라인은 관행상 4회인데 이것을 더욱 늘리는 게 우선돼야 할 과제다. 최소한 절반은 놓고 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제작사와 방송사는 아직도 답보상태인데 현빈과 손예진은 확실히 진일보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결방과 맞물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옴으로써 행여 ‘사랑의 불시착’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식거나 관심이 멀어질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것까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두 사람을 포함해 ‘사랑의 불시착’의 모든 관계자들은 이를 즐기는 분위기다.

열애설에 대한 그들의 부인이 사실이든 아니든 시청자에게 이미 그런 건 관심 밖의 일. 그냥 드라마가 그려내는 판타지에 그들이 매우 잘 어울려서 시청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하니 그뿐이다. 대다수 연예인의 경우 두 사람 같은 처지라면 동반 캐스팅을 굉장히 꺼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품과 제작진을 믿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소속사는 열애설이나 그걸 유추할 만한 사진이 SNS와 각 매체를 도배하건 말건 별로 괘념치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연예인의 열애설 따위로 돈벌이를 하려는 ‘옐로 페이퍼’를 철저하게 비웃는 담대한 행보다. 딴죽을 거는 매체를 상대로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지는 새가슴 연예인과는 완전히 다른 티탄족 같은 거인의 마인드다.

두 사람은 매체들이 자신들의 사생활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데 대해 초월한 듯하다. 그러건 말건 일단 드라마에서 열애 중이니 대중에게 그런 착시현상이 일어나게끔 만드는 온라인 상의 분위기를 즐기면서 드라마 외전 한 편이 탄생하는 걸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은 2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두 사람의 이름값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성적표다. 이에 비해 ‘사랑의 불시착’은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미스터 션샤인’의 최고 시청률 18.1%를 따라잡을 수도 있을 태세다.

피타고라스에서 플라톤을 거쳐 니체까지 동굴의 우화를 거론했다. ‘자신이 살아온 좁은 세상의 눈앞에 보이는 게 전부’인 줄 착각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감관계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다. 현빈과 손예진, 혹은 그 소속사 측의 대처 방식은 그 천재들을 알건 모르건 동굴에서 벗어난 광활한 세계에서의 인식론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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