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이런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기란 상당히 어려운데, 이들은 좀처럼 자기 자신을 노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은 좋거나 싫은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겨서 겉으로는 거짓된 평화를 지속합니다. 때문에 상당히 겸손하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으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은 자신에게 부담스럽거나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이들은 싫어도 싫다는 의사를 밝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알았다거나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일을 제대로 마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을 요구 받으면 시간이 없거나 깜빡 잊거나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미처 해낼 수 없었다고 변명합니다.​

이들은 대개 유순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존심이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타인을 믿지 않으며 동시에 타인에게서 거절을 당하지 않으려고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사는 배우자는 그야말로 속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무슨 요구나 부탁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제대로 되는 일도 없고 도리어 문제만 더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들이 애초에 못하겠다거나 싫다고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 그런 말이 전혀 없다가 나중에 상황을 확인해보면 더 난처하게 되어 있기 일쑤입니다. 때문에 그 배우자는 속이 타 들어가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결국 속수무책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사람과 사는 것을 즐겁게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