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타이완 주바다오(구파도) 감독의 영화 ‘몬 몬 몬스터’(2017)는 학원 호러의 겉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리 간단치 않고 꽤 심오하면서도 처연한 스릴러다. 고교생 린은 학교에서 불량학생 런의 주도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담임선생은 부처를 외며 염주만 굴릴 뿐 진실에는 관심 없고 매우 도식적이다.

런이 린에게 친구의 학급비 봉투 절도죄를 씌우자 결백을 증명하는 린의 변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임은 지역 봉사를 명령하고 런 일행과 함께 린은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를 실행한다. 그들은 국민혁명군 출신 치매 노인 리에게 봉사하는 척하다가 자물쇠로 굳게 잠긴 트렁크를 보고 훔쳐 도망친다.

그 과정에서 한 소녀가 뺑소니차에 치인 걸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런데 소녀는 멀쩡하고 외려 그들을 공격한다. 간신히 그들의 은신처인 폐쇄된 수영장에 데려와 결박해둔다. 린은 인터넷을 뒤져 흑마술사 집안의 일가족이 괴물로 변했다는 기사를 찾아낸다. 소녀는 그 가족의 자매 중 동생이었다.

가족은 독충을 먹은 뒤 괴물로 변해 사람을 잡아먹고 산다. 햇빛에 노출되면 흡혈귀처럼 타버리기에 밤에만 움직인다. 런은 소녀의 날카로운 치아를 발치해 연인에게 팔찌를 만들어준다. 한 친구가 린의 의자를 부숴 놀리자 런은 부러진 의자 다리로 그 친구를 흠씬 두들겨 패 담임에게 야단을 맞는다.

분노한 담임이 체벌을 가하자 런은 소녀를 구타한 뒤 흐르는 피를 수거해 몰래 담임의 음료수 병에 따른다. 음료수를 마신 담임은 복통을 호소하더니 햇빛에 노출되면서 온몸이 불타 숨진다. 소녀의 언니는 닥치는 대로 고교생들을 살육하기 시작하더니 치아 팔찌를 낀 런의 연인을 찾아내 살해한다.

런은 친구들을 모아 소녀의 피로 언니를 유인해 죽일 작전을 구상한다. 불량학생 틈에서도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소녀에게 자신의 피를 먹여 연명해 주던 린은 런의 명령을 따를지, 양심을 따를지 갈등한다. 언니를 죽이는 최종 임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친구에게 바꾸자고 제안하는데.

주인공들이 고교생이지만 결코 학원물이 아니다. 그 학교는 이 세상을 환유한다. 선생이라는 사회적 리더들은 이기적이고 형식적이며 아집에 사로잡혀있다. 그들은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담임은 “학교에선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 관계도 중요해”라고 린에게 충고한다.

물론 중국인에게 콴시(관계) 문화가 중요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웅변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이나 본질보다 형식에 치중하는 사회 관계망에 대한 비판이다. 담임의 기준은 오로지 불교다. 런의 모든 잘못을 눈감아줬던 그녀가 그를 구타하는 이유는 부처를 모욕했기 때문이다.

몬스터 자매가 사는 곳은 지하에 멈춘 엘리베이터의 천장이다. 엘리베이터는 신분 상승이지만 지하에 고정돼있다. 자매가 엘리베이터 안이 아닌 지붕에 사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올라가고픈 욕망을 뜻하지만 결국은 인간이 업신여기고 꺼려하는 지하 깊은 곳일 따름이다. 노숙자와 그들은 다를 바 없다.

동생을 고교생들이 잡아갔다는 사실을 안 언니는 스쿨버스건 교실이건 닥치는 대로 침입해 학생들을 도륙한다. 그런데 무차별 살상 중에도 겁에 질린 모녀는 살려준다. 그에 반해 런 일행은 아무런 이유 없이 동생을 구속해 고문하며 즐거워한다. 목적 없이 동물을 괴롭히고 죽이는 사람들의 비유다.

인트로와 아우트로에 수미상관으로 허름한 구멍가게가 나온다. 노쇠한 할머니는 정신장애가 있는 청년 손자에게 계산법을 가르쳐 주지만 그는 술 취한 린이 마음대로 거스름돈을 가져가는 데도 무심하다. 린은 “왜 그렇게 사람을 믿어? 세상은 나쁜 놈 천지인데. 너처럼 멍청하든가”라고 절규한다.

대놓고 과연 누가 괴물인지 묻는다. 몬스터 자매는 살기 위해 사람을 공격하는 거지 사람을 해치기 위해 그들을 먹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재미로 동물을 공격하거나 과욕 때문에 타인을 죽인다. 학생들은 린에 대해 집단 히스테리 같은 광기를 보인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 명을 집중 공격한다.

학교에서 린을 유일하게 사람 취급해 주는 친구는 교실 밖 창가에 따로 책상을 놓고 앉은 비만 여고생이다. 그녀는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입실하지 못한 채 유리돼 있다. 사회가 얼마나 그릇된 선입견과 편견으로 선한 사람들을 격리하고 괴롭히는지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비유하는 설정이다.

치매 노인 리는 하루 종일 똑같은 자세로 초점 잃은 시선을 유지하며 런 일행의 희롱과 절도를 알아채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몬스터 언니가 나타나자 갑자기 군복을 챙겨 입고는 군도를 휘두른다. 조국을 위해 봉사한 노인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는 건 우리나 타이완이나 마찬가지라는 시퀀스.

런의 여자 친구는 수박 주스를 사 오라고 부탁한 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런은 콧노래를 부르며 커피숍에서 주스를 주문하고 수박이 믹서에서 갈리는 걸 본다. 그와 교차 편집된 시퀀스에선 언니 몬스터가 버스 안에서 학생들을 도륙하면서 피가 사방팔방으로 번지며 ‘My way’ 커버버전이 흐른다.

몬스터 자매는 은이나 성경으로도 물리칠 수 없지만 흡혈귀처럼 햇빛에 취약하고 인간의 피로 연명할 수 있다. 그들은 딱 인간만 먹지만 인간은 못 먹는 게 없다.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맞을 것 같았던 결말은 꽤나 충격적이다.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없다”는 냉소적 염세주의가 강렬한 수작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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