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김태희 연기 호평과 경험론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0.02.26l수정2020.02.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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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5년 만에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유제원 연출)로 복귀한 김태희(40)의 연기력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하이바이, 마마!’는 1회 5.9%, 2회 6.1%의 시청률로 전작 ‘사랑의 불시착’에 이은 흥행을 조심스레 예고하고 있는데 그 배경으로 김태희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존재감이 거론되고 있다.

김태희는 2015년 SBS 수목극 ‘용팔이’에 출연한 이후 2017년 1월 정지훈(비)과 결혼해 그해 10월 첫째를, 그리고 2019년 9월에 둘째를 출산하며 활동을 쉬고 있었다. 사실 김태희는 미모 때문에 손해를 보는 대표적인 배우였었다. 이전에는 그런 유의 모델로 이나영(41)이 있었다.

이나영은 CF계를 휩쓸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별로 재미를 못 봤다. 당연히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그녀 역시 그런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소문 혹은 기사 등이 끊이질 않았다. 그녀는 2015년 원빈과 결혼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2018년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컴백했다.

이 작품은 누가 봐도 독립영화적 성격이 강했고, 스토리나 화면이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에 흥행에선 별로 재미를 못 봤지만 작품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와 더불어 이나영의 예전과 달라진 연기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결혼과 출산이란 ‘경험’이 연기력 문제를 자연스레 해소해준 것이다.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한 저의 역시 경험을 거친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20세기만 하더라도 감독을 중심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선 ‘배우는 사랑과 성 경험이 있어야 연기력이 무르익는다’라는 매우 유치한 고정관념이 팽배했었다. 물론 아주 얼토당토않은 의견은 아니다. 다만 그 편견과 더불어 특히 여배우를 향한 천박한 시선이 문제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볼 관점은 경험론이다. 배우는 작품 속에서 남의 인생을 살기 마련이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 한 철저하게 잘 몰랐던 환경에 놓인 생소한 인물을 접한 뒤 그를 충분히 파악하고 숙지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디테일한 캐릭터를 더해 완전한 인격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다.

천부적인 연기력을 지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출산 경험이 없는 여자가 그런 상황을 연기한다거나, 자식을 키워본 적 없는 남자가 애끓는 부정을 표현해낸다는 게 녹록하지 않다. 특히 현명한 배우라면 전작과 유사한 캐릭터의 출연 제안은 거부하는 게 당연한 매뉴얼이기에 새 배역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미모는 배우에게 있어 극선과 극악의 조건이다. 뛰어난 외모는 데뷔, 주인공 등극, 인기 등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렇게 쉽게 영화나 드라마에 데뷔하고 주인공으로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후 작품 수가 늘면서 배우 스스로 작품을 고르는 명석판명함과 연기력에 대한 고민 역시 늘기 마련이다. 연예인에서 예술가로 올라가는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현재 연기력 하나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는 이병헌이 전성기 때 겪었던 고뇌였고, 이정재 역시 그런 성장통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내가 연기파가 될 상인가?’라고 수없이 자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숱한 작품을 보고, 많은 배역을 겪으면서 연기력을 켜켜이 쌓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연기력이 미모를 따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도 있다. 경험론적인 이론이 배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웅변하는 사례들이다. 배우는 새 시나리오나 대본을 받으면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본다. 먼저 스토리의 개연성과 플롯의 완성도를 점검하고, 연출자와 상대 배우가 누구인지 점검한다.

개봉(방송) 시기 및 배급사(방송사)도 체크 사항이다. 이번엔 흥행을 노릴 시기인지, 아니면 작품성에 전념할 때인지도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그리고 출연을 결정하면 배역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직업이나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을 취재하고 자문을 구한다.

여기까지는 모두 관념론적 인식론에 의해 학습이 이뤄진다. 눈으로 건성건성 본 적은 있어도 근육과 뼈로 경험한 적이 없는 한 인물의 인생을 뇌리에 각인시키고, 감정에 이입하는 일은 철저하게 개념과 상상력에 의지하기 마련이다. ‘마약왕’의 송강호가 마약을 팔아보기나 했을까?

김태희는 데뷔한 뒤 금세 스타덤에 올라섰고, 항상 미모와 학벌이 함께 거론되곤 했었다. 다수의 심리엔 미모와 두뇌는 일치하기 쉽지 않다는, 시쳇말로 ‘신은 공평하다’는 핑계적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맞았다. 그때만 해도 그녀의 연기력은 거의 논외였었다.

‘하이바이, 마마!’의 차유리는 남편과 어린 딸을 두고 죽었다가 환생한다. 물론 김태희는 살아있지만 한 남자의 아내이자 그와의 사이에 자식을 둔 엄마인 건 같다. 이건 자식이 없거나 결혼을 안 한 것과는 천지차이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자식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는 설정은 미혼자와 기혼자의 감정과 창의력 안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경험론은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이 창시해 존 로크가 전 세계에 퍼뜨렸다. 베이컨은 4개의 통시적 우상에 대해 경고했고, 로크는 오늘날 미국의 헌법과 자유정신의 기틀을 마련해줬다.

김태희의 경험에 바탕한 연기 솜씨의 외면화는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을 타파한 것이고, 로크가 완성한 경험론에 비춰볼 때 자유에 의한 감각과 지각이 제2속성을 완벽하게 간파해 자유주의로 나가가는 내면을 쌓음으로써 차유리를 유려하게 표현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엄마가 돼 봐’다.

경험론의 유행을 몰아낸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을 비판하고 종합하고자 ‘개념 없는 직관은 공허하고, 직관 없는 사유는 맹목적’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런데 220여 년이 흘렀다. 피타고라스-플라톤-기독교로 이어져온 영혼불멸에 대해 회의주의가 넘실대는 현재다. 유물론과 경험론이 다시 득세할 시기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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