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식민지 행성 개척 회사 웨이랜드 소속 우주 항해사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행성 LV-426에서 에일리언을 지구로 운반하라는 회사의 명령을 수행하려던 인조인간 애쉬의 음모를 깨뜨리고 유일하게 생존해 냉동 수면 상태(‘에이리언 1’)로 우주를 떠돌다가 57년 뒤 구조되지만 딸은 이미 사망한 상황.

20년 전 LV-426에 이주민이 가서 테라포밍(지구화)을 해왔는데 어느 날 통신이 두절된다. 회사는 해병대원을 지원받아 연구원 버크와 인조인간 비숍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리플리를 고문으로 고용한다. 식민 본부는 초토화됐고 전 이주민들은 에일리언의 숙주로 죽었다. 유일한 생존자는 소녀 뉴트.

고먼 중위를 지휘관으로 한 해병대는 에일리언의 소굴을 포착해 중화기를 들고 조심스레 수색하지만 그 숫자가 감당할 수 없게 많은 데다 고먼의 지휘가 미숙해 대원 절반이 희생된다. 모선으로 돌아갈 운반수단인 드롭쉽이 에일리언의 공격에 파괴되는 과정에서 은신처마저 폭발의 위기를 맞는다.

해결책은 단 하나, 에일리언의 눈을 피해 근거리의 예비 안테나가 있는 건물로 가서 모선에 새 드롭쉽을 보내달라고 무전을 치는 것. 비숍이 맡겠다고 나서고 24시간 잠을 못 잔 리플리는 뉴트와 함께 잠시 눈을 붙인다. 이상한 낌새에 눈을 뜬 리플리는 총이 없어지고 문이 잠긴 걸 알고는 경악한다.

‘에이리언 2’(1986)는 1편의 리들리 스콧에서 제임스 캐머런에게 메가폰이 넘어감으로써 스케일과 상업적 요소는 더 커지고 B급 호러 정서는 미소해졌지만 여성의 독립성은 여전히 살아있으면서 모성애까지 더해졌다. 리플리는 중화기를 쏘고 로봇 같은 파워 로더로 퀸 에일리언과 육탄전을 벌인다.

전편에서 파트너 항해사였던 램버트는 리플리의 대척점에 섰지만 여성 해병대원 바스케즈는 남자 대원보다 더욱 용감무쌍해 민간인을 위해 희생한다. 전편엔 에일리언이 1마리만 등장했지만 이번엔 무더기고, 특히 퀸 에일리언이 이후 작품들에 시리즈 지속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큰 역할을 한다.

다수의 관객이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까지 합해 총 6편의 시리즈 중 이 작품을 제일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게 이해가 될 만큼 상업적 논법이 촘촘하다. 특히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감독의 상업적 센스는 인정할 만하다. 마지막에 뉴트가 리플리를 “엄마”라고 부르는 감동까지.

1편, ‘프로메테우스’, ‘커버넌트’(모두 스콧 감독)는 진지하고 3, 4편은 평가가 엇갈리는 데 비해 2편은 부정이 거의 없다. ‘터미네이터’(1984)로 이미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필살기를 배운 캐머런은 이 작품에서 그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며 호러, SF, 액션, 드라마의 모든 재미를 흩뿌린다.

여성의 성기가 연상될 수 있는 페이스 허거가 인간의 목구멍에 알을 낳고 그 속에서 자란 에일리언이 여전사 리플리에 의해 처단된다는 설정과 리플리 자체 때문에 굉장한 페미니즘 영화로 알려졌다. 그런 해석과 더불어 현대의 자본가 혹은 권력에 맞선 여성 노동자 또는 노동자의 혁명도 가능하다.

웨이랜드는 대기업이다. 경영진은 여론을 조작해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었다. 리플리가 그 행성에서 탈출한 뒤 핵폭탄을 쏴 소멸시키자고 적극 제안하지만 버크는 “여기 들인 돈이 얼만데. 에일리언은 큰돈 되는 중요한 종”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이미지 광고와 달리 현대의 기업은 절대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첫째도 이익, 둘째도 이익이다. 경영진과 주주는 노동자를 소모재로 여길 뿐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는다. 대기업 오너의 자식만 돼도 수천억 원 이상의 재력가지만 그 돈의 조금이라도 노동자에게 나눠주지 않는 게 증거다.

에일리언을 멸종시키자는 리플리 역시 올바른 사고는 아니다. 아무리 위험한 종일지라도 인간이 멸종시킬 권리는 없다. 인간이 이기심과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 때문에 온갖 종들을 지구에서 사라지게 만든 걸 환유한다. 리플리가 에일리언과 모자로서의 애틋한 정을 나누는 4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애쉬가 웨이랜드의 음모의 첨병이었다면 비숍은 인간을 위해 희생할 뿐만 아니라 자각할 줄도 안다. 리플리가 남다른 희생정신, 용기, 지혜로 퀸 에일리언을 물리치고 뉴트를 구하자 “인간치곤 제법”이라고 칭찬한다. 버크를 향한 리플리의 “에일리언은 서로 이용하진 않아”라는 일갈과 같은 맥락.

뉴트는 어른을 믿지 않는다. “엄마가 괴물은 없다고 했는데 (있다). 왜 어른들은 거짓말을 해?”라고 묻는 게 그 때문. 아마 부모는 그녀와 오빠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리플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뒤 에일리언에 잡혀간 그녀를 구하러 나선다.

뉴트를 안고 에일리언의 소굴을 빠져나오던 그녀는 알을 낳는 퀸 에일리언과 마주친 뒤 기함한다. 하지만 잽싸게 기지를 발휘해 화염 방사기로 알 몇 개를 없앤 뒤 퀸을 쳐다본다. 알이 희생될 때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던 퀸은 눈빛으로 안 잡아먹을 테니 가라고 체념한다. 괴물도 모성애는 있다.

3편에서 리플리는 자신의 뱃속에 퀸의 알이 있는 걸 알고 불속에 몸을 던지지만 4편에서 첨단과학에 의해 알과 함께 재생된다. 예술적 감독 장-피에르 주네가 연출한 4편에 흐르는 비장함과 다소 황당한 시퀀스의 불협화음은 생뚱맞긴 하지만 그게 스콧으로 하여금 프리퀄을 찍게 만들지 않았을까?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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