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카레라이스인 ‘커리(curry)’ [김권제 칼럼]

김권제 칼럼니스트l승인2020.02.27l수정2020.02.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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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대학교 때 교내 식당에서 처음 먹어본 카레는 그 당시 생소한 향 때문에 꺼리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즐기지만 강황이 건강식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성인은 물론 어린 아이들도 즐기는 음식이 바로 카레이다. 직접 만들수도 있지만 인스턴트 카레를 판매하니 누구나 손쉽게 밥위에 뿌려서 먹을 수 있다.

커리(curry) 또는 카레는 강황, 울금 등 여러 향신료를 사용해 채소나 고기 등으로 맛을 낸 아시아 요리이다. 현대 서양 카레는 인도에 정착한 영국인들이 인도의 전통 양념류를 혼합해 만든 향신료다.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커리’는 특정 소스가 아닌 각종 재료에 여러 향신료를 넣어 끓여 만든 음식들을 지칭한다. 가정마다 자기 방식으로 향신료를 섞는데, 미리 만들어 둔 배합 향신료는 ‘마살라’라 하며 가람 마살라가 대표적이다. 시판 카레 가루의 기본 재료는 강황(노란 색을 띠게 함), 커민, 고수열매, 고추, 후추 등에 칠리, 정향, 계피, 호로파, 생강, 겨자씨, 회향열매, 양귀비씨, 올스파이스, 아니스, 월계수 마른 잎, 후추 등을 볶아 곱게 다져 넣는다.

커리의 종류를 보자. 인도 남부지방 채식주의자들이 즐기는 카레는 삼바르포디와 기타 전통적인 양념들로 맛을 내며, 종종 핫 칠리 등 양념을 넣어 자극적이다. 북인도 지역의 가람 마살라는 날 카르다몬, 계피, 정향, 검은 후추만을 넣어 만들고, 고수열매와 커민을 넣기도 하나 맵거나 자극적인 양념들은 넣지 않는다. 북부지방에서는 새끼 양고기와 가금육에 카레를 곁들여 먹는다. 흰두교의 인도는 소를 신성시해서 쇠고기를 넣은 커리가 영국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나, 인도에서도 쇠고기를 먹는 사람이 상당수(특히 무슬림, 일부 힌두교) 있으며, 쇠고기 커리를 파는 식당도 있다. 커리에는 인디카 쌀로 지은 쌀밥이나 납작빵인 난, 로티, 차파티 등을 곁들여 먹는다. 그 외에 다히(발효유)나 크림을 넣은 연한 커리 코르마, 타마린드를 넣은 삼바르, 마늘과 식초를 넣은 빈달루 등이 있으며, 양파를 많이 넣은 도피아자, 시금치와 파니르(치즈)를 넣은 초록색 팔라크 파니르,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 붉은 마드라스, 풋고추와 여러 가지 색 단고추를 넣어 알록달록한 잘프레지 등이 있다.

남아시아식 커리와 다른 동남 아시아의 여러 향신료를 쓰는 국물 음식을 "커리"로 부르기도 한다. 태국의 국물 요리인 "깽"이나 캄보디아의 국물 요리인 "끄르엉"이 대표적인데, 가루 향신료를 섞어 쓰는 남아시아식 커리와 달리, 신선한 향신채와 여러 향신료를 빻아 만든 커리 페이스트가 베이스로 쓰인다. 색으로도 구분하는데, 태국식 그린 커리(깽 키여우 완), 레드 커리(깽 펫), 옐로 커리(깽 까리)는 각각 풋고추, 홍고추, 커리 가루를 넣는다. 그 외 땅콩을 넣어 만든 파냉 커리(깽 파냉), 페르시아 상인과 말레이 무슬림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맛사만 커리(깽 맛사만) 등이 있다.

영국은 1772년 초대 인도 총독인 워런 헤이스팅스가 동인도 회사원일 때 향신료와 쌀을 영국에 소개하며 커리가 알려졌다. 영국인은 인도처럼 여러 향신료를 혼합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C&B(크로스 앤 블랙웰)사에서 영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커리 가루 "C&B 커리 파우더"가 가정에 보급되었다. 국물 음식에 가까운 인도식 커리와 달리 영국식은 서양식 스튜처럼 걸쭉하다. 이것은 인도 주둔 영국 왕립 해군이 쇠고기 스튜의 묵은내 제거를 위해 커리 가루를 섞은 것이 시초이다. 또한 인도식이 채소와 콩 등을 주재료로 하는 반면 영국식은 쇠고기가 중심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무렵 가나가와현의 요코스카 항의 영국 왕립 해군의 커리 가루를 넣은 스튜 요리가 일본 해군의 식사로 도입되었다. 이때 커리를 밥 위에 건더기와 함께 끼얹어 먹는 카레라이스가 만들어졌고, 이후 전역 군인들이 요코스카 항 근처 및 고향에서 카레집을 열면서 전국적으로 퍼졌다.

한국은 1925년경 일본 카레가 들어왔다. 1968년 조흥화학 식품사업부(현 오뚜기)가 처음 카레가루를 제조해 판매했고, 1980년대 오뚜기에서 레토르트 카레를 출시했다. 한국 카레는 타 커리보다 울금이 많아 노란색인데, 이렇게 된 시기는 1990년 경으로 그 이전에는 일본처럼 갈색에 가까웠다. 한국, 일본 등에서는 쌀밥과 함께 카레라이스로 먹는 경우가 많다.

노란 카레라이스인 ‘커리(curry)’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Curry’는 타밀어 ‘kari(국물, 소스)’가 영어화된 말이다. ‘kari’는 17세기 중반 영국 동인도 회사의 사람들이 혼합 향신료를 ‘kari podi(curry powder)’라 지칭했다고 포루투갈 요리책에 나온다. 단어 ‘cury’는 1390년경 영어 요리책 ‘The Forme of Cury’에 등장하지만 중세 프랑스어 ‘cuire(to cook)’에서 유래한 단어로 연관이 없다. 자세히 보면, 라틴어 ‘coquere’가 통속 라틴어 ‘cocere’를 거쳐 중세 프랑스어 ‘cuyre/ cuire(to cook)’가 됐다. 이 말이 중세 영어 ‘cury(cooking)’로 변형됐다. 이 단어의 영향으로 1747년 Hannah Glasse가 출간한 ‘영국 요리 조리법’에 타밀어 ‘kari’가 영어화되어 ‘currey’로 처음 등장한다. 우리말 ‘카레’는 영어 ‘curry’가 일본어식으로 변형된 일본어 ‘카레’에서 유래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김권제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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