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의 수포, 그렇게 한포진은 시작된다 [이시우 원장 칼럼]

이시우 원장l승인2020.03.30l수정2020.03.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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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결한의원 분당점 이시우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손발에 작은 수포로 시작되어 가려움과 각질, 각화, 진물, 건조감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는 한포진, 모르는 사이 꾸준히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한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유아와 임산부부터 과도한 학업에 지친 중고생, 물일을 많이 하는 주부, 미용사, 요리사, 갱년기를 넘어서까지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손발 습진이다. 한번 생기면 대체로 만성으로 진행되며 좋아져도 재발이 쉽게 나타난다.

발생 초기 한포진의 경과

한포진 초기에는 직경 1~2mm의 작은 물집(수포)이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나 옆에 볼록하게 솟아오른다. 어떤 환자들은 손바닥과 발바닥, 손가락, 발등 부위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손과 발의 어느 한 부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손에 혹은 발에만 한포진이 있었다 하더라도 심해지면 손에서 발로, 발에서 손으로 부위가 퍼지며 확대된다. 처음에 수포 색은 투명하여 깨알 같거나 작은 개구리알처럼 보인다. 수포들이 올라올 때 가려운 것이 보통이지만, 가려움은 전혀 못 느끼거나 저릿한 피부감각 이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수포의 색이 붉어지거나 고름처럼 노랗게 되며, 크기가 뭉치듯 커진다. 손가락 끝부분은 한포진으로 인해 지문이 망가지기도 한다.

한포진은 수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증상이 변화하는 주기를 거쳐 악화된다. 수포 상태가 며칠 지나면 쪼그라들고 피부의 심한 건조감과 주름, 붉은 염증과 각질 반응으로 발전하며 피부가 들뜨면서 일어나는데 이 각질을 뜯으면 미세한 상처가 생기면서 염증이 악화되거나 2차 감염이 올 수 있다. 이때 감염되지 않도록 손발을 잘 씻고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각질이 들뜨면서 진피층의 수분까지 다 날아가 매우 건조하므로 보습제를 발라도 그때뿐이지만, 바르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보습제를 바른다고 한포진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살이 찢어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포진의 악화 경과

심해진 한포진의 경과는 ‘진물 혹은 각화’의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손이나 발바닥이 딱딱하고 누렇게 굳은살이 생기고 건조함이 심해져서 딱딱해지는 경우, 겨울형(각화형) 한포진이라 한다. 이와 반대로 여름형(염증형) 한포진은 붉어진 피부 염증에 진물이 흐르는 양상으로 악화되는 경우다. 양상은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굉장히 고통스럽다. 한포진이 악화되면서 손발톱까지 변형되면, 마치 손발톱 무좀에 걸린 듯이 노랗고 딱딱하고 두껍게 변한다. 한포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다른 피부 조직에도 염증이 나타나거나 아토피 피부염, 지루성 피부염, 지루성 두피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어디서 먼저 나타나는지는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피부질환은 심해질수록 부위도 많아지고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하거나 악화된다. 한포진 역시 그러하다.

‘연고라도 안 바르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하는 환자들

한포진으로 진단을 받기 전, 혹시나 하여 임의대로 아무 연고나 계속 바르는 환자들이 많은데 우선 그 전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많은 한포진 환자들이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생제, 간혹 무좀용 연고를 쓰다가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연고 치료의 기전을 잘 알고 사용하는 환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항생제나 진균연고는 상태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 악화될 가능성만 높인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치료는 국소 부위 면역을 억제하므로 염증이 잠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쓰지 않으면 다시 올라온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증상만 억누르는 치료 과정에서 스테로이드 제제의 성분은 점점 피부를 얇게 하고 재생력을 떨어지게 만들어 버린다. 이는 병변이 넓어지면서 연고를 쓰기 전보다 더 나빠지기 쉬운 피부 상태가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만다. 스테로이드를 끊었을 때 올라오는 더 심한 염증 반응을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라 칭하는데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연고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제대로 된 치료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단순히 환부에 무엇을 바르거나 면역억제제를 먹어서 낫지 않음은 한두 달 정도만 해 보아도 알 수 있는 문제지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정확히 기전도 모르고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고를 쓰는 환자가 너무 많다.

일단 한포진은 면역 과민으로 인해 외부 자극에 과잉된 반응을 보이는 면역 이상 질환이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만들어진 만성 염증[독소]은 한번 몸에 자리를 잡으면 아주 작은 스트레스나 독소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예민한 면역체계가 오랜 시간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점차적으로 과민해져 왔기에 단숨에 회복은 어렵다. 따라서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수많은 요인인 스트레스 수준이나 각종 화학적, 물리적 자극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또,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엄청난 의지와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생활패턴 및 식습관 변화다. 꾸준한 면역 안정과 독소 제거 치료는 질환 초기에 이루어질수록 효과적이지만 본인의 치료 의지가 강력하다면 누구나 빠르게 좋아지는 것이 한포진이다.

생활습관 개선과 식습관 지도는 필수다. 한의학적으로 개개인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면역체계 이상을 바로잡고 피부 자생력을 높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니 한포진 치료에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나을 수 있다면 긍정적 마인드로 치료에 접근하려는 의지를 내는 것이 큰 첫걸음이다.(고운결한의원 분당점 이시우 원장)

이시우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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